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뒷배’ 회장님 연결고리 추적

감쪽같이 사라진 대통령의 큰형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의 무속·비선 논란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시작으로 김 여사의 지인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 스승이 최근까지 김 여사의 행보를 코칭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야권은 이들이 윤정부의 ‘비선 권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은 무속인이 아닌 황모 회장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 황 회장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모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는 보통이 아니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일정표로 알려진 이른바 ‘조남욱 리스트’에도 황 회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무정 스님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인연 덕이었을까? 황 회장의 아들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원도부터
친분 쌓아

무정 스님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이어준 인물이자 무속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인물로, 2012년 3월부터 한 달간 동부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의 매출 현황을 보면 2014년도 매출의 85%가 삼부토건을 통해 발생했다. 삼부토건의 특수관계회사라고 볼 수 있다.

황 회장이 어떻게 윤 대통령을 알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강릉지청에서 근무했을 당시 황 회장과 막역해졌다는 것 외에는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해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황 회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총장일 때도 황 회장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이기 이전에 스폰서라고도 불린다. 조 전 회장이 검찰을 관리해온 것처럼 윤 대통령과의 인맥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다른 동해시 인사도 “황 회장은 윤 대통령 외에도 강릉지청 검사들을 자주 만났던 사람이다. 검찰 인맥을 만들어왔기에 윤 대통령과 친해지는 일은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의 검찰 인맥으로는 윤 전 총장 외에도 강릉지청장이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근혜정부) 등이 거론된다.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도 상당히 친한 사이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국민캠프)에도 참여했다.

황 회장과 조 전 회장, 무정 스님, 윤 대통령 등이 친분이 깊었다는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조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조남욱 전 회장은 알고 지내던 사이로 20여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며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황 회장을 어떻게 알고 지냈는가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윤·황·무정 스님·조남욱 수차례 골프 회동
김건희·무정 스님 관계 악화…“황이 실세”

수원지검은 2013년 조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시연 당시 삼부그룹 부사장 조사 때 압수수색을 통해 ‘조남욱 리스트’를 확보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조남욱 리스트’를 부인하는 것이 검찰 수사가 올바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남욱 리스트’에서 ‘검사 윤석열’은 최소 4회 이상 등장한다. ‘조남욱 리스트’에는 2011년 4월2일 골프 회동, 2012년 일정표에서는 3월11일 ‘윤석열 검사 화환, 대검찰청 별관 4층’ 일정이 확인된다. 이날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식이었다.

4월2일 골프 회동에는 윤 대통령과 장모 최은순씨가 멤버로 적혀 있다. 무정 스님은 ‘조남욱 리스트’ 1997년 일정표부터 자주 등장한다. 황 회장의 이름은 2002년 6월, 황 회장 모친상 조의금 메모부터 나오는데 무정 스님과 함께 거론된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이 고양지청 검사 시절인 2006년 10월 뉴서울CC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조 전 회장과 황 회장은 2008년과 2010년, 2012년에 골프를 쳤다. 이들은 2011년 8월 모여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이었다.

이처럼 ‘조남욱 리스트’에는 윤 대통령과 최씨와 무정 스님, 황 회장 등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현재 황 회장과 무정 스님과의 관계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무정 스님의 다툼이 원인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초부터 거리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무정 스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건희 녹취록’에 도 언급되는 내용이다. 김 여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분(무정 스님)이 한 번은 우리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야.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고 지금까지도 안 봐”라고 말했다.

윤석열 사단
부부장 후배

이 때문에 현재 윤 대통령 일가와 접촉 중인 ‘비선 멤버’ 중 가장 힘이 센 인물이 황 회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정 스님과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접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건진법사도 언론의 취재 이후 조용하다”며 “윤 대통령 일가와 큰 다툼이 없는 이는 황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초 동부전기산업 소유 건물을 직접 방문까지 했으나 황 회장을 만날 수 없었다. 최근까지 황 회장이 동해시를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언론의 취재 이후 황 회장은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태다.

