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시청자 등친 예능 조작사

‘멋대로 편집’ 최악의 자책골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최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진정성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의 중간 과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꾸려다가 시청자의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던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른바 ‘예능적 허용’으로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평가다. 제작진의 조작 행태는 비단 <골 때리는 그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다. 

 “‘진정성 200%’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모임 탄생.”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진정성 200%’라고 전면에 내세우며,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의 축구를 향한 진심을 강조했다. 

스코어
맘대로 

틀린 말도 아니다. <골때녀>에 출연하는 플레이어나 감독은 하나같이 진심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대뜸 축구에 온몸을 던졌다. 발톱이 빠지고 무릎이 까지고 멍이 들다 못해 인대가 늘어나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은 마음에 아픈 몸을 외면했다.

끝까지 골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면서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거나, 패배 후에 오는 쓰라린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쏟아냈다.

단 한 번도 축구를 해본 적 없었던 것 같은 선수들은 특별 과외를 받거나 한 달 내내 공과 함께 움직이는 노력을 이어가면서, 회차마다 일취월장했다. 공만 따라다니기 일쑤였던 여성들은 어느덧 전술적인 움직임을 그럴듯하게 해냈다.


날아오는 공이 무서워서 눈을 감고 허우적댔던 골키퍼들은 여느 축구 선수처럼 몸을 먼저 들이미는 야수성을 드러냈다. 예능인이라고 해서 웃기려 하지도 않았고, 배우나 모델, 가수라고 해서 예뻐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표는 오롯이 승리였다.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마지막까지 이길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승리에는 환희로, 패배에는 겸손한 인정으로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실제 스포츠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골때녀>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덕분에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듯했다. 시청률은 10%(닐슨코리아 제공)에 육박했고, 화제성은 뜨거웠다. 방송이 끝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골때녀> 관련 글로 뒤덮였다. 시청자가 앞다퉈서 골 장면을 녹화했고, 각 선수의 스탯을 면밀하게 따지는 분석이 올라왔다.

민요를 부르는 송소희에게 ‘피르민요’, 작지만 킥력이 좋은 윤태진에겐 ‘모드리춘’, 선글라스를 끼고 황소처럼 달리는 황소윤은 ‘황비즈’라고 하는 등 직감적인 별명이 만들어졌다. 

<골때녀> 방송 조작 논란 일파만파
“같은 PD가 봐도 창피해” 비난 쇄도 

많은 시청자는 온 힘을 다하는 여성 선수들을 응원했다. <골때녀>는 새로운 스타가 대거 발굴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구척장신 아이린, FC월드클래스 tk오리와 에바, 원더우먼 송소희, FC아나콘다 윤태진, 개벤져스 김민경 등 새로운 얼굴들이 조명됐다.

장수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SBS 예능국에 <골때녀>는 새로운 활력이 됐다.


<골때녀>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건 제작진의 안일한 행태였다. 경기 과정을 편집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꿔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쌍팔년도식 태도가 <골때녀> 논란의 시초였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경기는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승부였다. 새롭게 꾸려진 팀 중 ‘탈 신입’이라는 평가를 받은 원더우먼과 시즌1 팀 중 실력 면에서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구척장신의 대결은 관심이 쏟아졌다. 원더우먼이 구척장신을 잡고 승리를 이어가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선수가 많은 두 팀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경기 결과는 6:3으로 구척장신이 이긴 것으로 보였다. 3:0에서 3:2, 4:3의 과정을 거쳐 6:3으로 경기가 끝난 것으로 방송에 나왔다. 중계진인 배성재와 이수근은 너무도 극적인 과정과 결과에 엄청난 리액션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구척장신이 5골을 내리 넣었고, 원더우먼이 3골을 따라 잡았지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하며 6:3으로 끝난 것.

이를 발견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물병의 위치와 양, 선수들의 헤어스타일, 관객석의 위치, 경기 스코어의 판을 보고 경기 과정에 조작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논란이 짙어지자 제작진은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예능적 허용?
무식한 조작?

제작진은 예능적 재미를 위해 이러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원더우먼이 바짝 따라가는 형태가 더 재밌으리라 판단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 판단은 공정성과 진정성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 최악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구척장신에 5:0으로 지고 있던 원더우먼이 5:3으로 따라잡는 과정이 3:0과 3:2, 4:3, 6:3으로 거치는 과정보다 과연 더 재미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의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도 그것이 축구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도 과정에 편향이 없다면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제작진은 자신들이 생각한 극적 재미가 경에 나오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왔다. 특히 원더우먼의 박슬기가 경기 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분에서는 팀원이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박슬기는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표정으로 힘들어했다. 조금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의욕이 없어 보이는 박슬기의 표정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결과가 드러나자 박슬기의 감정이 자연스러웠다는 게 드러났다. 5:0으로 지고 있으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할지 충분히 이해돼서다. 


