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이재명 라스트 퍼즐

김·노·문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권으로 가는 길에는 왕도가 있는 모양이다. 역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들은 모두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왕도’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행된 이래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러 명의 대통령을 각각 배출해냈다. 양 진영에서 배출한 대통령들은 저마다의 매력과 선거 전략으로 대권을 쟁취했다. 그중 민주당이 배출한 세 명의 대통령은 모두 지금의 이재명 후보와 비슷한 문제와 마주했고, 이것을 해결해내며 당선됐다.

역대 민주당 
대통령 보니…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많은 대선 출마 끝에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에 열세 속에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써내며 대통령이 됐다.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은 것처럼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출마가 이미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 또한 당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으면 당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도 민주당 대통령들의 본선 과정과 마찬가지로,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새로운 가족 리스크는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자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요즘은 배우자가 일으킨 논란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는 중이다.

가족 리스크뿐이 아니다. 그의 대권행 열차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산재해있다. 우선 이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호남에서의 낮은 지지율이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과거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보통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90% 이상의 지지를 보내주곤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종 호남 지역 대선 지지율은 약 95%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94% 였다. 

그에 반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를 두고 “나의 업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그리고 경기도지사 시절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 평가받는 문 대통령과 날선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18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되돌아보니 정말 싸가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 그 후과를 지금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이 후보가 말한 ‘싸가지 없는 행동’은 5년 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 경선에 참여한 이 후보는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문재인 후보에게 “기득권자들을 선거캠프에 대대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실질적으로 뿌리를 보면 혹시 기득권과 대연정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며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금과 똑같은 기득권 정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합세해 문 후보를 향해 다양한 소재로 네거티브전을 펼쳤고, 이때 호남에 포진돼있는 상당수의 민주당 골수 지지층은 그에게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지율 격차 벌어져…특단의 카드 절실
대권으로 가는 왕도? 과거 대선서 배운다

반감이 짙었던 지지층의 분노를 제대로 폭발시킨 것은 다름 아닌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이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트위터 아이디 ‘08_hkkim’의 계정주는 원색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문제인. 문제 많은 문죄인” 등 노골적인 표현을 담아 문대통령을 비난했다.

해당 계정주가 김씨라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가 김씨라고 믿고 있다. 이 후보가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계정주가 김씨라 대답한 것이다.

‘민주당은 호남’이라는 공식을 세워낸 것은 김 전 대통령이다.

사실 1971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따른 정치색은 지금보다 많이 옅은 수준이었다. 전라도에서 박정희를 뽑아도, 경상도에서 김대중을 뽑아도 이상하게 치부되던 시절이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호남 민심을 민주당 쪽으로 끌어온 것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난 후인 1990년대 초반부터다.

1993년 당시 써낸 책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는 “박정희씨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호남 차별부터 시작했습니다. 영남민에게 우월감을 부추기고 호남인에게는 열등감을 조장했습니다”라며 “군부는 물론 관청, 군영기업, 그리고 일반 대기업까지 호남 사람은 채용과 승진과 직책에서 철저한 차별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남을 의도적으로 차별해 호남 지역이 크질 못했고, 이에 대항해 호남인들이 힘을 하나로 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보수정권을 이기기 위해 야당에 힘을 모아주자는 취지로 김 전 대통령은 ‘호남 차별론’을 펼쳤다. 지금의 ‘호남 소외론’의 근본적 기틀이 되는 논리를 이때 그가 만든 것이다.  


가족 리스크
문제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는 전무하지만, 이를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던 호남인들은 그의 말에 동요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그동안 차별받았던 자신의 지역을 다시 살려보자는 의견에 많은 지지를 보내줬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진영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호응해 호남 출신의 인사들을 민주당 진영에 대거 영입했고, 대권을 거치며 호남 차별론을 호남 소외론으로까지 확장시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30년간 김 전 대통령이 가꿔 놓은 호남 텃밭에서 열매를 거두어들이기만 하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정치평론가들로부터 지역주의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지만, 호남 차별론에서 파생된 이익은 민주 진영의 크나큰 자산이 돼왔다.

그의 논리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면, 민주당의 대통령은 대권을 쥘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스스로 민주당의 텃밭을 버린 이 후보는 이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을 답습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갈라치기 해놨다는 비난은 아직 이어지고 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확실한 이득은 모두 챙겨왔다.

현재 친문(친 문재인)과 반문(반 문재인) 사이에서 제대로 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 못하는 이 후보가 가야할 길은 중도가 아닌 친문과 반문 어느 하나의 길이다.

영남을 버리고 호남을 선택했던 김 전 대통령의 결단처럼 이 후보는 양쪽 중 하나를 선택해 확실히 가야만 한다. 그다음 이 후보를 위협하는 장애물은 비호감 이미지다.

이 후보가 가지고 있는 비호감 이미지는 ‘무서운 권력자’ ‘조폭 연루 시장’ 등등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것들뿐이다. 이 후보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그 목적이 선할지라도 정책을 강하게 수행하는 모습은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계곡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이 한 예다.

