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후폭풍> 망신당한 여론조사의 허상

차라리 무속인 점괘가 낫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두가 놀랐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카운트다운 끝에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화면에 떴다. 그 순간 양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재명 47.8% VS 윤석열 48.4%, 0.6%p 차이 초박빙 결과가 나온 것. 그와 동시에 여론조사 기관이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출구조사의 승리였다.

선거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정당은 선거 때마다 국민의 평가를 받기 위한 시험대에 오른다. 시험대에 오르는 건 정당만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역시 선거라는 시험대에 올라 그 신뢰도를 평가받는다. 때때로 선거가 여론조사의 무덤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론조사 무용론, 불신론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시기도 바로 선거 때다.

‘이대녀’ 놓쳐

3‧9대선은 여론조사 기관 입장에선 대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널을 뛰었기 때문. 일반적으로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작을수록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이번 대선에서는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 하루에도 수 개씩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다.

여론조사는 조사 시간과 방식, 표본 수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불과 1~2시간 차이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날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후보 간 격차가 초박빙 혹은 오차범위 밖으로 갈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다.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부정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선거, 특히 대선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해 변하지 않는 공식이 존재했다.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에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긴 후보가 결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13대 대선부터 19대까지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공식이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깜깜이 기간 전 마지막 조사(지난달 28일~지난 2일)에서 이 후보 38%, 윤 후보 39%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별 유권자의 투표 확률과 성·연령별 투표율 등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예상 득표율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40.8%, 윤 후보는 43.4%,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0.9% 등이다. 

출구조사, 0.6%p 초박빙
예측조사, 윤 후보 우세

문제는 안 후보가 깜깜이 기간 직전 사퇴를 선언하고 윤 후보를 지원하면서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졌다는 점이다. 안 후보와 윤 후보의 단일화 여파가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것.


게다가 지난 4~5일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는 역대급에 이르렀다. 현행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 

다만 힌트는 분명히 존재했다. 두 거대 양당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흘리는 정보였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승리를 자신하면서 5~8%p 이상 차이를 벌리며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이 후보가 1~3%p 차로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불과 25만표 차의 초박빙 승부를 예상한 곳은 거의 없었다. 

여론조사 기관이 내놓은 예측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3사는 330개 투표소에서 7만3297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해 이 후보 47.8% vs. 윤 후보 48.4%의 결과를 내놨다. 역대 최고치(36.93%)를 기록한 사전투표는 참여자의 데이터와 투표 전 진행했던 여론조사의 추이를 반영해 결과값을 보정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p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였던 셈.

반면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조사는 윤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한국갤럽, 리서치뷰,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실시한 대선 예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 후보에 최소 3.1%p(오차범위 내), 최대 7.6%p(오차범위 밖)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출구조사 결과와 최소 2.5%p, 최대 7%p 차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2199명을 조사한 결과 윤 후보 46%, 이 후보 40%로 격차는 6%p였다. 리서치뷰가 전국 만 18세 이상 투표 의향층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윤 후보 52.1%, 이 후보 44.5%로 7.6%p 차이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투표의향층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측조사에선 윤 후보 50.2%, 이 후보 47.1%로 격차는 3.1%p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본적으로 정확도 떨어져
무용론·불신론 또 나올 듯

방송3사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조사 결과가 크게 엇갈리면서 어느 쪽이 맞을지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됐다. 결론은 방송 3사 출구조사의 완승. 실제 대선 결과는 이 후보 47.83%, 윤 후보 48.56%로 격차는 0.73%p에 불과했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0.1%p 차이다. 

