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과학여행 ①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지질 변천사

‘먼 옛날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최초 생명체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에는 어떤 생물이 살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단번에 풀어주는 재미난 학습 공간이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지구 탄생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생물이 등장했다 사라졌는지 살펴본 뒤 화석 탁본을 뜨거나 증강현실(AR) 체험을 해보자.

강원도 태백은 인근 영월, 정선, 평창과 함께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이다. 크기와 종류가 각양각색인 삼엽충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 삼엽충은 고생대 바다를 주름잡던 생물이다. 삼엽충 화석이 나왔다는 것은 이 지역이 예전에 바다였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미국 유타가 삼엽충 화석지로 유명하다. 고생대 말까지 번성한 삼엽충은 약 2억5000만년 전에 일어난 후기 고생대 대멸종 때 사라졌다고 한다.

다양한 볼거리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이런 배경이 있는 고생대 지층에 들어선 유일한 박물관이다. 이름처럼 고생대 전문 박물관이지만, 선캄브리아대부터 고생대와 중생대를 거쳐 신생대까지 지질시대를 아우르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인다. 2층 전시실에서 선캄브리아대~중기 고생대 생물을 만나고, 3층 후기 고생대~신생대 전시실을 둘러본 다음, 1층으로 내려와 체험 활동에 참여한다.

관람에 앞서 지질시대 구분과 시대별 중요한 사건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지질시대는 크게 넷으로 나눈다. 선캄브리아대는 지질시대 중 가장 오랜 기간으로, 최초 생명체인 박테리아가 등장했다. 뒤이은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로 구분한다. 둘씩 묶어 전기 고생대, 중기 고생대, 후기 고생대라고 한다. 육상식물, 어류, 파충류가 이때 나타났다.

가장 많이 들어봤을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눈다. 공룡의 등장과 멸종이 모두 중생대에 일어났다. 신생대는 3기와 4기로 구분한다. 6500만년 전인 신생대 4기에 드디어 인류가 등장했다. 지구를 본떠 만든 전시실 입구 바닥에 46억년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나눠 표현했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 역사는 찰나에 불과하다.


2층 고생대 전시실의 주인공은 단연 삼엽충이다. 국내외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화석과 거대한 모형이 눈길을 끈다. 고대 바닷속을 생생하게 재현한 4면 몰입형 영상 체험 존도 인기 만점이다. 삼엽충은 눈이 있는 최초 생물로 알려졌다. 절지동물에 속하고 몸은 가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기는 대개 수 ㎝지만, 90㎝에 달하는 표본도 있다. 지금까지 모든 대륙에서 1만5000여 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3층은 삼엽충을 포함한 생물 96%가 사라진 후기 고생대 대멸종, 공룡의 시대로 알려진 중생대의 시작과 끝, 인류의 출현 등 시간순으로 간략하게 전시한다. 공룡 골격, 축소 공룡 모형, 2004년 제주 바닷가에서 발견된 구석기인 발자국 화석 등이 흥미롭다.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
각양각색 삼엽충 화석 발견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2~3층을 돌아다니는 로봇과 자주 마주친다. 올해 처음 도입한 자율 주행 안내 로봇으로, 관람객을 찾아다니며 도슨트 역할을 한다. 전시물 해설과 편의 시설 안내는 물론, 관람객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다. ‘로봇이 찍어주기’ 기능을 선택하면 전면 카메라로 촬영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준다.

1층에 내려오면 체험전시실이 기다린다. 자석 퍼즐로 삼엽충 맞추기, 화석으로 고생대 생물 알아보기, 탁본 뜨기 등 놀이와 학습을 겸한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고생대 생물을 프린트한 원판 뒷면 QR 코드를 카메라에 대면 입체형 생물이 화면에 나오는 증강현실 체험도 있다. 삼엽충 만들기, 컵에 삼엽충 그리기처럼 시간이 정해진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박물관 주변은 고생대 퇴적 지형과 화석을 관찰하는 자연 학습장이다. 구문소(천연기념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걸어보자. 구문소는 고생대에 황지천과 철암천 물줄기가 지하 동굴에서 만나 석벽을 깎아 만든 독특한 지형이다. 높이 20~30m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아래 깊은 웅덩이가 있다. 박물관 앞을 부드럽게 흐르던 물길이 구문소에 가까워지자 포말을 일으키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구문소 서쪽 도로에 일제강점기에 뚫은 굴이 있다.

구문소를 지난 황지천 물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 본류가 된다. 시내 중심부 황지가 발원지다. 황지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명승)와 함께 태백의 자랑이다. 상지, 중지, 하지 3개 못으로 이뤄진다. 상지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굴이 있어 하루 5000t가량 물이 솟아나고, 연중 9~11℃를 유지한다고 한다. 시내에 묵는다면 복원된 황지천 물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다.


박물관 근처에 아이들이 반길 만한 곳도 있다. 국내 최대 안전 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이다.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안전을 주제로 교육과 놀이 시설을 결합했다. 4D 시뮬레이터 구명보트와 가상 소방 헬기를 타고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체험은 웬만한 테마파크 놀이 기구 뺨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문필봉 정상에 오르면 야외 체험 시설 챌린지월드가 있다.

몽토랑산양목장

요즘 태백에서 가장 잘나가는 신규 관광지로 몽토랑산양목장을 꼽는다. 해발 800m 고원에 자리한 목장은 알프스를 닮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산양 먹이 주기, 새끼 산양 젖 주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어 아이들과 가기 적당하다. 카페를 겸한 판매장에서 산양유크림빵, 산양유블루베리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등 별미도 맛보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창 너머 시원한 풍경 덕에 SNS 포토 존으로 인기다.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봄을 만끽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둘째 날: 황지→몽토랑산양목장→매봉산 바람의언덕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www.paleozoicgp.com
- 365세이프타운 www.taebaek.go.kr/365safetown
-  몽토랑산양목장 www.mongtorang.co.kr  

문의 전화   
-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667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3003
-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4
-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8~21회(06:00~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35~19:10) 운행, 3시간20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태백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10m 이동,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북영주 방면→봉현교차로에서 단양·영주·봉화 방면→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방면→황평교차로에서 동해·태백 방면→태백교차로에서 석포·동점·철암 방면→사군드리길 방면→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숙박 정보
-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카스텔로리젠시태백관광호텔: 태백시 연지로, 033)553-2211
- 태백산민박촌: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https://reservation.knps.or.kr/main.action(국립공원공단예약시스템)
-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www.guesthousebluemoon.co.kr

식당 정보
- 현대실비식당(등심·갈빗살):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6324
-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 김서방네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시장남1길, 033)553-6378
- 구와우순두부(순두부·모두부): 태백시 구와우길, 033) 552-7124, 554-7223
- 들빛정식(영양돌솥정식·고추장더덕삼겹): 태백시 먹거리1길, 033)553-9446

주변 볼거리
상장동벽화마을, 철암탄광역사촌,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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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