당시 이 후보는 경기도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이 경기도민의 숙원 사업이라 규정짓고 철거를 강행했다. 많은 경기도민들이 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당사자였던 해당 업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권리금을 몇 억씩 주고 들어온 업장에서 이제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는데, 너무 급진적인 사업 강행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의견을 모아 “사업 강행을 조금만 유예해달라”는 건의를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대답은 “절대 불가”였다. 이미 유예될 대로 유예된 철거 사업을 또다시 유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옳은 일을 위해 내린 강단 있는 결정이었지만, 이때 몇몇 사람은 그의 강직함에 두려움을 갖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악재로 작용했던 사건은 그의 형 이재선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이다. 

주변에 믿을 
사람이 없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것은 2014년이다. 그의 형수 박인복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심한 형제 갈등 끝에 형 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후에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한 전화 통화가 폭로되고, 관련 문건들이 보도되며 의혹은 한층 짙어져갔다.

국민은 처음에 반신반의하다 관련 내용을 접한 후 그럴 수도 있겠다며 강제 입원 의혹이 진짜라는 것에 힘을 실었다. 좋고 나쁜 사건들이 맞물리며 이 후보는 ‘무서운 권력자’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을 떠안게 됐다. 

이미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는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는 경선 과정 내내 사상에 대한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이인제 후보 측에서 제기한 ‘장인어른의 좌익 활동’ 의혹은 사상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인제 후보는 인천 경선 때 연단에 올라 “급진 좌파가 우리 당을 점령하고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다”고 노 후보에 대한 사상을 의심했고, 이로부터 얼마 후 민주당 기자실에서 이인제 캠프의 한 특보가 기자들에게 “노 후보의 장인이 6·25 때 부역 혐의로 복역 중 사망했다”고 발언했다.

노 후보의 해결책은 정면돌파였다. 본인에 대한 의혹 제기에 쉬쉬하며 대응하지 않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것도 경선 연설 현장에서였다.

그는 연단에 올라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주십시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작해서, 입을 맞춰서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에도 참 힘이 듭니다”라며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많은 유권자를 자신의 편으로 결집시켰다.

이인제 후보 측의 악의적인 사상 검증을 ‘그럼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야 하느냐’는 구도로 바꿔 본인의 페이스로 가져온 것이다. 그는 후에 경선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받음과 동시에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며 영리하게 본인의 이미지를 바꿔나갔다.

김은 호남 소외론…노는 정면돌파
문은 김종인 위원장으로 문제 해결

이 후보 또한 그간 문제를 해결해왔던 방식이 노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아있다. 아들 도박 논란이 있었을 때, 그리고 배우자 김씨의 갑질 의전 논란이 있었을 때마다 그는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면돌파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새로운 구도 전환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본인에게 유리한 판을 짠 노 전 대통령의 전략이 지금 이 후보에게는 필요하다.

그가 안고 있는 부담스러운 이미지 중 하나는 ‘사회주의자’라는 오명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 시절까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기관장이었다.

실제로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 청년 배당·공공 산후조리지원·무상 교복으로 구성된 성남시 3대 보편복지를 시행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을 주요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본소득 도입으로 경제적 풍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 시절의 복지 성과는 지지자들의 결집을 불러일으켰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배급과 뭐가 다르냐’는 우려를 보냈다.

시 단위의 예산 운용에서 보편 복지는 장점만이 부각됐지만 국가 단위에선 과연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까란 의심이 지속됐고, 결국 국민 의견을 받아들여 기본소득 정책을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도 지금의 이 후보처럼 대권 도전 당시 ‘실패한 정부의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 번 실패해본 사람에게 정권을 다시 줘도 되겠냐는 일각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경제 정책을 잘 펼칠지 많은 우려를 보냈다.

참여정부 시절 민생 안정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관료가 어떻게 경제를 되살릴 수 있겠냐는 걱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민주당에 영입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생 경제 공부만 해온 경제 전문가다. 그는 국익이 된 일에 모두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실용 경제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중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중도층의 표를 끌어오는 힘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은 불리한 조건의 당에 합류해 수차례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 있다. 2016년 민주당과의 총선 때도 그렇고, 지난해 국민의힘과의 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 직전 당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끝내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를 영입함으로써 이미지와 선거 분위기 쇄신에 큰 도움을 받아 대선에서까지  승리할 수 있었다.

시대 변해도…
세 갈래의 길

시대가 급변하고 민심이 요동치는 요즘, 과거의 왕도가 지금 먹혀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제시한 방법이 4대 민주당 대통령 배출에 힘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 후보가 나름의 왕도를 스스로 찾아 제시할지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에 목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김 후보와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80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김 전 위원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 한 번 만난 것 갖고 뭘 그렇게 관심이 많냐”며 “특별한 얘기 한 것도 아닌데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선 긋기와는 달리 정치권은 이날 만남을 민주당 영입을 위한 이 후보의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음양으로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후보에게 비호감도가 높은 김 전 위원장이지만 계속되는 삼고초려에 앞으로도 그의 태도가 같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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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