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역대 최연소 우승 피아니스트 임윤찬

압도적 연주에 세계가 빠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곡을 선택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우승 소감은 의외로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된다”였다. 정점에 서고도 스스로 부족함을 찾는 사람. 그가 ‘이뤄낸 것’보다 ‘이뤄낼 것’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임윤찬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1위)과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상금 10만달러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 외에도 3년간 연주 기회·예술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388명 참가
특별상까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962년부터 반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올가 케른·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곳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2009년 손열음이 2위에 올랐고, 선우예권이 직전 대회(2017년)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년 만에 개최됐다. 이 때문에 참가자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에 이어 6명이 두 차례 협주곡을 연주하는 결선을 거쳐 순위가 결정됐다. 


18세인 임윤찬은 결선 진출자 6명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는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임윤찬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였다. 결선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와 준결선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이 콩쿠르 계정의 연주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그는 우승 직후 진행한 SBS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전했다.

임윤찬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고 심란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이 콩쿠르를 통해 깊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에 제 음악이 가닿았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이 콩쿠르를 통해 피아노를 우승하기 위해 피아노를 잘 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은 음악을 들려줄 것인지가 목표였다”며 “아직 너무 준비가 안 된, 너무 부족한 음악가인데 이런 상을 받아서 심란한 마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콩쿠르에 어떤 마음으로 임했냐’는 질문에는 “내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다. 전 세계 많은 이가 콩쿠르를 보니, 음악을 더 공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 싶은 라운드가 있냐’는 물음에는 “그런 순간이 되면 위험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은 항상 만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윤찬은 2004년 3월20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태어났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예술의전당 음악 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등 금세 음악 영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서해초등학교와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한예종 음악원으로 진학했다.

국제적 권위 콩쿠르서 최연소 금메달
‘초절기교 연습곡’ 선택해 기량 과시


임윤찬은 2015년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1세였다. 이후로도 예원음악콩쿠르·음악춘추 콩쿠르·모차르트한국콩쿠르 1위 수상 등 이미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그는 세계적인 주니어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018년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는 최연소 참가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3위 및 청중상을 수상하며 세브란스홀에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19년에는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및 관객이 뽑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특별상(청중상), 박성용영재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가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인정하는 28개 국제음악경연대회 중 하나다. 국내 개최 대회 중에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제주국제관악콩쿠르와 더불어 셋 뿐이다.

피아노 전공자로서는 유이한 국내 병역 대체 콩쿠르이기에 명문 음대생들도 활발히 참가하는 대회다. 임윤찬은 이 대회에서 대학생들을 모두 제치며 중학생 때 이미 병역 혜택을 따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조성진을 이을 ‘괴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2019년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산페르난도 왕립미술원 콘서트홀에서 첫 해외 독주회를 진행했다.

깊은 생각
음악 사랑

2020년에는 금호영재오프닝콘서트 독주회·EBS <스페이스 공감>·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대구콘서트하우스) 참여·제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명동대성당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 등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 초청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해 11월, KBS가 주관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녹음에 참여해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식 데뷔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임윤찬은 여러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원받았다. 그는 2017년부터 KT&G 장학재단 메세나 음악 장학생으로 선발돼 2019년까지 지원받았다. 대원문화재단 장학생을 거친 뒤에는 2020년부터는 현대차정몽구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임윤찬은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너 유시 비욜링,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러셀 셔먼·이그나츠 프리드만·블라디미르 소프로니트스키·콰르테토 이탈리아노 등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흐, 쇼팽, 스크랴빈이다.


