‘막 하는’ 외국인 보호소 실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05 10:05:53
  • 호수 1404호
  • 댓글 3개

아무리 불법체류자라도…아동까지 구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보호’는 위험이나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보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호’라는 이름으로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외국인 보호소다. 이곳에 구금돼있는 보호 외국인은 자신이 왜 구금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인 보호소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강제퇴거하기 위해 출국 여권 절차를 준비하면서 추방되기 전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 산하기관인 출입국관리소에서 설치한 기구다. 외국인 보호 규칙을 통해 외국인 보호소 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처우를 정한다.

보호 맞아?

국내 외국인 보호소는 화성과 청주에 있다.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보호 외국인에게 생활 능력이 없는 어린이가 있는 경우, 그 어린이가 보호 대상이 아니어도 보호 외국인과 함께 생활한다. 남자와 여자는 방을 따로 쓰는데 특별한 경우가 인정되면, 가족은 방을 함께 쓴다.

또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이슬람 교권 등 수용자들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적, 인종, 종교별로 분리 수용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자원봉사 변호사 등이 법률 상담을 해주며, 출국 비용을 스스로 댈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한국 정부에서 국비 지원을 한다. 청주 외국인 보호소도 같은 역할을 한다.


외국인 보호소의 설명을 참조하면 외국인 보호소는 외국인 보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6월22일 수원이주민센터,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등 경기지역 시민단체들은 화성 외국인 보호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호소 입소 이주민의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금된 이주민들이 질 낮은 식사, 온수 부족 등 비인간적인 처우에 노출돼있다”며 “모로코, 러시아, 우크라이나 출신 이주민 6명은 편지를 통해 보호소 내 열악한 환경을 알린 뒤 현재 처우개선을 요구해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이주민은 항의 차원에서 자해했는데 보호소 측은 오히려 이들을 독방에 구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목적은 외국인 보호하기 위해!
현실은 심각한 인권유린 현장?

이런 와중에 법제처는 외국인 보호소에 보호 중인 외국인들이 공무집행을 거부하거나 방해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 7종을 내년 3월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보호 외국인의 처우에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제처가 승인한 보호장비는 ▲수갑(양손 수갑·한 손 수갑) ▲머리 보호장비 ▲포승(상체용 벨트형 포승‧하체용 벨트형 포승·조끼형 포승) ▲벨트 보호대 등으로 장비의 사용 목적과 방법 등을 규정했다. 사지를 결박해서 신체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됐던 ▲발목 보호 장비 ▲보호 의자는 제외됐다.

법제처는 이 같은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외국인 보호 규칙 일부개정령안 심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보호 외국인의 인권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보호장비를 혼합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보호의자 도입의 목적대로 사지를 결박할 수 있다. 외국인 보호소는 수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교육이나 실습이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를 씌우는 방식이나 강도, 위치 등 하나하나가 민감하다. 현장에서 사용해야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에 통제된 상태에서 잘 사용될지 걱정이며 규정만으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국인 보호소 내 인권유린은 비일비재하다. 이집트 국적자인 A씨는 2018년 난민 신청을 위해 사증 없이 한국에 홀로 입국했다. A씨는 곧바로 난민 인정 신청을 위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았지만 미성년자여서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A씨는 불법체류자가 돼 노숙자 생활을 했고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단속으로 구금됐다. 이 과정에서 ‘어디로 가는지’ ‘왜 수갑을 차야 하는지’ 등의 별도 안내나 통역을 제공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이송된 외국인 보호소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A씨는 종교를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온통 한국어뿐이라 음식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생선이 나오는 때가 아니면 주로 밥과 김치로 배를 채웠다. A씨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구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나이지리아에서 종교를 이유로 살해 협박까지 받은 B씨도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통역을 구하지 못해서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됐다. 나이지리아 부족어인 이보어만 할 수 있었던 B씨는 어렵사리 동향 사람을 만났지만, 그날 불심검문을 당해 결국 보호소로 보내졌다.

보호소에서도 제대로 된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난민 신청도 수차례 인정되지 않은 탓에 B씨는 4년8개월을 보호소에서 생활했다. 그는 난민 불인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에 가서야 모국어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모로코 출신 C씨는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지난해 3월부터 최소 12차례 독방에 갇히고, 최소 4회 이상 손·발목을 포박 당해 손발이 모두 꺾인 자세로 배를 바닥에 댄 일명 ‘새우꺾기’ 고문을 당했다.

