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민주당 몽니 막전막후

다짜고짜 정부 괴롭히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은 막강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지방권력까지 모두 손아귀에 넣었던 이들은 지난 5년간 국정운영을 마음대로 휘둘러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세 번의 선거 패배 후 조급해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민주당표 ‘꼬장쇼’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명분 없는 꼬장에 민주당은 스스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가혹하게 심판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야당으로 돌려놨고, 지방자치단체장을 꿰차고 있던 민주당 정치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5년간 입법부, 행정부, 지방권력까지 차지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민주당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성했다. 

당내 전쟁
당외 꼬장

그러나 패배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반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계파 간 이권 다툼이 한창이고, 당외에서는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국민의힘(국힘)과 윤석열 대통령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시작은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였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4월 말, 검찰의 대대적인 개혁을 골자로 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할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 조치였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꼼수 탈당’시키는 등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빠르게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꼼수 탈당’이 아니라며 해명했던 민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복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고, 지방선거에서 표로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심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청도와 강원도 같은 정치색이 짙지 않은 지역의 ‘도지사’ 자리는 물론,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자리도 대부분을 국힘에 내줬다.

지난 2018년 동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석, 기초단체장 151석을 획득한 민주당은 2022년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5석, 기초단체장 63석만 획득하는 데 그쳤다. 4년 후, 약 100석 가까운 자리를 잃은 것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국민이 민주당을 ‘심판’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탄핵 정국 이후로 권력을 몰아줬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정치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는 총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심판을 민주당은 다르게 해석한 것일까. 요즘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검수완박 때와 비슷한 몽니를 계속 부리고 있다. 아직 빼앗기지 않은 입법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힘과 행정부를 지속 견제하겠다는 속내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시행령 통제법’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윤석열정부의 시행령 제정 등을 견제하는 ‘시행령 통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에는 강준현·김영진·김종민·박상혁·박용진·송갑석·신현영·위성곤·이소영·이용우·이원욱·장철민·전용기 등 총 1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발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법에 따라 정부부처에 시정을 요구하곤 했지만, 한 번도 바로잡는 것을 못 봤다”며 “틈틈이 확인해봤지만 항상 그대로 돼있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국회와 정부 간 시행령 갈등은 국내 법체계에서 비롯된다. 현재 한국의 법체계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조례 등 총 5개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법안의 통제력은 나열한 순서대로 강하다. 헌법이 가장 강한 강제성을 갖고, 그 다음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 순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 안에 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은 헌법이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제정돼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 속해야 한다. 시행규칙과 조례도 시행령 안에 속해야만 한다. 

‘검수완박’에 이은 ‘정부완박’ 강행
견제는 해야 하는데…의도가 수상

헌법은 국민투표로만 수정·심의할 수 있고, 법률은 국회에서 소관한다. 시행령·규칙, 조례 등은 대통령과 각 부처가 소관하는데 갈등은 법 조항마다 주체가 다른 점에서 불거진다.

법률은 국회가 제정하고, 시행령은 행정부가 제정하다 보니 각기 다른 의도로 법률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이다. 

그간 몇몇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적 뜻을 이루기 위해 법안을 유리하게 해석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오역’해 법률 자체를 비틀어버리기도 했다. 이는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정권에서 있었던 관행이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시도였다. 2009년 이명박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4대강 사업의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본래 대운하 사업이었다. 대운하 사업은 대한민국의 네 개의 강,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유역을 재정비해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사업으로 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추진했던 공약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륙 수운을 잇는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운하 사업 현실화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거셌다.

대운하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시민단체와 진보진영인 당시 야당에서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알리며 맞섰고, 각종 견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을 가로막았다.


당시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 정국을 경험하며 힘이 빠져있었던 이 전 대통령은 결국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고 ‘4대강 되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당시 여야는 해당 공약에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사업 예산이 나오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주체 다른
법안 보니…

진보진영에서는 예산 낭비와 실효성 없는 공사를 이유로 사업에 다시 반대했고, 몇몇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난관에 부딪힌 이명박정부는 국회에서 ‘예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사전에 검증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예타’ 조사는 1999년 김대중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IMF 외환위기로 국고가 바닥을 치자, 예산 사용에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서다.

도입 취지에 맞게 예타 통과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가 진행되면 정부는 국회에 재정 투자의 효율성과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상세히 소명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와 동법 시행령 13조를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서 이명박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13조의 수정이다. 시행령 수정을 통해 ‘예타 면제 대상’에 4대강 사업을 추가한 것이다. 


당시 법률 제38조에 따르면 면제 대상은 ‘공공시설·문화재·국가안보·남북경제협력·재난예방·지역균형 발전 사업’으로 국한돼있었다. 이명박정부는 제13조 2항에 5개 사유를 수정·추가했다.

