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불명예 퇴장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21 12:33:34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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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나갔나 무서워서 피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1대 광복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다. 정치 편향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수익금 횡령 의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초
자진 사퇴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로 물러났다. 광복회장의 자진 사퇴는 1965년 이 단체가 설립되고 57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TV조선은 해당 간부를 인용해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고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보훈처는 김 회장 관련 비리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설 연휴 기간을 빼고 일주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빠른 감사에 보훈처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송영길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상당수가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을 자랑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김 회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정부 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전날(14일) 김 회장이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 6100여만원에 대한 감사 개요를 보고했다.

김 회장이 국회에서 카페를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수차례 방문했고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도 수천만원의 자금을 활용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하던 카페는 김 회장의 비자금 마련 통로가 됐고, 비자금의 40%를 김 회장은 사적으로 활용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가정집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 이용했다. 업소 이용료는 1회에 10만원으로 총 6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복·양복 구입비로 440만원, 이발비로는 33만원을 썼다.

김 회장은 이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인테리어 업체 통해 비자금 조성 포착
옷 사고 무허가 마사지 업소 방문 의혹

학교 공사비 1486만원, 묘목과 화초 구입 300만원, 강사비 및 인부 대금 80만원, 안중근 권총 모형 구입에 220만원, 파라솔 설치 대금 300만원 등 총 2380만원이 활용됐다. 비자금은 카페에 쓰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형식으로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가 커피 재료상에 구매한 내역을 과다 계산해 보고하고 매출은 허위로 작성했다. 이같이 확보한 비자금은 김 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이체하거나, 김 회장이 산 물건을 대납하는 형식으로 흘러갔다.

또 김 회장의 동서가 공동대표로 있는 골재 채취업체 백산미네랄이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 등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케 한 사실도 감사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며느리와 처조카 등도 지난 5일까지 백산미네랄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그간 김 회장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훈처는 “감사의 한계로 수사로 밝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 사퇴와 관련해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이후 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내년 5월 중 신임 광복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에 대해 “사퇴하면서도 몰염치와 남 탓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김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이 ‘사람 볼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변인은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하고 등 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양했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퇴를 촉구해온 단체 회원들은 집행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돈 난타 
버티지 못해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김원웅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김 회장이 임명한)집행부가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광복회의 본래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개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회는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 계승과 국민통합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수장이라면 더욱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광복회의 수장을 맡았던 역대 회장들은 이 같은 덕목을 잘 지켰지만, 김 회장의 횡령 의혹과 정치 편향 논란이 발생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나 대전에 정착한 김 회장의 집에는 항상 많은 애국지사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곁에서 봐왔던 부모님과 애국지사들의 모습에서 ‘당당한 삶’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생이던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서울 서대문 교도소에 투옥됐다. 그때 부친 김근수 선생과 모친 전월선 선생이 아들을 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당시 정부는 ‘더 이상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반성문을 쓰면 석방을 약속했다. 많은 투옥 인사가 반성문 회유에 응했고, 풀려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교도소를 찾은 김 회장의 부친도 김 회장에게 ‘그냥 각서를 쓰라’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김 회장의  뜻은 완강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공화당 사무처에 공채로 합격해 청년국장까지 지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에는 민주정의당 조직국장, 청년국장을 지냈다. 이후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민정당 소속이던 김 회장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당원이 됐지만 곧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 활동을 하며 1992년 총선에서 대전대덕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이회창 대세론이 불던 1997년엔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0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그 후 2년 만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회장은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 선거를 도왔고, 2004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다.

구입비 불려 
허위로 기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생계형’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 논란과 관련해 라디오 방송에서 “40대 초, 노무현 의원 이런 분들과 같이 꼬마 민주당을 창당할 때 같은 또래 동지들한테 ‘비록 생계이기는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몸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과거(를) 지울 생각이 없지만, 반성하고 그 반성으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더 충실하게 지난 삼십 몇 년 동안 살아왔다”고도 말했다. 

과거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10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경우도 당시 남한이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족 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민족 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로, 분단으로 인한 전쟁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2014년 8월 새날 희망연대 제61차 포럼) “박근혜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낫다”(2018년 김정은 맞이 서울세미나)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회장 후보 시절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개정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은퇴한 김 회장은 2012년 10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2012년 10월26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선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을 맞아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시상식이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계 입문
요리조리 ‘철새 정치인’ 꼬리표

운암 김성숙 선생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등 단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김 회장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 전신) 회장 직함을 달고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발표를 맡았다.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는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2년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민정당 핵심 당직자로 활약했던 김 회장은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완용상을 수상하는 첫 번째 주인공은 전두환씨였다. 전씨는 1만표 중 1106표를 얻으며 첫 번째 이완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 회장은 “민중 학살, 민중 탄압의 독재정치뿐 아니라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씨가 정권을 잡고 있던 8년 내내 김 회장은 집권당 민정당의 핵심 당직자로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수상자 발표를 이어갔다.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 김완섭 친일 작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마지막 수상자를 발표했다. 마지막 수상자는 당시 ‘종북 논란’ 중심에 서 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정됐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하고 “종북보다는 종미가 문제”라는 발언으로 남남분열을 극대화해 혼란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2019년 10월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석기 옹호 및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폄훼 발언 등의 이유로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한 광복회 지회장 발언을 인용해 “김 회장이 우리나라 정당 역사와 관련한 도표를 그려가면서까지 이석기가 왜 훌륭한지 설명했다”면서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고 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은 2020년 8월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위는 음악·역사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라면서 “친일 반민족 권력이 장악해온 민족 반역의 시대를 종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애국가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108개국 이상이 국가를 시대에 맞게 교체했지만, 국가를 교체하지 않은 나라 중엔 일본이 있다”면서 “국가를 고치지 않은 것도 일본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말년에…
씁쓸한 퇴장 

2012년 10월26일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중 5번째로 선정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수상 사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했다’였다. 이완용상을 수상한 이 전 의원 이름을 호명한 것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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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