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사진작가 오중석

포착한 찰나, 연속된 시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오중석의 개인전 ‘Continuity of Time: 시간의 연속성’을 준비했다. 오중석은 광고와 영화, 음반업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한국의 대표 패션 사진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상업사진을 찍는 틈틈이 꽃과 다양한 풍경 등 순수사진 작업을 병행해왔다.

오중석은 영감을 주는 소재를 지속적으로 촬영하고 표현기법을 실험하면서 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번에 처음 개최되는 오중석의 개인전에서는 대표작 <꽃> 시리즈를 비롯해 1950~1960년대 필름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재탄생시킨 신작 등 30여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 불린다. 찰나는 순간의 기록물로 남지만 사실 시간은 영원하며 연속적이다. 니엡스와 다게르가 발명한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로도 여겨진다. 

오중석이 주로 다루는 꽃은 시간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소재 중 하나다. 피었다가 지는 과정의 시간이 길지 않고 만개한 순간은 더욱 짧기 때문이다. 짧은 생의 물질은 도처에 있지만 대표적으로 꽃이 언급되는 이유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최상의 미를 추구하는 패션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오중석은 사진작가의 꿈을 처음 가졌던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끊임없이 꽃을 찍어왔다고 전했다. 


인내로 포착한 소재
추억을 담아낸 대상

꽃의 표현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조심스럽게 다루고 인내로 찰나를 포착해야 하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협업으로 이뤄지는 광고촬영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된다면 순수작업은 번뇌와 좌절의 반복을 경험한다는 차이가 있다. 

긴 시간 꽃을 찍어온 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꽃의 종류, 형태, 색감,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꽃 자체를 담담하게 드러내거나 마이크로렌즈로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빛이 투영된 꽃을 담거나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Flower#99>의 경우 마르지 않은 상태의 프린트를 거꾸로 돌렸을 때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임의로 잉크를 두텁게 올린 인화지를 반대로 세워 재촬영했는데, 마치 꽃잎이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 느낌을 선사한다.

잉크가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유독 컬러와 톤에 민감한 오중석은 자연이 선사하는 강력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살리려 했다. 

오중석이 담은 또 다른 대상은 하늘이다. <하늘> 시리즈는 소재 자체보다 당시의 시간을 추억하는 대상으로 기능한다. <Love>는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했을 때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촬영한 컷이지만 결국 전하지 못했다는 사연이 있다. 인화된 사진 위에 ‘LOVE’라는 레터링이 새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실내에서 촬영한 꽃 연작과 달리 하늘은 실외에서 바라볼 수 있는 피사체이기에 그날의 장소와 빛, 공기, 온도를 통해 작가의 감정이 녹아들어 과거를 구체적으로 소환하는 소재로 작용했다. 


1950~1960년대 필름
먼지 지우고 톤 제작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리즈도 소개한다. 오래된 필름을 직접 수집해 자신만의 톤을 입히고 다양한 트리밍을 시도해 재가공한 연작이다. 수집한 필름을 우연한 기회에 스캔하면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오중석은 당시 필름으로만 작업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지금은 찍을 수 없는 풍경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옛것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과거의 풍경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1950~1960년대 화면은 오중석의 손을 거쳐 2022년 새롭게 세상에 드러났다. 

2만장이 넘는 필름에서 골라낸 컷은 고용량의 스캔을 거쳤다. 반세기 동안 관리되지 못한 불량 필름을 살리기 위해 고해상도의 화면에서 하나하나 먼지를 지워내고 톤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고된 수행이자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기도 했다. 

하늘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진은 순간의 기록이지만 결과물을 향유하는 시간은 연속적이다. 오중석은 마치 아카이브처럼 과거의 시간을 꺼내 현재에 편승시킨 작품으로 긴 시간의 축에서 대상의 의미와 현 존재, 본질과 실존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며 “각기 다른 시간에 촬영된 오중석의 이미지가 하나의 공간과 시간에서 또 다른 해석과 감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오중석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첫 화보는 2001년 <코스모폴리탄>.

이후 패션업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보그> <엘르> <바자> <지큐>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 화보와 표지를 독점하면서 최고의 사진작가 반열에 올랐다.


광고, 패션, 대중예술의 가장 중요한 촬영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톱스타와 모델이 가장 선호하는 친구이자 파트너로 오중석을 지목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도 꽃, 소녀, 풍경 등을 소재로 자신만의 순수한 작업을 꾸준히 펼치며 독창적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여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온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순수예술의 세계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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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