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지방선거 5대 승부처 라인업

‘찜찜한 0.73%’ 대선 연장전 승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마쳤다.

앞서 2018년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을 가져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중 대구시장·경북지사 단 두 곳만을 사수해내며 참패했었다.


무소속 출마 후 훗날 복당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합쳐도 세 곳뿐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성추행 논란으로 나란히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모두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뒤집힌 민심은 대선까지 유지되면서 정권교체의 불씨가 됐다. 특히 서울 민심이 대선 승패의 분수령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보궐선거와 대선을 관통한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선택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초의 4선 서울시장’ 타이틀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붙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열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전 후보를 약 18%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오 시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 시장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이후 현장 일정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울러 공식 후보등록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미루며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비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잠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2일 서울 송파구로 이사하면서 금세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 이후에도 공천에서 잠시 배제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100%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본선 후보로 확정됐다.

윤심 vs 명심 끝장 대결 민심은?
광역지자체 최대 격전지 전황은?

민주당이 송 전 대표라는 중진 인사를 배치했음에도 ‘험지’ 서울의 초반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 시장이 20%p 내외의 제법 큰 격차로 송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변수는 남아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견제론’이 급부상하면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가 역전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20%p 이상 앞서다가 선거에서 지는 경험을 두 번 했다. 종로, 광진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제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제21대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모두 낙선한 바 있다.

인천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재격돌한다. 인천시장 자리를 두고 벌인 양당의 쟁탈전은 꽤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안상수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데 이어,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송 전 대표의 재선을 막았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현 인천시장이 유 후보를 제쳤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면서, 유 후보가 지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판세는 유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유 후보가 박 시장에게 조금이나마 앞서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돼왔다.

다만 큰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였던 송 전 대표의 의석을 이 고문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계양을에 출마하는 동시에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일명 ‘이재명 등판론’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와 각 주자는 약 열세거나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 지역 지원을 위해 “이 고문이 직접 뛰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천시장 선거가 초박빙이나 민주당 쪽 열세로 나오기 때문에 ‘단순히 지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뛰면서 견인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이번 지방선거 성패가 달려있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우리 출마자들에게 동력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고문 출마가)유효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고문 출마가 확정되면서 인천시장을 비롯한 수도권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청문회까지


강원도에선 기사회생한 이들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불교 관련 발언 논란으로 한차례 컷오프됐다가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011년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가 앞서 기소된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뒤 야인으로 지내오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권유받았고, 결국 이 후보가 이를 조건부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이 후보를 강원지사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약 10년 만의 지사직 재도전이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가 3선에 성공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 민심이 다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 30%에 육박하는 격차로 최 지사를 밀어줬던 강원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반 득표를 안겼다. 이 고문 득표율과는 13%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이 같은 민심 흐름이 김 후보의 초반 우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10%p 안팎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원주권, 춘천권, 강릉권, 삼척권 등 도내 모든 권역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원주권에서도 김 후보가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다. 김 후보는 60세 이상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세종시장 선거는 행복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출신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세종시장 선거 후보로 이춘희 현 시장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시장은 노무현정부 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세종시 설계자’임을 강조하며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에 성공한 이후,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내리 당선돼 8년째 세종시 행정을 도맡아왔다.

이 시장은 “세종시를 설계하고 도시 골격을 만든 사람”이라며 “세종시를 완성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응답해 ‘대한민국 행복 1번지 세종시’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최 후보와 똑같이 행복청장을 지냈지만 나는 행복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한 데다 세종시장으로도 8년째 근무하고 있다”며 “세종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강조했다.

제5대 행복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는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소청심사위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책통이다. 공직을 떠난 후 옛 새누리당 후보로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재기를 노리다 이번에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 전 청장은 “세종시의 빚은 4450억원에 달하고, 청렴도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맡아온 지난 8년간 세종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는 그동안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세종시정을 바라봐온 게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신도시인 동과 농촌 지역인 읍·면 간 표심이 뚜렷이 대비된다는 점이 특징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세종시에서 44.1%의 득표율로 51.9%를 가져간 이 고문에게 7.8%p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조치원읍 등 9개 읍·면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선 국면에 들어 지지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희소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회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에서 무려 53%p의 득표율 차이로 참패한 바 있다.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출범 이후 계속해서 민주당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지역이다.

선거 앞두고 
극한 대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는 경기도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심과 명심의 ‘끝판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양당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친윤(친 윤석열)·친명(친 이재명) 세력의 총력 지원이 이어지면서 대리전 양상이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초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당심에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대변인을 맡던 시절 출마설부터 경선 승리까지, 김 의원 뒤에는 항상 ‘윤심’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본선 무대에 오른 뒤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의 주요 선거전략 중 하나는 윤석열정부와의 정치적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날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역시 이재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본선 캠프에도 ‘이재명 사단’이 대거 합류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이 고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결과 나오고 바로 이 고문과 통화했는데, 돕겠다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서울 큰 격차, 경기는 초박빙 형세
민, 강원·세종·인천 사활 방어전

한편 양당의 첨예한 신경전 속,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왔다. 조사마다 순위도 뒤바뀌는 등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동연 후보는 중도·진보층에서 우세를 굳히고 있다. 김은혜 후보는 고령·보수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 양측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가 높다는 진행자 질문에 “경기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은혜 후보가 MBC 앵커,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등의 이력을 가진 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김은혜 후보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을 당당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저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며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그는 글 말미에서 “김동연 후보는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와 당선인을 줄곧 비판하며, 이재명 전 지사를 승계하겠다고 한 것 이외에 경기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의아해 하시는 도민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사 선거 판도를 뒤흔들 변수 역시 보궐선거다.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김은혜 후보가 내려놓은 분당갑 지역구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 고문 출마에 ‘맞불’을 놨다. 분당갑 지역구에는 안 위원장이 세운 안랩 등 여러 IT회사들이 몰려있어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전 대선후보들이 수도권 선거에 뛰어들면서 수도권 판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누구의 영향력이 더 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운 걸었다
양당 총력전

한편 양당은 오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신청을 마친 뒤 19일부터 공식 선거기간에 돌입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윤석열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눈길이 다음 달 1일로 모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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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