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인기'만 없는 김동연 대선후보

“막 퍼주는 이·윤 생각 없으니 막 뱉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 있다. 학교 내에서 각종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 교무실에 불려간 적도 없다. 때로는 옳지 않은 일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급우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학생이 반장 선거에 나가기만 하면 늘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은 역대 대선에서도 손꼽을 만큼 혼탁한 선거가 됐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연일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무속인 논란’ ‘도박 논란’ ‘주가 조작’ ‘대장동 비리’ 등 하나만 터져 나와도 치명상이 될 약점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나온다. 

사실, 이런 형국에서는 비리에 연루된 후보의 지지율이 대폭 빠져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각종 비리들이 터져도 양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져갔다. 오히려 각 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해 서로를 공격하는 데 몰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깜짝 반등했던 것도 후보들의 비리보다는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주된 원인이었다.제3지대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후보는 지금 대선판이 억울하기만 하다.

그는 가족 리스크에서도, ‘대장동’이나 ‘고발 사주’ 같은 본인 비리 의혹에서도 자유롭다. 그의 경력 또한 요즘 국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경제 대통령’에 가장 부합한다. 김 후보는 지난 40년간 청와대에서 경제 관련 일만 해온 ‘경제통’이다. 


김 후보는 정치인으로서의 드라마도 갖추고 있다. 대선 출마 후, 판자촌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이 재조명되며 언론은 그에게 진정한 ‘개천의 용’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아무런 배경 없이 능력만으로 청와대의 중책을 맡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행정 능력도 탁월해 그간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함께 일한 대통령만 총 6명(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나 된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캐스팅 보트가 될 2030 청년들에 대한 이해도도 가장 높은 후보다. 타 후보들과 달리 대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인물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2015년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해 약 2년간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일선에서 목격해왔다.

이번 대선 출마 때도 출마 선언문의 절반가량을 청년들을 위한 공약으로 채웠다.

판자촌 유년 시절 ‘개천서 용’
배경 없이 오직 능력으로 중책

개천에서 난 용 신화, 도덕적 흠결이 없는, 경제·청년 전문가 등 대선후보로의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김 후보가 단 하나 갖지 못한 것은 ‘지지율’이다. 새로운물결의 초기 예측과는 달리, 완벽한 김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조사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1%대 지지율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최근 몇몇 조사에서는 0.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요즘 고심이 많을 김 후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나는 OOO 대선후보’라고 정의한다면.

▲제게 ‘지지율만 빼고 다 가진 후보’라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평가입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존 정당들의 달콤한 권유를 마다하며, 기존 정치권에 빚을 지지 않은 채 시작했습니다. 그 제의를 받아 그들의 자금력과 조직을 활용했으면 아마도 지금보다 지지율도 높았을 테고 편한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낡은 정치 체제 안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후보들이 걸어가는 길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기존 정치권에 빚이 없는 후보’라고 자부합니다.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신 걸로 압니다. 그럼에도 경제관료가 되려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삶을 스스로 표현하면 ‘낮엔 은행원, 밤엔 대학생, 새벽엔 고시생’입니다. ‘세상 누구를 내 자리에 데려다 놓아도 나보다 열심히 살 수는 없다’는 각오로 살았습니다.

덕수상고 3학년 때 은행에 들어갔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현실의 벽이 높았습니다. 100m 달리기 경주에서 50m쯤 뒤처진 채 출발하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학력에 대한 갈증에 야간대학을 다녔는데, 우연히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보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고시란 게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공직에 대한 포부나 의식은 딱히 없었고 다분히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되는 게 제게 더 나은 기회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후보님이 이뤄낸 기적을, 지금 청년들은 이뤄낼 수 있다고 보시나요.

▲기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게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청년 시절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계층 이동의 가능성과 역동성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착실히 저축하면 내 집은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실제로 지금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성세대고 더구나 공직에 오래 몸담았던 터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한 점 때문에 청년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그만큼 시대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청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가능성 있는 세대가 지금 청년세대입니다. 많이 힘들고 화도 날 겁니다. 다만, 힘들고 실패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합니다. 남이 하고 싶은 일, 사회가 인정해 주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 해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청년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새로운물결이라는 이름을 지으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새로운물결’은 세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부패를 쓸어버리는 물결입니다. 우리 사회에 기득권과 부패가 얼마나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온 국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부패만 없애도 수많은 기회가 생깁니다. 저와 ‘새로운물결’의 집권은 대한민국에서 부패를 종식하는 반부패 원년이 될 것입니다. 