현재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를 사사하고 있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 교수는 “윤찬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내는 마음을 존경한다”며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전혀 예상 못 해…당황스럽고 심란”
“음악에 더 몰두하는 음악가 될 것”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도 깊다. 2020년 10월 열린 금호아트홀연세 리사이틀을 앞두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베토벤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베토벤을 만난다면 ‘월광 소나타 1악장’에서 페달을 내내 사용하도록 표기한 걸 고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현대 피아노로 그렇게 치면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린다”고 답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현대 피아노는 지난 수세기 동안 기술적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18세기 베토벤 시대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울림을 갖게 됐다.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월광’ 1악장을 꼽았다. 그는 “‘월광’은 템포가 빠르지 않고 셋잇단음표로 계속 흘러가는 곡”이라며 “이걸 일정한 톤으로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화려하다기보다 학구적이고 정갈하다. 아직 10대인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원석이 깎이는 모습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조각 작품을 계속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에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다. 악보에 표기된 강도와 분절을 칼같이 준수하려고 애쓰는 성격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그는 “좋은 연주를 위해선 설계를 잘해야 한다. 구조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며 “또 곡을 작곡할 당시 작곡가의 상태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악보에 있는 말들을 지키면서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폭발적 인기
또래와 달라

임윤찬은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10대 연주자답지 않은 면모다. 

그는 “비슷한 세대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를 존경한다. 콩쿠르 이후에도 계속 레퍼토리를 늘리며 바로크음악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한 유일한 연주자”라며 “바흐 ‘푸가’ 전곡을 연주하더니, 현대곡으로만 리사이틀을 하기도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부연했다.

임윤찬은 쉴 때도 여느 10대와는 다르다. 휴식 중에는 이미 종영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좋아하는 노래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고 알려졌다. 인기 TV드라마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유행과 담쌓은 삶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임윤찬은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포기할 게 많아졌다. 모든 걸 다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할 순 없을 것 같다”며 “또래들이 하는 걸 못한다고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변 몇몇 친구들이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윤찬의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정된 국내 공연들의 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문화재단에 따르면 <클래식 레볼루션 2022> 공연 티켓은 지난 19일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우승 소식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석 매진됐다. 그가 참여하는 해당 공연은 오는 8월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학구적이고 정갈한 연주법
소식 전해지자 공연 매진

임윤찬은 이 공연에서 지휘자 김선욱·KBS교향악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이 공연 좌석은 임윤찬이 지난 13일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60석가량 남아있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아침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오는 8월10일 예정된 클래식음악 기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6주년 기념 공연 <바흐 플러스> 티켓 역시 전석 매진됐다. <바흐 플러스>는 임윤찬의 소속사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 기획 공연이다. 임윤찬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김재영·김영욱, 피아니스트 손민수·이효주,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 등 회사 소속 연주자가 대거 출연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임윤찬이 12세 때부터 지도받은 ‘스승’이다. 임윤찬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손 교수를 “한국에 있는 위대하신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윤찬이 스승과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인 만큼,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예상된다.

목프로덕션 측은 “임윤찬의 국내 독주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협연 일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남아있던 표가 우승 직후 빠르게 팔려나가 추가 오픈 여부를 공연장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진 코로나 유행 상황을 감안해 띄어 앉기 좌석을 적용했지만,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빛나는 지금
기대되는 미래

현재 미국 현지서 일정을 소화 중인 임윤찬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9월28·29일에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콩쿠르 측이 개최하는 <2022 클라이번 금메달리스트> 연주회가 예정돼있다. 오는 10월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 공연은 다음 달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윤찬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비하인드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은 결선곡으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골랐다.

65분 길이의 이 곡은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슈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곡을 연습하면서 “연습을 많이 해도 다음 날 연주하면 이상하게 잘 늘지 않는다. 자주 나오는 옥타브 도약 등은 오래 연주해야 무르익는데 짧은 시간에 하느라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진행한 전국 투어 리사이틀 2부에서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했다.

휴식 없이 연결되는 1부 곡까지 합치면, 총연주 시간이 90분을 넘겼다.

임윤찬은 연습 당시 “12개 연습곡 전곡은 하나의 대서사시인데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했다”며 “한 번에 연주하는 게 그의 인생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할 것 같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절기교 전곡 연주에 관한 꿈을 처음 품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5번 ‘도깨비불’을 들으며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운>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