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채권자가 말하는 '양육비이행원'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15 08:18:11
  • 호수 1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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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구는 154만 이행원 직원은 50여명

[일요시사 취재 1팀] 김민주 기자 =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한부모 가구 수는 153만9362명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한부모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자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지난해 양육비 이행률은 36.1%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양육비 이행률 72%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활한 양육비 지급을 목적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이 2015년 개설됐다. 하지만 비양육자 쪽에 양육비를 받아내야 하는 양육자들은 이행원이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미성년 자녀 의식주에 드는 비용과 교육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2009년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협의이혼 시 양육비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하게 됐다. 이로써 이혼한 비 양육자라도 양육의 의무를 다하게 됐다.

여전한 
버티기

하지만 국내의 양육비 이행률은 높지 않다. 양육비 채무자들은 재산은닉, 해외 출국,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양육비 의무를 피하고 있다. 결국 양육비 채권자들은 자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채무자에게 소송을 건다.

이때 다수의 채무자가 위장전입을 하고 있어서 실거주지를 확인하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양육비 채권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은 대상자들에게 ▲소송 관련 상담인 법률 지원 ▲원만한 합의 진행과 민사 집행법상의 강제집행 ▲가사소송법상의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 등 양육비 추심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양육비 채무자들에 대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제도가 시행됐다. 올해 6월부터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면접 교섭을 위한 상담, 양육 지원, 조사정보를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절차들 중 이행원의 조사정보 지원은 소송 및 채권 추심에 필요한 비양육 부모 또는 양육비 채권자의 거주지나 회사, 소득재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꼭 필요한 제도다.

더욱이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를 위해서는 감치 처분이 필요하고, 감치를 위해서도 채무자의 실거주지 주소가 필요하다.

감치제도는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머물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양육비 채권자들은 경제적 활동과 양육을 병행하고 있어서 이행원에 소송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행원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권자들이 이행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받아야 하는 양육비가 5500만원인 한 양육비 채권자 A씨는 이행원을 이용하면서 겪은 상황을 대해 토로했다.

지급 도우미 역할? 매번 탁상공론만
“면접 교섭 전 아이들 보호 선행돼야”

A씨는 2012년에 이혼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행원을 이용했다. 그는 이행원에서 모든 절차를 밟았지만, 이행원은 채무자가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을 했기 때문에 ‘힘든 사례’라고 답할 뿐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이행원은 A씨 사건을 법률구조공단으로 이관했다. A씨의 사례는 그곳에서도 ‘힘든 사례’일 뿐이었다. 양육비 채무자는 위장전입과 재산은닉으로 이미 법의 테두리 망을 빠져나간 후였다.


이행원은 A씨에게 면접교섭을 제안했다. 아이를 직접 보면 돈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이혼 사유는 가정폭력이었고, 채권자인 전 남편은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 A씨는 이혼 전 남편에게 얼굴을 뺀 모든 부위에 구타를 당했고, 목이 꺾여서 혀가 마비됐다. 

이혼 후에는 A씨를 찾아와 행패를 부린 적도 있어 아이와 함께 4개월간 쉼터에서 숨어 지냈다. 이미 아이가 5살 때 면접 교섭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전 남편은 아이가 활발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종일 박스에 넣어 놓거나 시장에 뒀다.

그 당시 면접교섭은 1년에 4, 5회로 끝났다. 전 남편이 개인적인 사유로 아이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이행원은 A씨와 A씨의 자녀가 겪은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A씨는 “이행원은 전 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면 양육비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상대방이 아이를 보러 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면접교섭을 진행하면 단발성에서 그치면 안 된다. 전 남편이 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번 보고 사라지면, 아이가 받는 상실감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본인 때문에 아빠가 안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행원에서는 전 남편에게 이런 권고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움’ 자료에 따르면, 면접교섭을 하고 있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18.5%에 그쳤다. 또 다수의 양육자가 전 배우자의 협박으로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소송 맡겨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자녀가 성년이 돼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B씨가 받지 못한 양육비는 2억원이 넘는다.

그는 2008년 이혼 후 이행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진행되지 않았고 사건이 종결됐다.

B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거 양육비라고 해서 양육비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위장전입‧재산은닉 등의 방법으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버티면 양육비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이행원에 ‘법률지원 중단 결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미지급된 양육비가 1억3000만원인 C씨의 경우다. C씨는 이혼 전 가정주부였고 둘째가 태어난 지 30개월 때 이혼했기 때문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이혼 당시 그의 통장에는 20만원밖에 없었다. 양육비를 받았다면 아이는 엄마와 시간을 보냈겠지만,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아 C씨는 돈을 벌었고 아이들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이혼 후 전 남편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 남편이 죽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C씨가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위한 재판 때문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전 남편이 나타나서 아이들의 성본 변경을 거절했다.