통역 없고, 새우꺽기, 손·발목 포박
“이유 모르고, 기한 상한도 없이 갇혀”

화성 외국인 보호소 방문 모임 ‘마중’에 따르면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채 화성 외국인 보호소 격리실에 1년 가까이 수감된 D씨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정신적 고통을 못 견뎌 변기를 부수고 부상을 입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렇게 외국인 보호소의 미등록 이주민 수용이 가능한 것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을 근거로 한다. 이 법에는 “지방 출입국, 외국인관서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 사유로 즉시 한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이런 이유로 보호 외국인은 무기한 구금을 당하는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한국이민법학회·한국외국어대 법학연구소는 지난달 3일 ‘한국 이민법의 최근 과제’ 학술 세미나에서 외국인 보호소의 보호 외국인 인권을 다뤘다.

부실한 안내

김예진 법률사무소 지율 변호사는 “외국인 보호소 내 보호를 구금으로 보지 않아 외국인 보호시설의 수용 환경이 열악하고, 구금 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아 난민 인정 신청 외국인 등이 외국인 보호소에 장기간 구금되는 일이 발생한다. 또 아동에 대한 구금 역시 자주 발생한다. 아동 구금은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만 최단 기간 이뤄져야 하는데, 장기간 구금되는 것은 엄연히 아동 구금에 대한 국제적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 항고가 남았으나 기소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 중심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검사 ‘줄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도 그렇고 결론 자체가 참담하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의 핸드폰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기각했다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 결론을 내놓은 데 이어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4년 넘게 맹탕 수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수사한 건 4년6개월이 넘는다. 증거와 법리를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면죄부를 던져줬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간접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치고 엇갈리는 진술 등으로 인해 판단이 어려워졌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도 4명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이듬해 8월,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서 빠진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월 총선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20일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서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점이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팀은 경호와 보안상 문제로 제3의 장소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여타 사건의 피의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6개월 수사하고 김건희 성역 인정한 꼴 “압수수색영장 법원 기각” 대놓고 거짓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보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김 여사가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 금액 상당인 4000여만원을 1차 주포에게 입금받은 내역, 2차 주포인 김모씨가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보낸 편지서 김 여사를 언급한 정황 등이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 전 수심위를 열어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없이 차·부장급 검사, 일부 평검사 15명으로 구성된 레드팀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모두 이 사건은 수심위를 열기에 적절치 않다는 일치된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셈이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일사천리로 기소했는데 유일하게 김 여사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수십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는 게 겨우 대면조사”라며 “과연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온 게 제일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시간을 끈 것보다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에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는데,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모르고? 알고도?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 입장서 ‘거짓말 논란’은 억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건 수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수사로 꼽힐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수사팀 내에서도 기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으면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갈등 후 이원석 배제 검찰의 판단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도 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수처 수사와 야당 측의 김 여사 특검 발의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백 사건, 명씨 여론조작 등 총 13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만 검찰 항고가 통계적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10%로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 결론이 서울고검 등 이후 단계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약 15년 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안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연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그러진 조직 내부를 점검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장과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지휘부 재편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특수통이 아닌 기획·관리에 능한 검사 위주로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심 총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신봉수 고검장이 광주고검장서 대구고검장으로, 임승철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단행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검사들의 부장검사 승진이 보류됐다. 올해를 넘기면 38기부터 1년씩 승진이 유예되는 탓에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검사들이 많다. 연말 고위 간부 인사 정권 수사 힘 빼기? 특수 지고 기획통 주류로…녹슨 칼 되나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 인사에서 잔류해 이들의 승진·전보 인사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기조를 보면 특수통은 좌천되거나 주류서 제외됐다. 지난 5월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으로 꼽히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기획통에 가까운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심 총장 취임식 당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획통으로 불리는 구승모 검사장이 임명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런 ‘관리형 인사’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이 전 검찰총장과 가까웠던 정통 특수통들이 인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심 총장의 연말 인사 전후로 사직서를 던지는 중간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한 부장급 간부도 있다. 특수통 외면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특수통이 외면받게 된 이면에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칼을 미리 부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총장과의 갈등 직후 특수통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권력 신권력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여권이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으로 나뉜 것처럼 검찰 내부도 구권력과 신권력 간의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불만이 쌓인 검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상황서 특수통을 중용하는 건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심 총장이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대부분을 기획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이들로 꾸릴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차후 있을 인사에서 내치면 반골 기질이 있는 특수통들이 가만히 있겠나. 특수통들은 항시 정권의 심장을 겨눠왔다. 지금 용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