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④장흥 선학동유채마을

들판에 가득한 노란 봄

봄이 왔다. 동백나무를 시작으로 산수유, 매실나무, 개나리, 벚나무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 여기에 유채가 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들판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은 유채 하면 제주를 떠올리지만, 장흥도 못지않다. 선학동유채마을은 해마다 봄이면 노랗게 치장하고 상춘객과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은다.

유채꽃을 보러 가기 전, 잠깐 장흥의 문학에 대해 알아보자. ‘장흥에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편제〉의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생의 이면〉을 쓴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문인들이 장흥 출신이다. 시인으로는 김영남, 이성관, 이한성, 박순길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가는 단연 고 이청준 선생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끌었으며, 장흥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다.

장흥의 문학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이 회진면 진목마을이다. 그는 중편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마을 풍경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목마을에 가다 보면 멀리 득량만 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이 노랗게 물든 것이 보인다. 마을 주변 논밭에 유채꽃이 가득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선학동에서 한 달 살기를 체험했는데, 이 길을 걷는 장면이 나왔다.

선학동유채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비워둔 논과 밭에 보리를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보리를 수매하지 않아 대체 작물로 유채를 파종했고, 이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4년 전남 경관우수시범마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뜰마을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장흥9경에 들었다. 유채밭이 마을을 싹 바꾼 셈이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원두막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작가들도 몽환적인 이 풍경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 잡는다. 유채밭은 30~6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원두막에 가만히 앉아 노랗게 흔들리는 유채꽃을 바라보노라면 온몸에 봄이 스며드는 것 같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유채밭을 나와서는 진목마을로 가자. 마을 입구에서 좁은 골목을 돌아가면 이청준 선생의 단편 〈눈길〉에서 어머니가 “다섯 칸 겹집에다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고 자랑한 생가가 보인다. 조그만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봄이면 상춘객·사진작가 불러 모아
한국 현대문학 빛낸 장흥 출신 문인들

마을 동쪽에는 옛날에 포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간척해 논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어릴 때만 해도 밀물이 들 때면 바다에 드리운 산줄기가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한다. 선생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남도 사람〉 가운데 한 편인 〈선학동 나그네〉를 썼고,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었다. 마을 갯가 둑에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방앗간 겸 선술집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일지매〉 〈꽃할배 수사대〉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마다 물축제를 여는 장흥은 물을 주제로 여행할 수도 있다. 읍내에 자리한 탐진강 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적당하다. 저녁 무렵 장흥대교나 예양교에 올라 탐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봐도 운치 있다.

아이들과 떠난 길이라면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에 가볼 것을 권한다. 장흥댐은 탐진강 하류의 홍수 피해를 막고, 전남 9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 댐을 건설하면서 장흥군 유치면과 부산면, 강진군 옴천면에 살던 697세대가 수몰됐는데, 물문화관에 수몰 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다. 1층 역사문화실, 2층 워터리움과 전망대로 구성되며 수자원의 중요성, 물의 원리를 살펴보는 과학 놀이 등 흥미로운 체험 거리가 많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장흥군이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봄 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에 산책로가 있으며,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장흥은 ‘정남진’으로도 불린다. 광화문 기준으로 정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남진전망대는 10층 높이로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가면 통일정원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한반도의 정동진(강릉)과 정남진(장흥), 정북진(중강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남진전망대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우의 진한 맛과 표고버섯의 감칠맛, 관자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들판과 산,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맛보는 별미다. 장흥 읍내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식당이 많다.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고 식당에 상차림 비용을 내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둘째 날: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 061)860-3302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50~16: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산행 버스 이용, 용산정류소에서 회진행 버스 환승,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대덕·진목행 버스 이용, 선학동 정류장 하차, 선학동유채마을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장흥시외버스터미널 061)863-903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톨게이트→문흥 JC에서 제2순환도로·화순·동광주 방면→소태톨게이트→지원교차로에서 화순·지원동 방면→이양교차로에서 품평리·금능리·장흥 방면→오류삼거리에서 순천·장흥·보성 방면→순지교차로에서 천관산·관산 방면→회진로→선학동유채마을

숙박 정보
- 해오름펜션: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288, www.heorm.co.kr
- 스테이1978: 장흥읍 장흥로, 010-2003-8400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 여다지회마을(갯장어샤부샤부): 안양면 한승원산책길, 061)862-1041
- 장흥다원(청태전): 안앙면 기산길, 061)863-8758, https://jangheungdawon.com
- 싱싱회마을(된장물회): 장흥읍 동교3길, 061)863-8555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매생이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유치자연휴양림, 천관산문학공원, 남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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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