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대朴 총리직 놓고 ‘복불복 게임’?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독대 빅딜설 실체



이명박·박근혜 2분여 독대…친박·친이 앙금 회복 위한 신호탄?
“다음에 만나자” “1년 기다리겠다” 소문…박 ‘MB 속도 조절’일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현 정부의 ‘속도전’을 제어하는 등 ‘뒷북 발언’이 아닌, 문제점을 따끔하게 지적하며 반기를 들었던 박 전 대표가 칼을 빼든 것이다. 그동안 서로 다른 위치에서 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영원한 맞수’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정치게임’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은 대단하다. 물론 이 대통령의 힘이 훨씬 강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강자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두 사람의 악연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시작됐고, 이후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이로 인해 갈라섰다가 합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이런 두 사람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또 한 번 만났다. 비록 친박계에서는 “아무런 전제 조건을 달지 않은 자리였다”고 말하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다. “1년을 기다리겠다”는 의미 있는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또 박 전 대표의 청와대 오찬 발언 이후 ‘속도전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1년’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고, 생일상까지 차려줬다. 게다가 박 전 대표를 옆자리에 앉혀, 그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화해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친박계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MB ‘중대 제안설’ 솔솔
박 ‘시간끌기’ 전략(?)

“MB정부가 성공을 해야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힘이 실리는 만큼 이런 차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된다’고 이 대통령에게 강조했을 뿐이다.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 전쟁 등은 절대 아니다.”

이런 까닭에 청와대 회동을 통해 이들 간의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날로 상승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주가와 때를 맞췄다는 점에서 이른바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빅딜설’이 흘러나온 뒤 구체적인 내용을 동반한 갖가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

‘빅딜설’이 정가에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일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오찬장 창가에 서서 2분여 정도 독대를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 독대 내용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정치권에서 나도는 설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1년을 기다리겠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다시 만나자”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모종의 ‘중대제안’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시간 끌기’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정치지형을 뒤바꿀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중대제안’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최근 소통정치를 강화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이 절실한 상태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안정기조로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속도전’을 강조했던 MB정부와 여권에서 ‘속도전 조절’에 나섰던 것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만 해도 홍준표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청와대 오찬회동은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고, 급기야 한나라당은 각종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비정규직법안 등 민감한 쟁점법안은 아예 4월 임시국회로 미루거나, 미디어 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 등은 야권과 타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여여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여당 내 야당인 박 전 대표의 의견에 동조, 국정 동반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딜설’ 과정에서 나온 말들 중 “1년을 기다리겠다”, “다시 만나자”는 의미에 대한 해석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2분여간 독대 과정에서 회자됐던 ‘중대 제안설’의 주된 요지는 ‘국무총리나 대북특사’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박근혜 국무총리설·대북특사설’은 꺼지지 않는 불씨로 살아있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는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과도 직결되어 있어 ‘남북 관계 대립’, ‘친이-친박 계파갈등’, ‘경제 위기론’ 등에 휘말려 있는 MB정부의 현 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MB정부 실패 시 ‘공동책임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종의 ‘중대 제안설’은
‘총리·대북특사 제안설’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MB정부의 성공은 필수조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박근혜 국무총리설·대북특사설’ 등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이상 유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것. 또 친이-친박이 소외되지 않고 원만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비책(秘策)임은 분명하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전에도 그랬듯 여전히 유동적이다. “1년을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 역시 이 대통령과의 신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4월 재보선 후보자 공천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친박계에서는 벌써부터 4월 재보선 후보 공천권을 친이계 인사들이 독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천권을 나눠 가질 수 없고, 지난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친박계 인사들을 배제할 것이란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친박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그 경우) 4월 재보선 유세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칠 정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 전 대표가 말한 “1년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는 이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비롯해 대선가도를 놓고 치밀한 계산을 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으로 풀이된다. 즉 이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공동책임론을 의식해 이 대통령의 ‘중대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과 ‘이별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복잡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얼마든지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MB정부와 손을 잡으면 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이를 거부하면 ‘공동책임론’에 휘말려 대선 가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향후 행보 고민 중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에 대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번에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만났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1년을 기다리겠다’고 발언한 것은 다른 계파 쪽에서 흘린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박 전 대표가 손잡으면 이 대통령이 뒤통수를 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공동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측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이고, 내부적으로 큰 이견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탈당을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2분여 정도 독대한 배경과 여권 내에서 ‘속도전’을 조절한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간의 독대 내용을 둘러싼 궁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권 주변에서는 빅딜설을 떠나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상태다. 과연 박 전 대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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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