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빅3로 갈아타볼까

신림선, 신분당선 연장(강남-신사)이 개통하면서 추가로 철도 개통이 예정된 지역 내 신규 부동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요지를 잇는 신설 철도는 부동산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신안산선, 월곶〜판교선(월판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이 대형 교통호재로 꼽힌다. 공통점은 연장노선이나 일부 역 신설이 아닌 새롭게 개통되는 노선이란 것이다. 모두 요지를 잇는데다, GTX-B〜F 노선을 제외하면 전부 착공에 들어가 개통 시기가 가시화된 것도 장점이다.

대형 교통호재
주요 지점 연결

먼저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한양대역)에서 출발해 시흥〜광명을 거쳐 서울 여의도(약 44㎞)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역은 총 15곳이다. 여의도〜광명역까지는 단일 노선이지만, 광명역에서 시흥시청을 잇는 구간과 목감〜한양대를 잇는 ‘시옷(ㅅ)’자로 갈린다.

신안산선이 뚫리면 시흥, 안산 등지에서 여의도역까지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다. 예컨대 현재 서해선 시흥시청역 기준으로 여의도까지 가기 위해서는 50분 남짓 걸리지만, 개통 시 20분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월판선, 서해선, KTX로 갈아탈 수 있어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월곶〜판교선은 인천 송도역을 기점으로 시흥 월곶〜경기 성남 판교까지(약 34㎞) 잇는 노선이다. 총 11개 역이며, 지난해 4월 착공에 돌입했다. 개통은 2026년 예정. 월판선 예정 역인 안양역·인덕원역에서 각각 1호선과 4호선으로 환승도 가능해 서울 진입 시간이 단축되는데 개통 시 판교, 강남까지 30~40분대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GTX도 빼놓을 수 없다. GTX-A는 파주 운정〜동탄(83㎞)을 잇는다. 총 11개 역이며, 2019년 6월 착공해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GTX-B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 입구에서 서울 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경기 마석까지 총 82㎞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GTX-C는 양주 회천신도시 덕정역부터 서울 강남을 거쳐 수원역(85㎞)까지 이어진다. 

수도권 가르는 신안산선·월판선·GTX
‘가치 쑥쑥’지역 내 신규 부동산 주목

세부적으로 노선을 살펴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GTX A·B·C·D 노선의 연장과 E·F 신설 노선을 토대로 마련될 예정이다. GTX-A 노선은 경기 평택, B 노선을 춘천 연장을 공약했다. C 노선은 동두천과 평택 연장을 공약했다.

GTX-D(서부권광역급행철도)는 현재 김포〜부천 노선을 서울 강남을 거쳐 남양주까지 연장한다. 아울러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삼성역에서 경강선을 활용해 수서부터 여주까지 연결하는 ‘Y’자 노선으로 추진된다. 

신설 노선인 E 노선은 인천〜서울〜남양주 등을 잇는 수도권 북부의 동서 연결노선이다. F 노선은 고양과 부천, 수원, 하남 등 수도권 거점도시를 연결하는 순환노선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추산한 GTX 확충 사업비는 무려 20조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구체적인 GTX 노선을 확정하기 위해 현재 ‘GTX 확충 통합기획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내년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까지 완료한 GTX 노선이 발굴되면 2025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해당 노선을 반영하고, 2026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신청 등 후속 절차를 밟는다는 구상이다.

철도가 뚫리면 단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보통 착공과 개통 전후로 두 번의 시기가 가장 큰 가격 상승기로 꼽힌다. 대표적 사례로 판교〜강남을 관통하는 신분당선이 꼽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동천역 역세권 아파트인 ‘동천마을 현대홈타운 1차’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전용 84㎡ 매매가는 착공(2010년 9월) 이후 1년간 9.7%(3억7800만원에서 4억1500만원)가량 상승했다. 특히 2016년 1월 개통 후 같은 해 3월 4억9000만원에 거래돼 1년 전(4억200만원)보다 20% 넘게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이끄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하철, 철도 같은 광역 교통망 확충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안산선, 월곶~판교선(월판선), GTX-A노선의 경우 착공에 들어간 만큼 개통의 기대감이 높아 향후에도 많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안산선·월판선·GTX-A노선 수혜가 기대되는 신규 단지.

