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박원순 보고 안철수 보는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8 12: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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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정치실험 성공할까?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현재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아무런 행정경험도 없는 그가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국민들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방법이 있다. 안철수 닮은꼴 박원순 서울시장을 살펴보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박원순을 보면 안철수가 보이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닮은꼴이다. 두 사람 모두 행정경험이 일천하지만 박 시장은 인구 1000만 서울시의 수장이 되었으며, 안 원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다. 두 사람 모두 정당에 속하지 않은 채 선거에 임한 점, 여권의 상대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특히 안 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었음에도 후보직을 박 시장에게 흔쾌히 양보하고 선거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안 원장 스스로도 박 시장과 자신의 정책적 성향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지난 시정운영을 살펴보면 안 원장의 국정운영 방향도 엿볼 수 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출신 사회운동가다.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한겨레 논설위원, 참여연대 사무처장, 법무법인 산하 고문변호사를 역임한 바 있다. 시민운동가로서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변호사이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지냈다.

두 사람은 닮은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안 원장과 박 시장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정치권에선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된다. 당시 50%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던 안 원장이 고작 5%의 지지율을 보이던 박 시장에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후보직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후보직을 양보한 이유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에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서 서울시장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양보에 대해 대권출마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분석했지만 50%의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단 5%의 지지율을 가진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단일화한 것은 유래가 없는 정치적 사건임에는 틀림없었다.

박 시장은 단일화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시장직 자리를 원한 게 아니다. 진정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박 시장은 전체 투표수 가운데 53.40%인 215만8476표를 획득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고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박 시장은 별도의 인수 기간 없이 다음 날 오세훈 전임시장을 낙마시킨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예산지원 결재를 첫 업무로 시장 집무에 들어갔다.

어느덧 박 시장은 취임 1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이러한 박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금까지 서울시장 직을 수행하며 큰 성과라고 할 만한 것들도 없지만 큰 실책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 덧 1년, 무난한 시정운영은 호평
일각에선 인기영합주의 비판도 거세

물론 박 시장에 대한 논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박 시장은 지난 2월9일 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개포지구 재건축 소형 평형 비중을 50%까지 확대하도록 요구했는데 이를 놓고 큰 논란을 겪었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 평형 확대 요구에 반발하는 주민들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시장은 60평대에 살면서 우리는 계속 소형주택에 살라는 것이냐. 우리도 조금 더 큰 집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 시장의 취임 후 4개월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2조원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박 시장의 주택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라 결국 서울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이 서울시립대학교의 2012년 등록금을 50% 삭감하며 대한민국 역사상 첫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서울시립대의 경우 이미 연간 평균 등록금이 시내 타 대학의 절반 수준인데다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지방 출신인데 이를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냐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시장은 이 같은 결정이 타 대학으로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시의 예산을 투입해 특정 한 개의 대학만 반값 등록금을 실시한 것은 진정한 반값 등록금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서울 시내 타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에 고통받고 있다. 이들을 구제할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의 SNS시정도 논란의 대상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SNS를 통해 시민들의 불만사항과 건의사항을 실시간으로 청취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9급 공무원들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직접 해결해 주며 인기영합주의 전략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서울시의 발전방향과 같은 큰 틀을 잡는 게 시장이 할 일"이라며 "하수도가 막혔다는 민원이나 직접 해결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인기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평가는 국민이

하지만 박 시장의 SNS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그런 사소한 민원도 실제로는 잘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나서는 것 아니냐"며 "민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시장이 할 일"이라고 맞섰다.

한 정치전문가는 "시정과 국정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의 업적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 된 것이 아닌가? 박 시장과 안 원장의 정책적 성향 또한 매우 유사한 만큼 박 시장을 통해 안 원장의 국정능력을 검증해보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박 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국민 개개인이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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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연금개혁의 굴레