캐스터 배성재도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팬들은 SBS 출신 배성재가 제작진의 조작에 힘을 보탰다며 비난했다. 배성재의 해설에 분명 3:2, 4:3과 같은 스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재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촬영 한 달 후 제작진이 준 대본을 기계적으로 읽은 것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 경기 뿐 아니라 <골때녀> 제작진은 FC아나콘다와 FC탑걸의 경기에서도 붙어 있던 시계를 떼버렸다. 개벤져스와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에서도 조작한 정황이 보였다. 액셔니스타의 정혜인의 헤어스타일이 경기 중에 막 바뀐 모습도 포착됐다.

단발인 정혜인은 경기 중에도 머리가 풀려 있다가 묶여 있다가 뒤바뀌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다. 순차적으로 편집한 게 아닌 장면을 이리 떼고 저리 떼다가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제작진이 한 제멋대로 편집이 지속되다가 덜미가 잡힌 셈이다. 

SBS는 <골때녀> 책임 PD와 연출 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라며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안전 불감증
구속도 있어

<골때녀> 문제는 예능적 허용과 안일한 행태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어차피 예능이라 재미를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내용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로 후자에 대한 의견이 지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골때녀>는 같은 PD가 보기에도 정말 창피하다. 쌍팔년도에나 할 행동을 한 셈이다. 예능적 허용이라고 해서 재미를 위해 순서를 바꾸거나 내용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오디션과 스포츠”라며 “진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능적 허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 내용을 조작해 비난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SBS 예능국은 적지 않게 조작을 시도했다가 걸린 전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글에서 생존한다는 진정성을 내건 SBS <정글의 법칙>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짜 원시 부족을 섭외한 뒤 마치 엄청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대치 구도를 만들었다가 시청자에게 걸려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대왕조개 채취를 하는 과정도 거짓으로 연출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여행 예능의 원조 격인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참돔 낚시 조작 의혹으로 크게 비난받은 바 있다.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숱하게 예능적 허용이라는 명목으로 조작을 시도해왔다. 어쩌면 <골때녀>의 이번 사태는 방송계의 안일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작 논란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프로그램 장르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다. 특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만든 연애 방송에서 진정성 논란이 생겨난다. 

첫 번째 사례는 오연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오연서는 이준과 커플로 등장했는데, 로맨스를 그려가던 과정에서 오연서가 실제로는 배우 이장우와 만나고 있었다. 해당 사실은 한 연예 매체로 인해 밝혀졌다. 

<우결>부터 <정법>까지…도 넘은 방송가
금자탑 허무는 진정성 훼손 “이젠 멈춰”

오연서도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한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황신혜와 커플로 나온 김용건은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온 A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솔로라며 출연한 박수홍도 실제로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거짓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한 방소인 함소원이 보여준 장면도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에서 함소원 남편 진화의 별장으로 그려진 장소가 알고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였으며, 방송에서 공개된 함소원의 딸 혜정의 바지 에피소드와 이사하는 과정, 이야기 병원 에피소드 등이 조작이라는 의혹도 이어졌다.

결국 <아내의 맛>은 해당 논란에 대한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종영했다.

방송 조작으로 PD가 구속된 사례도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X>는 제작진이 투표를 조작했다가 걸렸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PD가 구속됐다. 

<프로듀스 101>은 모든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넘겨준다고 강조하면서 진정성을 내세웠지만, 뒤에서는 이른바 ‘밀실 픽’이라고 해서 제작진이 출연자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9년 한 해를 떠들썩 하게 만든 국내 방송 역사상 가장 최악의 조작으로 여겨진다.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예능 <머니게임>도 조작 논란으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남자 출연자와 여자 출연자 간에 욕설이 섞인 다툼이 심해진 4화 이후 갑작스레 5화에서 출연자들이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여성 출연자들이 그간의 힘들었던 부분을 제작진에게 성토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남성 출연자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고, 조작된 내용으로 방송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여성 출연자 대다수가 시청자들에게 비난 포화를 맞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방송에 관심 있던 여성 출연자는 <머니게임> 이후 오히려 최악의 이미지를 얻고 하락세를 걷고 있다.

국내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이 진정성이다. 무대 코미디나 드라마가 아닌 경우에는 제작진이 공정하게 출연자를 대하고 있는지를 엿본다. 특정 출연자에게 수혜를 주는 부분이 드러나면 어김없이 집중 포화를 맞게 된다.

걸리면
집중포화

특히 진정성이 강조되는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허용을 넘어선 순위 조작이 있다면,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미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방송 조작’이 <골때녀>를 끝으로 사라져야 할 테다. 힘겹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단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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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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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