그중 이명박정부의 의도가 엿보인 것은 2항 6호다. 이명박정부는 ‘재해복구 지원’이란 항목을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수정했다. 당시 4대강 사업은 ‘4대강 되살리기 사업’이라 포장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정된 항목에 포함됐다.

9호에는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항목을 추가했다. 개정된 시행령을 통해 4대강 전체 사업 총예산 22조원중 10%가량은 예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반복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부동산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꾼들과 싸움을 진행해왔다. 임기 내에 부동산 관련 정책만 수십개를 쏟아냈을 정도로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수단이 시행령 개정이었다. 

문정부에서 추진했던 몇몇 정책은 법률과 대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때마다 법률을 수정·추가하는 일이 불가능하니 시행령을 고친 것이다. 예를 들어 양도세를 올리기 위해 이를 규정하는 ‘소득세법’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시행령에서 비과세·감면 등을 세부조항을 건드려 정책을 완성시켰다.

문정부는 주택 보유·거주기간, 조정 대상 지역 여부 등을 비틀어 집값 규제에 나섰다. 해당 법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그때마다 혼란에 빠졌다. 

조용하다 
이제 와서…

2018년 말 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도 대표적인 ‘시행령 정치’다. 문정부는 2018년 말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때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실제 근로하지 않는 시간(주휴 시간)을 시행령을 통해 포함시켰다.

법률에 부가적인 시행령을 하나 추가한 것일 뿐이지만, 주휴 시간 추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왔다. 시행령의 근간이 되는 법률을 비틀어버린 셈이다.

최저시급뿐 아니라 코로나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또한 시행령으로 그때그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던 코로나 피해이기에 이미 만들어져있던 법률안에는 다양한 사례가 담기지 못했다. 문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손실 대상과 액수 등을 책정해 공포했다.

사실 시행령 정치를 예방하자는 시도는 여러 모로 명분을 갖는다. 그동안 법률을 비틀 정도로 수정된 시행령으로 국민들이 숱하게 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근 주장하는 ‘시행령 통제법’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수완박’ 때와 마찬가지로 입법 의도가 다분히 불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 4월 임기가 시작된 제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한 채 출발했다.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입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에 섰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시행령 통제법에 대한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민주당이 요구하고 유승민 전 국힘 의원이 주도한 시행령 통제법과 2019년 자유한국당이 추진한 ‘국회패싱금지법’이 마지막 논의였다.

뒤늦은 시행령 통제법 발의가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이 행정부의 권한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권력만 남은 민주당의 ‘몽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저런 명분을 갖다 붙이며 윤정부와 국힘의 힘을 빼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이 주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법사위원장 파동’이다.

법률 위 시행령? 대통령 입맛대로
진보·보수 같은 ‘시행령 정치’

국회의 임기는 2년을 주기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제21대 국회의 후반기는 지난 6월 초부터였다. 그동안 국회는 주기가 바뀔 때마다 국회는 원구성을 달리해왔다. 각 상임위의 위원장과 국회의장 등을 새로 뽑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달 초에 진행됐어야 할 후반기 원구성이 한 달이 다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서부터다.

보통 국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출범시키기 전에 위원장자리를 어떻게 할지 미리 합의한다. 여야는 그동안 미리 합의한 바대로 원구성을 완성해왔으며, 후반기 들어서자마자 이를 곧바로 이행해 ‘권력 공백’을 최소화시켰다.

이번 제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민주당과 국힘은 당시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던 18개의 상임위원장을 11대7로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또한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는 조건으로 후반기에는 국힘 측에서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며 해당 합의안에 대한 정당별 해석이 180도 달라졌다. 국힘은 당시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가져오겠다고 해석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된 민주당이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법사위원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해 본회의로 넘기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빛을 발한다. 위원장 입맛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를 가속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기할 권한도 갖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이 입법부의 ‘게이트 키퍼’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률 제정을 주 업무로 삼는 국회 입장에서 법사위원장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만큼 지난 20년간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과 야당이 고루 차지해왔다. 18·19·20대 국회까지 1·2당이 법사위원장을 전반기 후반기에 나눠맡는 모양새가 유지돼왔다. 이 관례를 민주당이 깨려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응당 야당이 해야 하는 임무다. 독재 권력은 늘상 부패하기 마련이기에, 헌정 역사에서 야당은 끊임없이 여당을 견제했고 국민들을 부패 정치로부터 보호해왔다. 그러나 이런 견제 또한 마땅한 명분과 여론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이 부리고 있는 ‘몽니’는 여러모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을 뿐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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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