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와 꼼수 사이' 차기 총리 하마평

그냥 철수로 갈까? 말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만큼 관심받는 인물은 국무총리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인사, 조직 등 권한 축소를 예고하면서 권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차기 총리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뜨겁다. 차기 총리는 통합과 전문성의 이미지를 함께 겸비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리직은 지명 직후 혹독한 검증 시험대를 거친다. 국정 전반을 지휘하면서 지탄을 받게 되면 헌법상 대통령이 해임 권한을 가져 짐을 싸는 경우도 숱하다. 이런 탓에 총리는 파리 목숨에 비견되기도 한다. 

1년짜리
얼굴 마담?

지금껏 임기 2년을 넘긴 총리도 단 9명 뿐이었다. 한 인물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경우가 없다. 근래에는 문재인정부 첫 총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임기 2년을 채운 게 전부다. 

차기 정부에서 새 정부 총리가 얼마나 권력을 가지게 될지 모두 주목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늘 총리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기조가 뚜렷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책임총리제는 총리에게 실질적인 인사권을 주자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이해찬 당시 총리를 임명하고 책임총리제를 한 차례 실행한 바 있다.


당시 책임총리제가 가능했던 이유는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신뢰관계에 있고, 이 전 대표가 여당 내 책임총리였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현재 여대야소의 현상이 뒤집힌 여소야대 형국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다소 낮다.

이런 탓에 차기 윤정부의 대표 얼굴 중 하나인 총리에 누굴 임명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차기 윤정부는 슬로건으로 국민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인수위원회 다양한 범주의 인사를 영입 중이다. 

차기 총리 역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른다. 윤정부 1대 총리는 국민 통합과 실무 능력 등 ‘상징성’을 갖춘 인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여소야대 대립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강력히 떠오르는 인물은 대선 직전 윤 당선인과 단일화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다. 안 대표는 단일화 선언 당시 합의문에서도 공동 정부를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단순히 정권교체 명분만을 가지고 단일화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 가진 인물 임명 중요 
전문가 이미지로 상승 효과

현재 안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단일화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약속한 통합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인수위원장 자리를 안 대표의 시험대라고 관측한다. 2개월 남짓한 시간 내 안정적으로 인수위를 이끌어야 총리로 임명될 경우 반발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대표를 윤정부 1대 총리로 임명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서는 중도층을 통한 외연 확장을 강조해온 기류를 이어갈 수 있고, 통합·공동정부 등의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여론에서도 안 대표 능력에 기대치가 높으며 전문가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그러나 자칫 인수위 활동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론이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대표 역시 지금은 인수위에 집중할 때라며 총리 언급을 자제시키려는 분위기다. 

안 대표와 비슷한 전문가 이미지를 가진 카드로 언급되는 인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반 전 사무총장은 한국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으로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미 총리실, 대통령비서실 등 경력이 있는 점도 강점이다. 굵직한 행정부, 외교 경험이 총리직을 수행할 때 장점으로 비친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사무총장직에 오른 이력 덕에 민주당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무총장 시절 그가 강조하던 메시지도 통합이라는 점을 들어 윤 당선인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함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호남으로
일단 통합? 

또 반 전 총장이 충청 출신인 만큼 충청권에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반 전 총장 카드로 충청에서의 지방선거 승리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물 모두 총리로 적합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 이미지를 통해 공동정부 실현이라는 상징성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두 인물이 국민의힘 내부 지지기반이 거의 없는 탓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안 대표는 행정 경험이 전무해 전문가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상징성과는 다르게 지역적 상징성을 띤 인물들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윤 당선인은 유세 기간 호남을 공략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호남 득표율도 대선 관전 포인트로 여겼다. 결과적으로는 호남에서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호남 공략이 일정 부분 먹혀든 셈이다.

