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안철수의 '대권 딜레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24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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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검증대’ 버릴 수 없는 ‘민주당’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년 가까이 풀던 문제의 답을 가져왔다. 장고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YES'. 이것은 필연적으로 안 전 원장에게 수없이 많은 난제를 던져준다. 그것은 OX로 대답할 수도 없고 당장 해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정답과 오답의 구분도 모호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안 전 원장.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안 전 원장이 넘어야 할 협곡이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먼저 넘어봤다.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시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우회적인 출마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안 전 원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이것으로 18대 대선판에 올 것이 왔다. 새누리당은 총구를 겨눈 채 공격 준비를 하고, 민주통합당은 발톱을 숨긴 채 숨을 고르고 있다. 양자대결을 가장한 삼자대결이자, 박 대 안·문을 가장한 안 대 박·문의 대결이 시작됐다.

'검증팀' 본격 가동
'전초전' 기류 확산

일찍이 조조는 "난세(亂世)에는 인재(人才)를, 치세(治世)에는 인덕(仁德)이 있는 사람을"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난세라면 안 전 원장은 인재여야 하고 치세라면 인덕이 있어야 한다.

안 전 원장이 인재가 아니고 인덕도 없어 대선판을 주도하지 못하면 '정치를 안 하느니만 못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 전 원장의 정치권 입문이 그에게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그의 정치인생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안 전 원장이) 여야의 이른바 '검증 공세'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독자행보를 고수해 3자구도로 갈 경우 승산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가 "안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이 20가지가 넘는다"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고 전해져 미묘한 전초전의 기류가 흘렀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한 매체를 통해 '안철수 검증팀' 가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 등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모아서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고 안 전 원장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원장은 이를 예견이나 한 듯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은 두렵지 않습니다. 극복하겠습니다"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새누리당은 우선 각 상임위원회 소속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에 나서는 한편,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안 전 원장을 거론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검증 없이) 대선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은 국민 무시"라며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세례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석 민심은 곧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새누리당 '안철수 X파일' 국정감사서 올릴 듯 
추석 연후 전후해 각종 의혹 집중포화 예상 


또한 최근 불거진 정준길 변호사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대신 안 전 원장을 끌어들여 여론의 득을 보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당도 안 전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을 단일화 선상에 올려놓고 문 후보와의 치열한 정책공방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성을 둘러싼 '사실검증'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고 중요한 기준이다"며 "(안 전 원장) 그 사람이 어떤 길을 살아왔는지, 삶의 철학과 공익적인 자세는 어땠는지 등의 내용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은 그동안 전세살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딱지) 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의혹,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와 룸살롱, 군 입대 일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에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네거티브 대응 페이스북을 만들어 금태섭 변호사가 안 전 원장을 향한 검증공세의 수비수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 중에서도 금 변호사가 얼마 전 폭로한 정 변호사의 발언이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원장과 30대 여성과의 교제 의혹과 관련한 구설수가 가라앉지 않아 사실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것이다.

안 전 원장 측은 이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한 검증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자구도 피해야
연대 줄다리기 한창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다. 안 전 원장의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인 민주당이 그렇다. 민주당은 안 전 원장의 정치생명과 나아가 정권교체 여부에도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원장에게 없는 것은 세력이고 민주당에 없는 것은 정권교체를 이룰 지지율이다. 이것을 내놓지 않고 양자 모두 완주를 택할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연스레 대권을 거머쥐게 되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므로 양자 모두 공생을 택해야 하는 공동운명에 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3자구도로 자연스레 권좌에 올랐던 1987년이 재현되는 위험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선거에 이어 5년 정권을 다투는 대선에서조차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안 전 원장이) 절박한 민주당을 누르고 '단기필마'의 그가 야권단일후보 자리에 오르기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싶다"고 안 전 원장이 놓인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안 전 원장이)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도 벌어야 하고, '가설정당' 신설과 같은 억지춘향식 정치공학적 행태들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자출마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주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안 전 원장의 대권 딜레마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선 안 전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건부 단일화를 내걸며 야권연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것의 방법과 과정을 두고도 적지 않은 난관이 존재한다.

이번 달 초에 열린 '2012년 대선 특별 심포지엄'에 모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 전 원장의 단일화 구상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정부론’은 세력이 아닌 인물과 손잡는 것으로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안 전 원장과 민주당 간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 전 원장이 승리할 경우 당적 없이 출마하는 '시민연합정부론'에 대해서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시민과 정당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대단히 위험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선을 위한 임시정당인 가설정당에 대해서는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며 "일말의 논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과 안 전 원장 그룹,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쇄신인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는 '제3지대 신당론'에 대해서는 "민주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매번 실패한 방식인 신당 창당으로 해결할 수 있겠냐"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민주당 대부분이 신당에 합류하고 당에 잔류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거나 명분 없이 고집 피우고 있는 것이라면 이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선거에 이기는 것만 초점을 둔다면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고 관계자는 내다봤다.

문-안 '각개 완주'는 박근혜 당선 어부지리로 이어져 '역적'       
'민주당 개혁'과 '국민의 동의' 조건 내건 단일화 여정 험난

그렇다고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처지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정치 행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안 전 원장은 현실정치와 관련해서 '새 정치'와 '정권교체'라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전 원장에 대해 "기존 갈등 재생산 제도와 적대의 바깥에 있는 안 전 원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분출되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낡은 질서와 미래가치의 충돌"이라고 표현했다.

한 전문가는 "안 전 원장은 여권지지성향의 표를 상당수 잠식하고 있다"면서 "안 전 원장은 야권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여권성향이나 보수층의 일부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 전 원장의 지지율에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 그리고 일부 보수성향의 표가 포진해 있다. 결국 안 전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이러한 표심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무당파 중심의 안 전 원장의 지지층도 함께 떨어져 나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안 전 원장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야권연대 무대에 먼저 한 수를 띄운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의 뼈를 깎는 당내 혁신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안 전 원장의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실패로 연결되는 만큼, 우선 민주당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선거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안 전 원장의 메시지"라며 어떻게든 이겨놓고 봐야 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시각에서 탈피해서 안 전 원장을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써 다음 한 수는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은 단일화를 위해 '당내 쇄신'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후보단일화만을 위한 2단계 야권단일화는 한계를 보여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야권연대 시즌2가 돼 내용과 가치의 연합으로 중간의 진보층까지 함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층, 무당파가 관건
단일화에 '한 수' 띄워 

다른 정치평론가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만 정리하고 매듭지으려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야권연대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그쳐 주문했다.

현시점에서 정권교체는 안 전 원장과 민주당이 함께 이뤄야 할 시대적 숙명이나 다름없다.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 전 원장과 기성정치세력인 민주당은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生卽死 死卽生)'이라는 충무공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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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