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법사위 ‘키맨’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민주당? 헤어진 연인 같은 관계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보통 헤어진 연인 사이는 ‘남’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은 끝까지 ‘애정’하는 사이로 남기도 하고, ‘증오’하는 사이로 남기도 한다. 또, 두 감정을 한 번에 느끼는 ‘애증 관계’도 있다. 시대전환 대표 조정훈 의원은 본인과 민주당의 관계가 애증 관계라고 설명한다.

‘김건희 특검법 패스트트랙’에 반대 의견을 내며 더불어민주당 최대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사람이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그의 동의가 절실하지만, 그는 민주당에게 협상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이야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운할 만도 하다. 그의 여의도 입성에 도움을 준 것도, 정치 꿈나무였던 그를 최초로 영입했던 것도 민주당이었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일요시사>가 조 의원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력이 특이하십니다. ‘세계은행’에서 일을 하셨던데.

▲ 네 제가 해외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요. 해외에서 공부하던 도중, 제 생각의 단위가 ‘그냥 기업이 아니라 사회고 국가’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또, 국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한국보다는 세계를 먼저 보고 싶었죠. ‘그것을 위해 일할 좋은 데가 어딜까’ 고민하다 우리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줄기는 ‘먹고 사는 문제’라는 생각을 했고, 그 문제와 가장 연관이 많은 세계은행에서 일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다 정치를 하시게 된 이유는?


▲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게 2016년인데요. 부모님을 뵈러 연말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주 우연한 계기로 민주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어요. 많은 민주당 분들을 만나게 됐고, 그때마다 저를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흥미도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당시 여의도 입성이 불발되셨습니다.

▲ 2016년에는 제가 (제안을)덥썩 받을 만큼 마음의 준비는 안 됐던 것 같아요. 입당을 하긴 했지만 ‘제가 왜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가 안 됐어요. 그래서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못 되고 아주대학에서 일하며 전국을 다녔죠.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요.

-결국 ‘왜’에 대한 대답은 찾으셨나요?

▲ 찾았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국민들의 부엌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짜 정치는 부엌이라 생각해요. ‘경제 성장률이 올랐다’ ‘선진국이다’ 하는 거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 아무 감흥도 없거든요. 저는 정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구체적으로 나아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남과 헤어짐 반복 “짊어져야 할 문신 같은 것”
특검법 끝까지 반대 “시기·방법 모두 틀린 법안”

-그런데, 민주당으로의 복귀가 아닌 창당을 하셨습니다.


▲ 그동안 민주당에 실망을 많이 했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조국 사태’가 아닐까 해요. 저는 조국 사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민주당에서는 그걸 적극적으로 방어하더라고요. 그때 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빨리 고백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자꾸 묻으려 해서 일이 커졌어요. 조국 사태는 정말 나라가 휘청거릴 일이었거든요. ‘민주당표 내로남불’의 시작이었죠.

-그렇게 창당을 하시고 또 더불어시민당으로 공천을 받으셨던데?

▲ 아 진짜 그때 당이 쪼개질 뻔했어요. 시대전환 지지자들이 많이 실망하셨거든요. 저희 ‘시대전환’의 총선 전략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3% 정도를 득표해 ‘3~4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태로워졌죠.

그래도, 민주당 쪽에서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으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더라고요. 3%를 득표해도 한 석도 안 생기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시민당이 생긴 얼마 후 민주당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참여하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죠.

-‘현실과의 타협’에 고민이 많았을 텐데.

▲ 정확한 조건 두 가지를 내걸었어요. ‘민주당에 난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정강 정책 중 경제와 통일은 우리가 맡는다’는 것이었어요. 이 선택이 유일했고, 최선이었죠. 아무리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평생 짊어지고 갈 하나의 문신일 거에요. 더 열심히 일할 이유기도 하고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은 끝까지 바뀌지 않으려나요?

▲ 네 안 바뀔 거예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방법과 시기, 둘 다 틀렸어요. 추석 전에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을 태워서 화제를 모으려 한 것도 틀렸고요. 민주당 추천 검사들만으로 채워진 법안 방식도 틀렸어요. 옛날에 열 몇 번 했던 특검은 한 번도 일방적이지 않았어요. 예전 특검팀은 모두 여야가 합의한 검사들로 채워졌죠. 

그리고 최종 공포가 불가능하잖아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이에요.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려는 건데, 이건 진짜 ‘쪼잔한’ 정치라고 생각해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제 생각이 맞다고 지지해주시기도 해요.

-힘들진 않으신가요? 민주당 쪽 설득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 어려운 길이죠. 저희 의원실이 요즘 콜센터라니까요?(웃음) 콜센터가 진짜 감정노동이 심한 곳이잖아요. 그거에 한 10배 100배쯤은 더 심할 거에요. 화난 분들만 전화하니까. 전화하셔서 다짜고짜 “소 새끼, 말 새끼” 하시는데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정치는 이런 거에요. 어려운 길을 만들어서 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치는 쓰잘데기 없는 종목이 될 거에요. 있는 길을 가고 그 길을 관리하는 건 공무원들이 할 일이죠.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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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