‘족집게’라는 말이 나올 법한 정확도다. 실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선 결과 이후 자신의 SNS에 “출구조사가 과학이자 예술”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저는 방송에서 4.5%p 정도 윤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딱 까보니 0.6%p라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선 결과로 출구조사는 정확도 100%의 기록을 이어가게 됐고, 여론조사는 체면을 구겼다. 방송3사 출구조사는 2002년 16대 대선 때 처음 도입돼 20대 대선까지 100%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2007년 이명박 후보, 2012년 박근혜 후보, 2017년에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모두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출구조사와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방송3사 출구조사는 표본 수가 여론조사와 비교해 ‘넘사벽’이다. 여기에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출구조사가 전화로 의사를 물어보는 여론조사보다 기본적으로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전화 응답은 적극적인 응답자의 의견이 과표집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샤이 진보, 샤이 보수라는 말이 선거 때마다 언급되는 이유다.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지지자가 많은 후보가 유리한 만큼 숨겨진 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는 응답했지만 실제 투표장에는 나가지 않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제대로 틀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0~30대 여성표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30대 여성은 부동층 비중이 높았는데 깜깜이 모드로 들어서면서 이 후보 지지로 세가 불어 가더니 이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대남(20대 남성)과 전선이 형성되면서 막판에 투표장으로 몰려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에서 이 지점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게 예측 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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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디올백 수사 관전 포인트

