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룰렛’ 최후의 스모킹건

검의 창 VS 명의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느 쪽이 더 강한 지는 맞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변죽만 울리던 검찰과 거대 야당이 제대로 맞붙는 모양새다. 선공은 검찰이다. 

전초전이 길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돌기 시작한 전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칼끝을 다듬었고 민주당은 방패로 삼을 법안을 만들었다. 검찰의 최종 목표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등 여러 겹의 방패를 둘러 입었다. 

변죽만
울리다

처음에는 집안싸움이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특정 업체에 이익금이 집중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금이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로비 의혹도 함께 부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무렵 추진된 사업이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이 대표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윗선’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에 돌입한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윗선으로 지목된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늑장 수사’ ‘눈치 보기’ 등의 비판이 일었다. 대선 결과와 수사가 연동된 게 아니냐는 의문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

지난 3월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대선 결과로 공격과 수비 진영이 명확해졌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5년 만에 집권여당에서 거대 야당으로 바뀌었다. 대형 선거에서 연달아 지면서 궤멸 직전에 몰렸던 보수진영은 대선 승리로 공격 포지션에 자리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양 진영은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윤 대통령은 최측근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국무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였다. 

여기에 한 장관은 검찰인사로 화답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는 법무연수원 등 한직으로 밀려났고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이 전면에 배치됐다. 검찰총장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초토화됐던 검찰이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진영을 갖춘 것이다. 


그 사이 이 대표는 방패 구축에 나섰다. 대선 패배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방탄 배지’라는 비판이 같은 편인 민주당에서도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은 이 대표는 결국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법안 통과
조직 재정비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 대표’라는 또 한 겹의 방패를 덧세우기에 이른다. 사법 리스크를 지닌 이 대표가 당 대표 임기 도중 기소될 가능성을 두고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강력한 지지자로 떠오른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에 민주당이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릴 정도였다. 

칼끝을 날카롭게 벼린 검찰은 배지·당 대표·개딸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배우자(법인카드 유용 의혹)와 장남(불법도박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선공은 검찰이 날렸다. 검찰은 지난 1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보냈다. 대표 취임 나흘 만이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부동산 개발회사 아사이벨로퍼 측이 용도변경(자연녹지→준주거) 과정에서 성남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인섭씨가 2015년 이 회사에 영입된 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식품연구원 등 공기업 이전 부지의 용도변경 경위에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망한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처장을 알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답한 바 있다.

산 넘어 산
첩첩산중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그 이전부터 김 처장을 알고 있다고 봤다. 

김 처장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 대표를 지난 8일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불구속기소했다.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에서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서면 답변만 제출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는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만일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가 패할 경우, 민주당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선 선거비용 약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구석에 몰린 상황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3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데 이어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장동 사건과 함께 대선 내내 화두로 떠올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송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뇌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재수사 끝에 180도 다른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한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청취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완수사 결과를 내놨다. 

문제는 검찰이 들고 있는 사건이 아직 많다는 점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8년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으로 수원지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등과 달리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 본인이 직접 관계돼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검찰은 쌍방울 그룹의 횡령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자택인 분당 수내동 아파트 옆집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합숙소가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은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배모씨가 문제의 집을 집주인 대신 전세 매물로 내놨고 GH는 2020년 8월 이 물건을 2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한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이제 시작
다음은?

해적 룰렛은 참가자가 돌아가면서 칼집에 장난감 칼을 밀어넣는 게임이다. 특정 자리에 칼을 꽂으면 해적 모양의 머리가 튀어 오른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한 사건 수사 결과를 하나씩 내놓으며 칼을 꽂는 모양새다. 아직 이 대표가 ‘펄쩍’ 튀어 오를만한 스모킹건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의 창과 이 대표의 방패, 어느 쪽이 강할 지는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 잔혹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측근인 배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 등을 치른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배씨를 검찰로 넘긴 상태다.

이 대표의 장남 동호씨도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4일 불법도박과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동호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2019년부터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 카드게임 사이트에서 수차례에 걸쳐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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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