 

 

▲독산역 더라파엘= 독산역과 신독산역 더블 역세권 프리미엄 쓰리룸(방 3개, 화장실 2개) 주거용 오피스텔인 ‘독산역 더라파엘’이 분양 중이다. 독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270m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대로변 주거시설인 독산역 더라파엘은 서울 두산초등학교(병설 유치원 포함)를 도보로 30초면 가는 학세권 오피스텔로 어린 자녀를 둔 신혼부부나 초혼부부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공약 보니…

직장인과 신혼부부나 싱글 세대를 위한 실수요 맞춤형 소형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단지는 지하 1층~지상 11층 규모의 전용면적 43.17~44.11㎡, A~C타입으로 총 29실(A타입 10실, B타입 10실, C타입 9실)이 공급된다.

강남 순환도로, 서부간선도로, 수원~광명고속도로 등이 가까워 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난해 9월 개통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를 통해 서남부외곽과 서울 도심 간 교통 정체가 해소될 전망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안산과 우리나라 최고의 금융허브인 여의도로 연결되는 신안산선~신독산역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4년 개통 예정을 앞두고 있어 서울 3대 업무지구인 여의도와의 직주근접 교통 환경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신안산선 신독산역이 개통되면 더블 역세권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신안산선은 서울역에서 여의도역과 광명역을 지나 안산 한양대역까지 연결하는 광역 철도 노선이다. 3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수도권 이동 시간이 감소하여 광역 교통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직주근접
더욱 개선

분양 관계자는 “금천구재정비, 교통계획 확장, 서울의 경제중심지 육성 등 다수 개발계획 등 신규 개발 호재가 풍부한 지역으로 미래가치에 주목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롯데타운 4000여 세대 대단지 인근에 구축되어 있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가산로데오거리, 롯데시네마 등이 있어 문화, 생활환경의 편리한 인프라를 바로 옆에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차는 25대(자주식 1대, 기계식 24대)가 가능하다. 입주 예정일은 오는 12월. 납부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10% 무이자 혜택, 잔금은 80%다. 대출은 1금융권에서 최대 80%까지 가능하다.

 

 

▲안양 센트럴 헤센 3차= 다양한 개발 호재가 예정돼 상승 훈풍이 불고 있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새로운 주거형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분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2차의 성공으로 지역 내에서 검증을 완료한 ‘안양 센트럴헤센 3차’로, 지하 2층, 지상 23층 규모에 64〜75㎡의 중소형 평면 84실 오피스텔과 24세대 아파트로 구성된 주상복합건물이다. 

3Bay 아파트형 설계가 적용된 오피스텔은 공간이 실속 있게 설계돼 탁월한 주거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가전제품 일체를(냉장고,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건조대, 전실 에어컨 설치) 무상으로 빌트인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아파텔을 지향하고 있다.  


실거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을 완성하고자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사물인터넷으로 연동되는 각종 가전기기를 비롯해 공간의 활용성과 개방감을 더해주는 빌트인 시스템 그리고 청결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클린 시스템과 에너지 절약으로 가정의 경제성까지 책임지는 이코노미 시스템이 계획돼 있다. 

광역 교통망 확충 호재
착공·개통 가격 상승기

우수한 입지도 장점이다. 서울 진입 관문으로 통하는 1호선 관악역 역세권 단지다. 제2경인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강남권까지 30분대에 빠르게 연결된다. 월곶판교선의 만안역(예정)과도 인접해 있다. 신안산선의 석수역, 덕정과 수원을 잇는 GTX-C 노선의 금정역과도 가까워 교통망 확충으로 인한 지가의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중도금 60%를 무이자 혜택으로 제공해 입주 시까지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준다. 100실 미만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매도 가능하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른 아파트 청약에도 제한이 따르지 않고 유주택자의 청약도 가능하다.

 

 

▲에스아이팰리스 송파포레= ‘에스아이팰리스 송파포레’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전 세대 3Bay 중소형 프리미엄 아파트로 지하 1층~지상 13층으로 구성된다. 1인 가구 및 2~3인 가구를 타깃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63세대와 주거형 오피스텔 14실을 공급한다. 또한 상가도 12실을 분양할 예정이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은 기본 5개 타입으로 구성해 수요자들이 라이프 스타일 및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지하철 5호선 개롱역까지 도보 1분 거리, 3·5호선 오금역과 3호선 경찰병원역이 도보 10분 내외 거리에 있는 역세권에 속해 있다. 향후 송파〜하남 도시철도가 개통될 경우 강남권까지 이동 시간이 20〜30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서역에는 GTX-A 노선이 개통될 예정으로, 2023년 착공 예정인 수서역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도 눈길을 끈다. 


무이자 혜택
전매도 가능

전 세대 3Bay 구조 및 풀퍼니시드 시스템, 주방 특화설계, 고급 마감재 등으로 ‘프랙티컬 프리미엄’ 콘셉트를 완성했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유무, 주택 보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재당첨 제한 및 실거주 의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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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