이런 까닭에 윤 당선인이 지역적 통합에 방점을 두고 민주당 혹은 호남계 인사를 총리로 지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호남인 차기 총리로 오르내리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정계에 발들이게 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윤 당선인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수행하며 정치적으로 신뢰가 깊은 사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 초기에도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당시는 국민의힘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며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재차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한층 더 관계가 강화된 모양새다. 선대위에서 맡았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김 위원장은 원조 친노(친 노무현) 출신으로 불린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특보 등을 지낸 이력도 있다. 당시에도 지역균형발전 전문가로 평가받기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총리 후보자로 거론됐었다.


정통 행정가?
아니면 측근?

이는 김 위원장이 보수계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였다.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도 언급된다. 김 전 대표는 위원장을 역임하며 옛 민주당 인사와 윤 당선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호남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윤 당선인의 호남 지지에 힘을 보탰다. 현재는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윤 당선인을 지원 사격 중이다. 

이 밖에 호남 출신으로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이 언급된다.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집중 유세를 펼칠 때 적극 지원 공세를 펼쳤던 인물이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호남 유세에서 윤 당선인에게 표를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DJ(김대중)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력을 가졌다. 광주에서만 4선을 지냈으며 민주당 인사 출신이다.

총리설이 떠오른 뒤 박 위원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나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고 싶다”며 긍정 쪽에 한층 더 무게를 실었다. 

호남 출신의 세 인물이 총리로 떠오른 데는 민주당과 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여소야대인 상태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모두 민주당과의 관계가 냉랭한 탓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들의 언급이 오히려 겉으로만 국민 통합을 시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리는 윤 당선인이 펼치려고 하는 탕평책 시험대 중 하나다. 총리 임명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까닭에 총리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의 탕평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이 주를 잇는 있는 만큼 윤 당선인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칫 어설프게 총리를 지명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통합보다는 정통 관료 출신 인물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김부겸 총리 유임설도 나돌고 있다.

정통 관료로 운영 안정감
어설픈 지명은 되레 역풍

당시 김 총리는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강하게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 측도 검토된 바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가슴 뛰는 일이라며 김 총리 유임설을 띄운 바 있다. 통합정부를 운영하기 위해 김 총리가 유임하는 방안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 김 총리와 윤 당선인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정부에서 윤 당선인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다. 

정치권에서도 김 총리의 유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보통 정권이 교체되면 차기 정부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다.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위치다. 

그동안 김 총리는 문정부의 정책 등 실패에 대한 질타를 적극 방어해온 인물이다. 김 총리 본인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김 총리가 유임을 통해 내각 통합을 이어가게 된다면 문정부와는 정반대의 기조를 내세워야 하는 만큼 사실상 유임은 불가능한 일인 셈이다. 

또 다른 정통 관료파 인물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거론된다. 정 부의장은 5선을 지낸 국회의원으로 윤 당선인의 출마 기자회견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내 최다선인 정 부의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친 윤석열)파 우두머리 역할까지 맡았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해 이미 행정부와 입법부의 업무를 조율해온 경험도 많다.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면담을 성사시켜 정권 재창출의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가 실무적 능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정통 관료의 경우 총리직을 수행하기 수월하지만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새 인물
선택하나

총리는 대한민국 2인자다. 윤 당선인이 어떤 인물을 총리에 임명하느냐에 따라 국민 통합과 분열로 갈릴 수 있는 사안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윤 당선인과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을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 윤 당선인이 능력에 입각한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내부 총리 하마평

차기 윤석열정부 총리로 언급되는 인물은 당내에서도 여러 인물을 두고 하마평이 나돈다. 우선 윤 당선인 바로 옆에서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인수위 권영세 부위원장이 언급된다.

권 부위원장은 선대본부 개편을 통해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으로는 선대본부에서 정책통을 맡았던 원희룡 기획위원장도 떠오른다.

원 위원장은 국민의힘 경선 직후 선대위에 합류한 이후 윤 당선인의 새로운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다.

과거 제주도지사를 맡아 이미 행정 경험도 있어 안정감을 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원 위원장의 경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다수다.

이 밖의 인물로는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도 있다. 윤 전 의원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여성인 점과 전문성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부친의 땅 투기 의혹으로 국회의원을 사퇴해 청문회에서 집중 질타를 받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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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