황 회장은 오랜 시간 동해시에서 범죄예방위원(현재의 법무부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했다. 동해시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빼면 지역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았던 그가 지역 검찰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황 회장에겐 쌍둥이 딸과 막내아들이 있다. 아들 황씨는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했으나 일부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 머리에 양복 차림의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 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으며,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황씨는 지난달 지방선거 전까지 김은혜 전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도 몸담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황씨가 캠프 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졌기 때문인지 일부 캠프 사람들은 황씨와 말도 섞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식까지
이어진 인연

황 회장의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에 성공했다. 황모씨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박모 검사와 지난해 5월1일 대검찰청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결혼식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건 사실이다. 김 여사는 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검사의 결혼식에도 왔었다는 건 와전된 얘기”라며 “검찰 내에서는 박 검사 친구들이 신부집에 함을 메고 들어왔을 때 김 여사가 신부집에 있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박 검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다 2020년 2월 청주지검 충주지청 형사부로 발령받고, 지난 2월부터 순천지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박 검사의 상관은 이방현 순천지청 부부장검사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각종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 부부장검사는 상당 기간 김씨 명의의 고가의 수입차를 무상으로 빌려 탄 정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검사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포항에 오기에 앞서 2019년 8월까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로 재임했고 2020년 9월까지 포항지청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 부장검사가 됐다가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부부장검사로 강등됐다.

이 부부장검사가 1년 넘게 머물던 경북 포항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근거지다. 앞서 박영수 전 특검은 “지역 사정에 도움을 받을 인물로 김씨(수산업자)를 소개하며 전화번호를 주고, 김씨에게는 이 검사가 지역에 생소하니 조언을 해주라는 취지로 소개했다”며 이 부부장검사를 김씨에게 소개해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부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의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 전 특검 역시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지난해 12월 상당 기간 포르쉐 파나메라4를 빌려 탄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제공받은 차량들은 신차 가격 기준 2억~3억원가량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통령실 ‘비선 권력’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까지 ‘김건희 리스크’로 곤혹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도 김 여사의 역할과 행보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벗어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공식기구가 없다 보니 김 여사의 활동마다 ‘비선 정치’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정모씨와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알려진 김량영 교수가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근처에서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둘은 김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다. 정씨는 이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 여러 번 등장한다.

아들, 대통령실 행정관 낙하산
쌍둥이 딸은 검사와 결혼 확인

<일요시사>가 입수한 코바나컨텐츠에서 이뤄진 3시간 분량의 녹취록에는 김 여사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와 봉하마을을 찾은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선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는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와 함께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코바나 전무’ 직함을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여사 요청으로 김 교수가 동행한 것이라며 “여사와 가까운 사이고, (김 교수)고향도 그쪽 비슷하다 보니 동행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 지인이 동행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비공개 행사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날부터 대다수 언론 매체에 보도되고 대통령실 공동취재단이 꾸려지면서 사실상 ‘공개 행사’로 전환됐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돌출 행동도 대통령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가 김 여사의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을 비판한 시사평론가나 여권 정치인에게 거친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논란 이후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 내외가 영화관을 찾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인 <브로커>를 관람했을 당시 미공개 사진이 또다시 팬클럽을 통해 유출됐다. 김 여사 팬클럽이 비선 논란을 거듭 자초하면 정권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김 여사의 친오빠 논란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김씨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몇몇 기자와 접촉하며 마치 제2부속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요양원과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김 여사가 사임한 코바나컨텐츠에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의 옷·가방 정보 등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이 됐던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사진도 몇몇 기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초기
비선 발목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한 박자’ 늦는 대통령실 업무구조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한 후 부속실 내에 김 여사를 보좌할 담당자를 두긴 했으나, 역할도 모호하고 부서 간 원활한 소통도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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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