그때부터 C씨의 양육비 소송 재판이 시작됐다. C씨는 2015년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 소송을 진행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개인소송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그가 진행한 소송은 총 20번이고, 지난해 전 남편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 남편의 재혼 상대가 중국인이어서 공소시효가 풀린 뒤 현재 배우자를 따라 중국에 거주하면 양육비 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시행된 출국금지는 올해 4월이면 만료된다. C씨는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했지만, 전 남편은 이미 거주불명 상태였다. 

있으나 마나 
미온적 지원

C씨는 지난해 이행원에 연락해 전 남편의 거주지와 회사 이름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2월에 예산이 풀리니 그때 진행해보자는 것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C씨는 여성가족부에 연락해 “왜 예산이 부족하냐.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은 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A씨도 같은 의견이다. A씨는 이행원이 재정상의 이유로 연말과 연초인 3~4개월간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년 양육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니 내년까지 기다리라고 한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행원은 국가기관인데 일하는 사람이 터무니 없이 적다. 언제까지 예산과 인력이 없다고만 할 건지 모르겠다. 주민센터가 돈이 없다고 문을 닫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한 부모가 아니어도 대부분 위장전입이나 재산은닉으로 양육비 소송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수를 위한 이행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C씨가 받은 것은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의 이름이 적힌 ‘법률지원 중단 결정 통지서(이하 통지서)’였다.

이 통지서에는 “2021년 12월23일자로 법률지원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1호(개별사건 진행), 제6호(부당한 민원 제기 및 폭언), 제7호(지원 실익 없음), 모니터링 업무처리지침 제10조 제2항 제3조(무리한 요구 등 부당한 대우) 사유로 법률지원 중단이 결정됐다”고 적혀있다.

이행원 권한 확대 필수
양육비 소송 간소화도

C씨는 “이 통지서를 받고 너무 충격받았다. 나는 거주지 확인이나 직장 조회를 왜 못하냐, 예산이 왜 없냐고 이의를 제기한 거다. 이행원은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 양육자들이 이런 통지서를 받으면 어떨지 생각해봤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양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양육비이행법 제18조에는 ‘이행관리원의 장은 양육비 이행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육비 채권자가 가사소송법 및 민사집행법에 따른 필요한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혹여 민원인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그 요구를 제외하고 들어주면 된다. 아마 이행원 내부 규칙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밝혔다.

이행원 관계자는 “C씨는 2015년부터 소송이 여러 차례 진행됐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취소했다. 이런 경우 개인소송과 중복되니 지원하기 어렵다고 이미 안내한 적 있다. 또, 폭언과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서 했기 때문에 민원심의회 상정한 결과 2년 법률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정희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징수 및 제재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채무자 소재 탐지, 재산 및 소득 조회 권한을 부여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행정적 제재 처분 요청 권한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육비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고, 양육비 지급을 결정하는 환경‧문화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이혼법제를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하고, 부모 교육에 양육비 지급 내용을 보강하는 한편 면접교섭에 대한 모칭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적극적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없고
인원 부족

이영 양육비해결연합 대표는 “이행원의 예산 부족으로 소송이 계속 멈춘다. 인력과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면, 현행 양육비 소송의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육비 나 몰라’ 김동성 버티다…

서울가정법원이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씨에게 ‘감치 30일’을 지난 9일 선고했다.

두 자녀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2019년 1월 이혼 이후 지난해 2월까지 김씨가 미지급한 양육비 총 3000만원에 대해 “15개월 동안 매월 200만원씩 나눠서 양육자에게 지급하라”고 지난해 4월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는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을 이달까지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감치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정 구속은 면했다.

김씨의 전 부인 이소미씨(가명, 41세)를 법률 대리하는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는 “김씨처럼 양육비 채무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보통 한 번 더 재판 기일을 잡는 편인데, 이번 재판에선 바로 감치 결정이 내려졌다”며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이 실효성 있는 구제 수단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재판부가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감치 30일이 결정된 부분에 대해 “양육비 채무자가 법원의 이행 명령을 단 한 차례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재판부가 본 듯하다”고 덧붙였다.

전 부인 이씨는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첫 번째 재판 날 법원이 감치 결정을 내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며 “최근 청소년기에 들어간 아이들 양육비 때문에 힘들었는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 남편이 양육비를 꼭 지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치 결정에 따라 법원은 감치 집행장, 감치 결정등본 등을 김씨가 거주하는 지역 관할 경찰서에 보낼 예정이다.

관할 경찰서는 집행장의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에 김씨를 구인해야 한다.

이씨가 전남편 김씨의 감치 결정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여정은 매우 어려웠다.

김씨는 이혼 조정조서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아이 당 양육비를 월 150만원, 매달 3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이달까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기준, 김씨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약 5880만원에 이른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처벌·신상 공개·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다. 

양육비 미지급자는 가정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여성가족부는 법원의 감치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미지급자의 신상을 여성가족부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남 변호사는 “법원의 감치 결정에도 김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의 강력한 압박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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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