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분유업체들이 모성애를 교묘하게 이용, 사익만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는 실체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실체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의해 밝혀졌다. 공정위는 매일유업의 ‘초유함량 국내 성장기용 조제식 최대’라는 문구는 허위·과장됐다고 발표했다. 경쟁 분유업체인 남양유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값이 비싸도 초유성분이 가장 많다는 광고만 믿고 이 제품을 사용해온 소비자들은 “배신감이 크다”며 괘심해 하고 있다. ‘초유함량 국내 성장기용 조제식 최대’, ‘초유성분 국내 최대’ 등의 문구로 모성 심리를 자극, 자사 제품의 소비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엄마들이 뿔났다. 분유업계의 말썽 탓이다. 지난해에는 멜라민으로 엄마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더니 이번에는 허위·과장 광고로 속을 태우고 있다. 분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광고한 ‘초유함량 국내 최대’라는 문구는 소비자를 ‘낚기’ 위한 ‘덫’에 불구했던 것.
초유는 동물이 새끼를 분만하고 수일간 분비하는 유즙으로 일반 유즙에 비해 단백질·비타민·면역물질의 함유량이 풍부하다. 이런 이유로 신세대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좋은 분유’를 먹이기 위해 ‘초유성분’이 많이 함유된 분유를 찾는다. 이 같은 엄마들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 자신들의 뱃속만 채우려던 분유업체들이 공정위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지난 1일 공정위는 매일유업이 광고에 사용한 ‘초유함량 국내 최대’라는 문구는 허위·과장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유아용 조제식 제품인 ‘앱솔루트 궁 초유의 비밀’을 광고하면서 ‘초유함량 국내 최대’라는 문구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국내 시판 중인 3개 경쟁업체 5개 제품의 초유함량을 조사한 결과, 경쟁사의 제품 중 4개 제품이 ‘앱솔루트 궁 초유의 비밀’보다 초유성분이 많았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일동후디스의 트루맘뉴클래스퀸이 2.38%로 가장 높고 이어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0.6%), 파스퇴르의 그랑노블위드맘(0.58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일유업의 앱솔루트궁은 0.52%밖에 초유성분을 함유하지 않았다. 초유성분 함유량이 다른 회사에 비해 낮았음에도 매일유업은 자사 제품이 ‘초유성분 최고’라고 광고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매일유업의 성장기용 조제식 제품에 대한 허위·과장의 표시·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재고품 용기에 허위 표시된 내용을 수정 또는 삭제토록 의결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초유 함유량이 성장기용 조제식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사례의 발생을 방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매일유업 관계자는 “당시에는 자사 제품의 초유함량이 가장 높았다”며 “최근 들어 일동후디스 등 분유업체들이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최대 초유성분’이라는 문구가 틀린 것으로 됐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초유농축원료로 초유함량은 적을 수 있으나 그 성분에 있어서는 질적으로 우수하다”면서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내려온 만큼 잘 따르도록 하겠으며 앞으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우수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남양유업도 매일유업과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최근 리뉴얼한 제품 ‘초유는 엄마다 아이엠마더’에 ‘초유성분 국내 최대’라고 광고를 했다. 그러나 초유함량은 0.6%로 가장 많은 일동후디스의 트루맘뉴클래스퀸(2.38%)과는 4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이 같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정위의 ‘기준’이 초유의 영양성분이 아닌 단순 성분함량을 놓고 측정했다는 것.
매일…“당시에는 우리 분유가 초유성분 최고 맞다”
남양…“측정기준 다를 뿐 초유 대표성분 국내 최대”
남양유업 한 관계자는 “면역·성장에 기능적 작용을 하는 초유농축유청단백질(sIgA 함유), 유기농초유고단백분말(IGF, IgG, EGF) 등 초유의 대표성분을 놓고 따지면 우리가 가장 높은 것이 맞다”며 “초유 영양성분 면에서 볼 때 100mg당 우리(남양유업)가 42.5mg으로 가장 높고 이어 매일 35.2mg, 파스퇴르 32.2mg, 일동 16.8mg”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맹물을 마시느냐 농축액을 마시느냐의 차이”라며 그는 “단순 원료 함량이 많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성분함량 면에서는 일동이 1위였지만 성분 면에서는 꼴찌”라며 “이런 이유로 일동이 지금까지 ‘초유성분 국내 최대’라는 표기를 하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표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허위·과장 광고 논란과 관련해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괘씸하다’는 반응이다. 아이디 ‘illini73’은 “영유아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들”이라며 “말도 안 되는 상품가지고 마케팅만 잘해서 폭리나 취할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넘하네’는 “믿고 먹이는 엄마마음 생각해보셨나요. 그동안 믿고 먹인 게 너무나 괘씸하고 열 받네요”라고 성토했다. 아이디 ‘madmax000’는 “앞으로 소비자를 우롱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혼쭐을 내놔야 합니다”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