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보일러 왕국의 구조 개편 속내

줄었어도…꺼지지 않는 내부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동나비엔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효과를 보고 있다. 경동원을 축으로 하는 지배체제가 한층 굳건해졌고,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부거래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중이 낮아졌을 뿐, 해당 논란에서 자유롭긴 힘든 구조다.

경동그룹은 창업주인 고 손도익 창업주가 1967년 부산에서 설립한 왕표연탄(현 원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탄광 개발부터 보일러 생산과 도시가스 공급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룹사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느슨한
관계

현 지배구조의 큰 틀은 2000년대 초반에 세워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오너 일가 13명이 원진의 지분 64.04%를 나눠갖는 구조였다. 

2001년 10월 손도익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오너 2세들이 경영을 완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기존 원진은 손도익 창업주의 세 아들(장남 손경호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 차남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삼남 손달호 원진 회장)이 경영을 나눠 맡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탈바꿈했다. 장남이 경동도시가스, 차남이 경동나비엔, 삼남이 원진을 지배하는 게 골자였다.


장남은 경동홀딩스를 축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의 정점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 기준 경동도시가스를 비롯해 경동인베스트, 경동건설, 경동로지스 등이 장남의 세력 범위에 포함된 상태다. 삼남은 원진을 필두로 원진월드와이드, 경동개발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차남인 손연호 회장이 이끄는 경동나비엔은 그룹에 속한 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곳이다. 손연호 회장은 1979년 경동기계(현 경동나비엔)에 입사했고, 1982년 2월 계열사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경호 회장과 경동나비엔의 인연은 2000년 3월 맺어졌다. 이 무렵 손연호 회장은 경동나비엔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20년 넘게 경동나비엔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손연호 회장은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했다. 현재는 김종욱 대표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김종욱 대표는 삼성테크윈, 한화테크윈 연구소장을 지낸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경영인이다. 현재 ㈜경동나비엔의 생산, 품질, 개발, 구매, 안전, DT(디지털 전환)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손연호 회장 체제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법인 5개사의 총자산은 1조850억원에 이른다.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된 2003년(194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6배가량 커졌다.

탄탄한
지배구조


손연호 회장은 경동원→경동나비엔→나머지 계열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동원은 경동나비엔 지분 56.72%(826만328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손연호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0.89%(12주9262주)에 불과하다.

경동원의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은 나날이 굳건해지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50.51%였던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분율은 56.72%로 소폭 올랐다.

손연호 회장은 친족 및 특수관계인은 경동원 지분 94.43%(91만9238주)를 기반으로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손연호 회장의 경동원 지분율은 27.45%다.

향후 3세 승계 역시 경동원 지분의 향방에 달렸다. 현재 손연호 회장의 후계자로는 아들 손흥락(41) 경동나비엔 상무와 맏딸 손유진(44) 경동나비엔 상무보가 꼽힌다. 

1981년생인 손흥락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08년 경동나비엔에 입사해 전략, 기획, 영업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손유진 상무보는 이화여대 국문학 학사·사회학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박사 출신이다. 2014년 경동나비엔에 입사해 현재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다.

알짜배기로 홀로서기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

업계에서는 손흥락 상무가 회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흥락 상무는 2017년 경동나비엔 이사진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사실상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2015년부터는 전략사업팀장을 맡아 신성장동력인 프리미엄 온수 매트의 기획·마케팅을 총괄했고, 경동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에 대한 경동원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추세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 후계자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간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을 비롯한 사업회사를 지배하면서 보일러 부품, 설비 관련 사업의 재조정을 꾀했는데, 최근 들어 변화의 폭이 커진 상황이다. 

2019년에는 보일러 컨트롤러 사업을 경동전자로 분할했는데, 경동전자는 이듬해 경동나비엔의 자회사로 흡수됐다. 지난해에는 경동원의 PL사업 부문이 ‘경동폴리움’으로 물적 분할로 떨어져 나간 이후 경동나비엔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같은 행보는 꾸준히 지적받아온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경동전자 분할 전까지만 해도 경동원의 내부거래 비중은 꽤나 높은 축이었다. 2018년 경동원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1955억원이었고, 경동원의 전체 매출은 2428억원,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0.5%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동원의 내부거래 비중은 급격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매출 1840억원 가운데 1110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리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60.3%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매출 1554억원 가운데 765억원(내부거래 비중 49.2%)만이 내부거래로 올린 것이었다.


내부거래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기관의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5월 경동원이 계열회사인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판매한 행위를 문제 삼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 36억8000만원 부과를 결정하기도 했다. 과징금은 경동원 24억3500만원, 경동나비엔 12억4500만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며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당초 경동에버런이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공급했으나, 2009년 1월부터는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전량을 생산·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경동나비엔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납품가를 설정함으로써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구조가 형성됐다.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의 저가 거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는데, 2019년 3월 내부거래 가격체계를 변경하면서 외장형 순환펌프에도 매출원가에 산업평균 매출이익률을 가산하는 방식을 적용해 거래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지원행위가 종료됐다. 

높아지는
압박 강도


내부거래를 통해 경동원은 약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부담한 반면, 경동나비엔은 최소 51억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 아울러 경동나비엔은 경쟁이 치열한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고,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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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