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뉴페이스' 10대 그룹 2인자 대해부

막후서 움직이는 총수의 가신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연말이 되면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 구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대규모 인사가 발표되고, 후계자들의 승진 및 경영 참여 결정이 전해지곤 한다. 이 시기에는 그룹의 2인자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진다. 총수와 그룹의 후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2인자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대기업 총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의 대상이다. 총수의 경영 이념과 사업 계획이 그룹의 한 해 농사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총수를 보좌하는 2인자의 중요성도 부각되는 추세다.

지근 보좌
권력 중심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7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결정됐다.

1960년생인 정현호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한 뒤 비서실을 거쳐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계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업지원TF를 그룹의 미래사업 발굴에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총수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는 2001년 상무보, 2007년 전무로 함께 승진했던 전례가 있다. 또한 미국 하바드대 MBA 과정을 마친 동문으로 장기간 신뢰를 쌓아오며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때마침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의 전원 교체가 결정되면서, 정현호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는 회장으로 승진한 김기남 DS부문장을 비롯해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났다. 

SK그룹은 협의·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1998년 9월부터 운영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외한 전문경영인으로 꾸려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대식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1960년생인 조대식 의장은 사석에서도 최태원 회장과 격이 없는 사이로 알려졌다. 

‘삼성맨’ 출신으로 2007년 SK그룹에 입사한 조대식 의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초고속 승진했다. ㈜SK 재무담당 상무로 시작해 사업지원부문장, 재무팀장 겸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을 거쳐 2013년 입사 6년 만에 ㈜SK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SK 대표이사로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전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일궈냈다. 조대식 의장이 대표로 부임한 후 ㈜SK는 반도체 소재, 바이오 부문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며 현재 ‘투자형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컨트롤타워
역할 부여


권봉석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부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2인자로 올라선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LG 이사회는 권봉석 부회장을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선임한다고 밝혔다.

권봉석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LG가 COO 산하에 경영 전략 부문과 경영 지원 부문을 신설한 만큼, 권봉석 부회장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권봉석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 전반의 밸류 체인을 두루 경험했다.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MC·HE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는 등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겸비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융합형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권봉석 부회장이 2014년 ㈜LG 시너지팀 팀장을 맡았던 당시 구광모 회장은 시너지팀 부장으로 일한 전례가 있다.

경영 이념 공유하는 최측근
지근거리서 보필하는 ‘복심’

롯데그룹은 최근 고강도 쇄신 인사를 통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역할을 조정했다. 계열회사는 사업군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에 맡기고 지주사는 그룹 전체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핵심 인재 양성, 미래 신사업 추진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도가 다분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동우 부회장은 그룹 미래 전략 수립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진두지휘하게 될 예정이다.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는 이동우 부회장은 그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다. 1986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부문장, 잠실점장을 거쳤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롯데지주 공동대표로서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과 재무 등을 통솔하고 있다. 그룹 미래역량 강화를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사장은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의 ‘키맨’으로 꼽힌다. 김동관 사장의 ‘멘토’로 꼽히는 김희철 사장은 총수 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김희철 사장은 이후 한화솔라원 중국법인 대표이사, 한화큐셀 대표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김동관 사장이 태양광을 새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2010년 한화솔라원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을 때 김희철 사장은 김동관 사장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김동관 사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이동할 무렵 김희철 사장 역시 한화솔라원 경영총괄책임 임원으로 옮겼다.


김희철 사장은 최근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8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희철 사장은 지난 10월 한화에너지 지주 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현재 한화에너지는 지난 10월 에이치솔루션과 합병한 이후 사업 부문과 지주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합병 이전까지만 해도 정인섭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였으나 지난 10월 합병 이후 정인섭 사장이 사업 부문, 김희철 사장이 지주 부문을 맡는 구조로 전환했다.

김희철 사장에게는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중책이 내려진 상태다. 향후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한화)의 신주를 받거나,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승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 슬하의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한화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한화에너지의 몸집이 커질수록 오너 3세의 ㈜한화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 슬하의 3형제(김동관·김동원·김동선)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0%, 25%, 25% 보유 중이다.

스승이자
동반자


GS그룹에서는 이른바 ‘허태수 사단’으로 불리는 1970년대생 상무 3인방(곽원철·황재웅·최누리)이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곽원철 상무와 황재웅 상무는 허태수 회장 취임 전후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투자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나선 허태수 회장이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누리 상무는 지난해 초 허태수 회장과 함께 GS홈쇼핑에서 지주사로 넘어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최누리 상무는 GS홈쇼핑에서 경영기획담당 본부장을 거쳐 CI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최측근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송명준 현대오일뱅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69년생인 송명준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린다. 2001년 현대중공업에 자리 잡았고 재정부 관리팀장, 싱가폴 지사 금융·관리책임담당, 중국 지역의 재무 총괄 등 국내·외 계열사의 재무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부터는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등 총 세 곳에 몸담고 있다. 2022년 승진 인사를 통해 소속된 모든 계열 회사에서 직급이 부사장으로 승격됐다.

송명준 부사장은 정기선 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송명준 부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재무지원부문장을 맡았던 시기에 정기선 사장은 경영지원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송명규 부사장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큰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드러진
참모 역할

재계 관계자는 “정기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이 바로 그룹의 2인자로 누가 부상하느냐다”라며 “특히 승계 절차를 밟는 그룹일수록 참모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핵심 사업을 맡기기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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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