‘급발진’ 디올백 수사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에 관한 고소장이 접수된 지 5개월여 만에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고발인 조사와 영상 분석에 나섰다. 이로 인해 김 여사의 소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막기 위한 검찰과 용산의 짜고 치는 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면죄부를 마련하기 위한 토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검찰이 ‘김건희 디올백’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제대로 된 수사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이 ‘김 여사 특별검사법(특검법)’을 밀어붙이며 압박하는 상황서 김 여사를 언제, 어떻게 조사할지에 대한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직무 관련성 처벌 가능성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주례 정기보고를 받고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지검은 이 총장 지시에 따라 윤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담당하는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이 사건을 시민단체 고발 때부터 수사해 온 형사1부 검사 1명을 비롯해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3부 검사 1명,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1명, 범죄수익환수부 검사 1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9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소서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지난해 11월 공개했다. 이후 ‘서울의소리’는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했다. ‘김건희 디올백’ 사건 수사의 관건은 ‘직무 관련성’과 ‘처벌 가능성’ 여부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한 푼도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또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여사는 영부인으로 청탁금지법서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 않아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인지한 뒤 제대로 신고했는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안 경우 소속 기관장에 서면 신고, 또는 감독기관·감사원·수사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지체 없이 신고 시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가 면제된다. 영상 공개 5개월 만에 검찰총장 약속 고발인 조사·영상 분석…김 여사 소환은? 이번 사건에서는 윤 대통령 본인이 기관장으로, 신고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선례가 없어 법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법 해석으로 인한 처벌 여부가 갈리면서 검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서울중앙지검 일선 수사팀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 경과와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9일,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을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백 대표가 조사기일 연기를 요청해 일정을 다시 조율했다. 다만 최 목사를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모 사무총장은 소환했다. 게다가 지난 7일에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네며 몰래 촬영한 최재영 목사 측에 원본 영상 제출을 요청했다. <서울의소리> 측에도 방송본과 별개로 최 목사로부터 받은 원본 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 측에 원본 영상을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고발인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영상을 분석한 다음 최 목사와 김 여사 등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검찰의 조사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최고 권부와 관련된 이전 사례를 보면 서면조사부터 관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조사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예우할 경우 검찰총장이 강조한 ‘신속·원칙 수사’에 의문이 생기고, 이후 야당에 특검법 촉구의 빌미를 줄 수 있기에 남은 조사 방식은 직접 소환으로 보인다. 주가조작 수사는?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소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서 김 여사 계좌 중 최소 3개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하지도, 그렇다고 무혐의 처분하지도 않은 채 2심 상황을 지켜보며 수사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 김 여사는 해당 사건으로 고발된 지 무려 4년이 넘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점이 인정됐음에도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인지 핵심 공범인지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필요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김 여사와 관련해서도 서면조사 등 필요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권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2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검찰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계속해서 나왔다”며 “이 같은 오명을 벗기 위해 수사팀을 꾸리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하지 않으면 오명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재판 증거로도 인정된 계좌도 무시했는데 이번 사건서 김 여사 소환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검찰의 김건희 디올백 수수 사건 수사 본격화로 검찰과 대통령실의 ‘갈등설’과 ‘약속 대련설’이 나오고 있다. 용산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검찰이 22대 총선 이후 용산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는 의혹과 검찰과 용산이 특검법을 무마하기 위해 연기하고 있다는 두 가지 의견이다. 최근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의 여론에 따라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자리서 쫓겨나듯 물러나는 경우가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총장이 이번 수사를 지시한 이유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 때문으로 해석된다. 37대 김준규 총장은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자리서 물러났다. 당시 후배들의 압박이 상당했다. 또 38대 한상대 총장은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1년 3개월여 만에 쫓겨나듯 옷을 벗었던 전례도 있다.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들은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대련 의심, 왜? 지난달 이 총장은 측근 등 주변에 “올 9월 (총장) 임기 만료 전까지 김 여사와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매듭짓겠다.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 자리에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7일에는 ‘신속·엄정 수사’를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부인도 예외 없이 수사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총장도 검찰 내부 목소리를 듣고 검찰 조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원석 총장은 원칙주의자고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을 받아왔다”며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퇴직한다면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것이 이 총장이 이번 수사를 지시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 차장검사는 “이 총장이 사건을 대충 털어버리려면 경찰로 내려보내거나 기존 수사팀 내에서 정리하지 않았겠나”라며 “(정권과 무관하게)‘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실이 민정수석비서관을 되살리고, 이후 고위급 인사를 통해 검찰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총장이 개별행동에 나섰다는 추측도 나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민정수석 부활이 윤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것으로 봤다. 박 원내대표는 “가족들과 친인척 비리 등을 사전에 검토하기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민주당 등 범야권에서는 검찰과 대통령실의 약속 대련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에 관련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막으려고 대통령실과 짜고 나섰다는 것이다. 짜고 치는 판? 면죄부 판 까나 조국 “열심히 하는 생색내기용”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고발장이 접수되고 5개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별안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니 조금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며 “오히려 갑작스런 검찰총장의 신속수사 지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범을 피해 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며 “22대 국회서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검찰수사는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요구만 더욱 확산시킬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언제까지 각종 의혹에 둘러싸인 대통령 배우자와 그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부끄러워야 하냐”고 질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그 말을 왜 총선 전에 하지 않았는지 이 총장이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검찰수사권에 제약을 가하고 수사·기소 분리 등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되니까 갑자기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는 것 같이, 열심히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비꽜다. 이어 “이 총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수사를 끝내겠다는 것은 임기 내에 수사를 철저히 해서 기소하겠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내 선에서 마무리하고 가겠다’, 즉 불기소 처분하고 자신이 다 총대 메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총장의 발언은 당연한 얘기 아니겠는가”라며 “대통령실이 검찰수사에 대해 언급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검찰의 김건희 디올백 수사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고 보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다. 다만,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느냐, 즉 윤석열 대통령이 신고의무를 지켰는지가 밝혀지면 깔끔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병우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홍익대 법학과 교수)은 “난도가 높지 않은 사건으로 필요하면 수사를 하면 되는데, 검찰총장이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은폐되는 차단막 효과를 기대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상희 공동대표는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우리 검찰 조직이 죽은 조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검찰총장의 결단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나마나 불기소?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8일 ‘윤석열정부 2년 검찰보고서‧검사의 나라, 민주주의를 압수수색하다’ 발간 브리핑을 열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한동대 연구교수)은 보고서 종합평가서 “윤석열정부의 지난 2년은 ‘검사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국정운영이었다. 국정 전반이 검찰 사법에 의해 통제되고 재조정되는 ‘국정의 검찰 사법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