둘째, 기득권 둑을 허물고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물결입니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비슷한 공약, 구호만 요란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공약과 정책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일한 대통령 6명
노무현과 가장 잘 맞고
문재인이 가장 아쉬워

셋째, 기득권 양당 정치를 바꾸는 물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진흙탕입니다. 새 물결로 깨끗하게 쓸어버리겠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힘이 새 물결이 될 것이고, 그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깨고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YS 때부터 총 6명의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최고와 최악을 꼽는다면.

▲최고, 최악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람이 컸던 일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때 만들었던 ‘비전 2030’ 수립입니다. 당시 25년 뒤 한국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을 담았습니다. 처음으로 ‘동반 성장’이라는 말을 썼고,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간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정치권의 세금 폭탄 프레임에 말려들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때 기득권 정치의 폐해를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경험으로는 경제부총리로 일할 당시 부동산 등 경제 현안에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다는 일화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분들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국가 경제, 나라 살림을 맡아온 경험으로 정책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다양한 가치, 구성원, 이해관계가 모두 고려돼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이념에 따른 목표에 매몰될 경우 국가 정책의 방향도 일방적이고 거칠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공무원이었을 때 못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공직에 있을 때 지금은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좋은 정책도 잘못된 정치로 인해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에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소신으로 한 말입니다. 그리고 작년 8월 대선 출마 선언 후 5개월여 동안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또, 혼탁한 대선판을 겪으며 여야 어디가 집권하든 흔히 말하는 ‘정권 재창출’이나 기득권 정당 사이의 ‘정권교체’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헛된 장밋빛 약속이나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치판 자체를 바꾸고 정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다시금 다짐하고 있습니다. 

-양강 후보들의 경제 정책 중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면.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만, 두 분 다 자신들이 추구해온, 추구하겠다는 가치와 비전에 어긋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 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민소득 5만불과 경제강국 5대 강국, 국가주도에 의한 대규모 투자로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민주당이 추구해온 진보적 가치와 맞지도 않고, 이명박정부 시절 ‘747’ 공약을 연상시킵니다. 

“기존 낡은 정치에 빚이 없다”
YS 때부터 빠짐없이 러브콜

윤석열 후보는 임대료의 3분의 1을 깎아주고 나머지는 국가와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합니다. 3분의 1 임대료는 시장가격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뜻이고, 시장가격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발생하게 된 시장 왜곡에 대해서 과연 생각은 해봤는지 의심스럽습니다.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입장은 아직 확고하신가요? 이것을 어떻게 해낼지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합니다.

▲작년 11월 ‘권력구조 대개혁’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거기에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한 개헌 공약이 있습니다. 당연히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이 먼저 합의해서 길을 트고, 당선자가 임기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헌법개정국민회의’를 구성, 2023년 말까지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해내고, 2024년 총선 일정에 맞춰 대통령선거까지 한꺼번에 치르는 일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은 임기가 2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치개혁’을 위한 헌신적 결단을 해야 합니다. 정치권이 이 문제에 합의한다면 국민들께서 박수쳐 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저임금제에 대해 현 정부와 생각이 많이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입니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인상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큰 부담이 됩니다. 임금은 노동의 가격입니다. 임금의 가격이 오르면 임금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주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결국 고용에서 조정이 일어났고, 부정적인 효과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목표가 분명히 보인다고 무작정 빨리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특히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하에 경제의 상황을 잘 살피고 속도 조절하며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정책 추진은 오케스트라 지휘와 같습니다. 많은 변수를 같이 봐야 하는데 특정 목표나 이념에 집착하게 되면 다른 부분을 놓치면서 시장이 왜곡됩니다. 투기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함과 동시에 공급 확대를 원활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올인 구조를 깨는 국토균형 발전도 병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정책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국민과 시장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지나치게 잦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시장 신뢰를 잃게 만든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제가 집권하면 1년 안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끝으로 같이 대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후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하루 거친 언사와 날선 공격만 오가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국민도 힘드시고, 또 당사자들 마음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덕담이랄까, 격려의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계실 텐데 건강 챙기시면서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한 길에 나섰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김 후보는 황급히 다음 일정을 소화하려 움직였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게 목표인 김동연의 대선 캠프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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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