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휘둘리지 않는 '불사조'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호남의 비난보다 나라의 위기가 먼저였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호남 행보를 지원해온 인물이다. 호남에서만 4선을 지냈던 박 위원장의 지지는 당시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무게감을 가진 호남 인사의 지지는 성공적인 결과로 귀결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 기록을 갈아치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4번 구속, 4번 무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이 가진 이력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를 불사조라 부른다. 이런 이력은 그를 더욱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로 만들었다. <일요시사>는 박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지지를 선언한 이유부터 풀어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정계 은퇴를 했다가 복귀하셨습니다. 

▲저는 정계은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정치를 할 계획이 없다” 정도만 언급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취임준비위원장 역시 정치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서 대통령 취임식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윤 당선인이 요청했습니다.

앞선 상황에서 윤 당선인 후보 시절 그의 지지를 표명했고, 윤석열정부 출범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하는 게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윤정부가 순조롭게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밀알’의 역할을 하는 게 책무라 여기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호남 출신 정치인이십니다.


▲정계에 입문할 때 민주당의 아성이라는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습니다. 과거 민주당으로부터 입당을 강하게 요청받은 적도 있습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국회부의장까지 했으나 민주당 공천은 딱 한 번 받았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세가 높은 호남이지만 꼭 호남의 정서와 지지 분위기에 따라가야 할 의무가 없었던 인물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민주당에 있을 때도 계파 색이 없는 중도를 걷는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수로부터 보호나 비호를 받은 일도 없고, 독자 생존과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반드시 정권이 교체돼야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랐습니다. 신념과 판단 속에서 윤 당선인 지지 선언까지 이르게 된 셈입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저는 호남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호남인으로부터 거센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난과 비판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기에 빠진 나라 상태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나라가 위기의 늪 속으로 빠진 형국에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일정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직 정치인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사명과 책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마음 아팠습니다. 이런 까닭에 윤 당선인의 존재를 통해 정권 교체 필요성을 인식했고, 정권교체의 확실성을 예견한 점이 그를 지지한 이유입니다.  

-윤 당선인에게는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윤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은 대선에서 0.73%p 득표율 차라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개혁과 다양한 사회 변화를 예고 중입니다. 앞으로 윤 당선인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정부를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엔 아직까진 첩첩산중인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여소야대의 상태라 야당과의 협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사 문제 차기 정부에 넘겨야 
‘여소야대’ 타개 위해 늘 소통

그렇지 못하면 윤 당선인은 소위 말하는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물 대통령이 된다면 정권교체의 의미도 소멸되고, 국민과 국가에게도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야당을 존중하고 수시로 소통과 대화하면서 윤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냈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실천해야 합니다.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능동적이며 적극적이고 합리적, 계획적으로 신속하게 과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나가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언론에서는 검찰이 제 친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친정에서 4번 구속됐고, 4번 무죄를 받았습니다. 이런 저를 두고 일각에선 오뚜기, 불사조라고 합니다. 저는 과거에 겪었던 수모가 한탄스럽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검사는 확실한 법리해석에 기반해 죄를 묻고, 유죄를 받는다는 확신과 판단 속에서 기소해야 합니다.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고 권력의 압력과 지시에 굴종해 죄 없는 사람을 수사, 구속하고 기소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된 검찰에 의해서 구속됐다가 무죄를 받는 일이 없도록 개혁돼야 하는 게 검찰개혁의 제1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신구 권력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하를 건네고, 독려했다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회동 이후 문정부의 태도가 아쉽습니다. 떠나는 정부는 다음 정부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차기 대통령이 정부와 일할 사람을 임명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임명권을 현 대통령이 가졌다고 해도 차기 대통령의 의견을 듣고 서로 합의를 해서 인사를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또 인사 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불요불급한 인사가 아니라면 취임날짜가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에게 인사를 맡겨도 됩니다.

그동안 문정부에서 장관이나 대통령 임명직 공석 기간이 몇 개월씩 이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문정부는 무리한 알박기 인사를 하지 않고 불필요한 국민 비판을 피하는 게 맞습니다. 그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사권입니다. 

-차기 윤정부의 기조가 문정부와 반대로와 가는 느낌입니다. 