‘출구 없는’ 연금개혁의 굴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차곡차곡 쌓아온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2055년에는 곳간이 텅 빌 것이라고 우려한다. 17년 동안 꿈쩍 않던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상처만 남긴 채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지난 3월 연금개혁안이 발표됐다. 이해관계자 34인과 연금 전문가 10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으로 압축됐다. 0에서 100까지 무수히 많은 숫자에 셈법을 더해 간신히 두 가지 안으로 간추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마저도 선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17년째 평행선 더 내고 더 받는 1안은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기능 강화’와 ‘지속 가능성’을 골자로 한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장기간에 걸쳐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는 것이다. 해당 안을 채택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61년으로 현행 대비 6년 연장된다. 2안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했다.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년 이내 12%까지 인상하자는 것이다. 2안의 기금 소진 시점은 현행 대비 7년 연장된 2062년이다. 그동안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소득대체율은 고차방정식으로 여겨진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만일 소득대체비율이 50%라고 치면 연금액은 가입 기간 소득의 절반에 달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연금개혁을 통해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 반대인 소득대체율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1안과 2안을 바탕으로 네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열고 결과를 도출한 뒤 21대 국회 안에 연금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개혁안이 발표된 시점은 지난 3월로 4·10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표심이 떨어질까,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4월14일 연금특위 산하 공론위원회는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을 주제로 숙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은 두 번째 토론회로 그동안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놓고 충돌한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노후 소득을 강화함으로써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자는 ‘소득보장론’과 다가올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재정론’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소득보장론은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재정론은 혜택 없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기존 가입자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날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론에 힘을 실었다. 남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2030세대가 26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이들이 돌려받을 연금은 현재가치로 대략 66만원이다. 이는 노후 최소생활비 124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2055년 곳간 빈다” 살벌한 경고 합의되나 했더니 이번에도 공회전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가입 기간도 늘리는 노력을 해 국민연금으로 95만에서 1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게 하자”며 “여기에 기초연금을 얹어 노후 최소생활비를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재정안정 중시론을 주장했다. 석 교수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은 현행 40% 에 비해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개악”이라며 “초고령사회로 가는 한국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둔 개혁방안과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적립 기금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연금 적립 기금이 10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보험료율은 인상하면 기금 규모와 수익 규모가 더 커져서 향후 보험료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 차례의 토론 끝에 지난 4월22일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56%가 더 내고 더 받는 1안, 즉 소득보장론을 택했다. 재정안정론인 2안을 택한 이들은 42.6%였다. 당초 1차 조사에서는 1안을 선택한 비율이 2안보다 낮았지만 2차 조사에서는 결과가 역전됐다. 시민대표단이 숙의 과정과 토론을 거칠수록 소득보장론인 1안이 타당하다고 본 셈이다. 국회로 돌아온 여야는 곧바로 논의에 착수했지만 초반부터 사사건건 부딪쳤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전 의원은 1안에 대해 ‘개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에 따르면 수지 균형의 측면서 보험료율 1%p를 인상할 경우 보완 가능한 소득대체율은 대략 2%p다. 1안의 주장대로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4%p 올린다면 소득대체율은 48%가 되는데, 1안은 이보다 2%p 더 올랐으니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라는 측면서 명백한 개악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을 우선시한 국민의 뜻”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연금특위 일동은 입장문을 내고 “공론화위 결과를 존중한다”며 21대 국회 내 입법 성과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지난 4월29일에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연금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서 논의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모두 빈손이었다. 21대 국회서 연금개혁을 매듭짓자는 민주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해당 논의를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조급하게 해법을 내지 않고 22대 국회서 차근히 풀어내자는 뜻에서다. 43? 45? 문제는 숫자 결국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지난 4월30일 여야 연금특위 위원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날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준 전 의원은 “21대 국회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연금개혁에 합의하려고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의지 없이 22대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맥이 풀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논의를 22대 국회서 다시 논의하자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대표로 나온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국회서 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취지였다”며 “22대로 넘기자는 취지는 아니었다. 바람직한 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를 봤지만 가장 복잡한 소득대체율은 놓고는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이 45%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안정을 위해 43%까지만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다층적인 구조개혁 논의 없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만 논의해서는 연금개혁을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구조개혁이 먼저 이뤄지는 게 이번 논의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지난 7일 연금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진통 끝에 보험료율에 대한 합의만 도출하고 소득대체율은 2%p 차이를 두고 결렬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여야 간사는 소통관서도 설전을 벌였다. 갑론을박이 길어지자 중간에 서 있던 주 의원은 난처한 듯 웃음을 지으며 이들을 말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도 유 전 의원은 소통관 1층서, 김 전 의원은 2층서 각각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저마다 의견을 피력했다. 김 전 의원은 “보험료율이 1%p 올라가면 소득대체율은 2%p 올라가는 게 맞다”며 “소득대체율 2%p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걸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 2%p 차이가 17년 동안 못했던 연금개혁을 파탄시킬 만큼 중요한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끝자락서… 이제야 왜? 반면 유 전 의원은 의견을 달리했다. ‘2%p 차이에 대한 김 의원의 의견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연금 고갈 시기는 1~2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누적적자 수치는 1000조씩 늘어난다”며 “‘이 수치는 계산이 틀리다’ ‘합의된 수치가 아니다’ 등은 공론화 과정서 빠졌다. 이런 수치를 봤으면 젊은 세대들은 (생각을)바꿨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연금특위 공론화 과정서 모수개혁만 하고 구조개혁은 논의가 안 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승 지점을 앞에 두고 몽땅 원점으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자 여권 내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43%와 45%의 중간인 44%로 타협하자는 의견까지 내놨다.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21대 국회 폐원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달 23일에서다. 이날 민주당 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민주당은 연금특위 개최를 요청했다.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서라도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며 연금개혁의 공을 용산으로 던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SNS에 “소득대체율 45%안은 민주당이 주장한 안이지 윤정부의 안이 아니다”며 “이런 거짓말들로 인해 연금개혁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서 꼭 개혁해야 한다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정치 공세에 연금개혁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연금개혁을 놓고 여야의 입씨름이 오가면서 논의는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돌연 “다 양보하겠다”는 말과 함께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료율 9%→13% 합의 소득대체율 놓고 팽팽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이마저도 또 다른 이유를 대면서 회피한다면 애당초 연금개혁의 의지가 없었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라며 “지체 없이 입법을 위한 구체적 협의에 나서달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주장에는 구조개혁을 포함한 부대조건이 포함됐는데 이는 쏙 빼놓은 채 마치 민주당이 선심 쓰듯 44%로 양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김 의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정치적 이유로 21대 국회서 무조건 개혁하지 못하게 하려는 억지 주장”이라며 “구조개혁을 이유로 모수개혁을 미루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한번에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인 만큼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당초 본회의가 예정된) 5월28일 하루에 다 하면 좋겠다”며 “다만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27일이나 29일에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시간을 갖고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서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맞추면서 원포인트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실 역시 여야 간 수치에 대한 밑그림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21대 국회가 문을 닫았다. 연금개혁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25억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손에 쥐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연금개혁안이 언제쯤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026년 지방선거과 2027년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여야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법을 찾아서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 합의로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린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소득대체율 부분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가 40%대서 1%p를 놓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지만 전문가 입장서 봤을때 소득대체율이 60~70%까지 올라야 퇴직 후 사망 전까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퇴직 연령이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정해진 정년까지 근무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연금개혁은 노인뿐만이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를 위한 쟁점”이라며 “이런 측면서 청년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