▲국가는 영속적으로 존재하고, 유지하고 관리돼야 합니다. 5년 임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전임 정부에서 했던 일이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윤정부가 맹목적으로 문정부와 반대로 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탓에 개혁 작업을 해야 합니다. 

문정부에는 국민에게 지탄과 비난을 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 같은 것입니다. 해괴한 이론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주저앉게 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 밖에 부동산 문제, 실업 문제, 원자력 문제, 인사 문제, 북한과의 관계 문제 등 여러 가지 정책의 실효성이 제대로 발휘되는지 문정부 때 이미 건의됐습니다. 윤정부는 이런 문제를 새로 고치는 것뿐 입니다.

다만 고칠 분야가 많은 탓에 문정부와 반대로 간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앞으로 윤정부는 문정부가 잘한 것은 계승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합니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거국적 중립내각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거국 중립 내각이라는 게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항상 제기되는 전략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이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중립 내각을 구성하려면 야당에서 동의해줘야 하는데 동의해줄 것인가는 윤 당선인이 풀어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절반만 윤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국민과 정부가 따로 간다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불행은 국민한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윤 당선인에게는 지지자도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윤정부는 이런 점에서 성공을 위해 뛰어야 합니다. 반대하는 분에게도 성공의 열매와 과실이 돌아올 수 있는 탓입니다.  

결국은 정부가 성공하냐 못하냐는 국민이 얼마나 함께하느냐에도 달렸습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종국적으로 국민이 만들어내는 겁니다.

검찰은 정치적 독립, 중립 중요 
국민과 어떻게 어디로 갈지 고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게 뭐냐에 대해 어떻게 해답을 이끌어낼 것인지 결론내려야 합니다. 결국 국민을 ‘어떻게 어디로’ 모시고 가겠다는 게 중요합니다.

-취임준비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취임 준비는 첫째로 취임식 준비가 있고, 윤 정부의 5년의 국정철학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취임사 준비가 있습니다. 또 취임식에 누가 참여할 것인가 하는 초청 분야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분야입니다. 많은 생각과 여러 지혜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취임식 장소가 국회로 결정됐습니다. 

▲국회 앞마당으로 확정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장소를 물색해서 답사하고 검토했습니다. 국회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취임식을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하는 게 상징성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참석 인원 규모를 예상해볼 때 수용 할 수 있는 면적은 국회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화 시대, 국민 통합과 화합을 열기 위해서 광주를 비롯한 지방에서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어서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 규모면에서 접근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관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는 어떤 내용이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일각에선 5·18 광주민주화 운동 관련 내용도 반영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윤 당선인도 후보 시절 5·18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기반이 되는 일이고, 해당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헌법이 개정되면 전문에 그 정신을 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사는 간단·명료하면서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합니다. 취임사의 전체 기조와 맥락에 합치가 되는지에 대해 적합한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위원회가 내세우고 있는 기조가 궁금합니다.

▲취임사는 5년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임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취임식이 이전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늘 필요합니다. 현재는 기획사를 확정해 여러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취임준비위원회 속에는 취임식 기획위원회가 있습니다. 해당 분과에서도 어떤 기조로 가야 하겠다는 것에 대해 여러 논의를 활발히 하는 중입니다.

-위원회에 다수 전문가를 영입하셨습니다.

▲취임사 준비위원이 16명인데, 각계 분야 전문가들입니다. 세대별로 30대부터 70대까지 전문 위원들 집필위원 구성돼있습니다. 대학교수부터 전문 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실무적으로 사회에서 활동했던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전문성을 평가받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취임식에 참석하는 분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윤 당선인에게 취임식 초청과 관련된 사안을 보고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공감, 화합의 장을 만들어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습니다. 윤 당선인은 스토리가 있는 다양한 분을 초대하기를 원합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위원회에서는 취임식 당일 윤 당선인 지지 여부를 떠나 각계각층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통령 취임준비를 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 취임식은 단순히 대통령이 취임하는 간략한 행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취임사에 담기는 내용이 국민 모두를 포함해 함께 협력해나갈 동맹국가, 협력 국가도 동의할 수 있는 취임식을 준비해야 해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윤 당선인이 명심해야 하는 점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국민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지 못해서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위임해 윤 당선인이 그 권력을 행사합니다.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이 윤 당선인을 국민의 권력 위임자로 선택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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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