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 급부상 선수교체 시나리오

“후보도 반품이 되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소비자는 구매한 물품에 몰랐던 하자를 발견한다면, 판매자에게 당당히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투표의 경우는 어떨까. 유권자가 뽑아놓은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유권자가 몰랐던 후보의 하자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면, 후보를 반품할 순 없을까.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지 약 두 달이 흘렀다.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경선을 뚫고 올라온 두 후보이기에, 대중은 그들이 본선에서 ‘꽃길’을 걸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형국은 이때의 예상과는 영 딴판이다. 양 진영에서는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소리만 연일 나오고 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죄송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

가족 리스크
완주 어렵다?

현재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가족 리스크’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아들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6일 한 매체는 이 후보의 아들이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장남 이동호씨는 2019~2020년에 걸쳐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약 1400만원 규모의 도박을 했다. 

이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박장을 전전하며 포커와 스포츠 토토 등을 즐겼고, 그럴 때마다 ‘후기 글’이라는 형태로 해당 사이트에 증거를 남겨 놓았다. 사이트에 남겨진 그의 글은 200개 이상이다. 


관련 보도가 쏟아진 후, 이 후보는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숙이며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아비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 부모가 잘못한 결과라서, 제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떠한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며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없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씨는 해당 사이트에 도박 후기 글뿐 아니라 불법 퇴폐업소 후기 글까지 남겼다. 이씨는 사이트에 “너희도 돈 따서 여자 사먹어라” “OO업소는 가지 마라”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다수의 글을 게재했다.

도박 의혹처럼, 성매매 의혹마저 사실로 밝혀지면 이 후보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는 달리 자녀가 없지만,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문제가 여러 가지 불거져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허위 경력서 논란이다.

김씨는 총 5개의 대학에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출한 김 씨의 이력서가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김씨의 이력서에 허위 학력, 허위 수상 실적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둘 다…역대급 진흙탕 육탄전
속으로 웃는 이낙연·홍준표

김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이라고 적혀 있지만 해당 대회에는 대통령상, 우수상, 특별상 등 모두 세 종류의 상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김건희’ 혹은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라는 이름은 수상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임산업협회 임원 이력도 거짓으로 판명 났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 지원서에 2002~2005년 기획팀의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써놨지만,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에 설립됐다. 그가 일했다고 주장하는 2002년과 2003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은 협회인 것이다.

또, 2004년 협회 설립 당시 함께한 임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논란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으나, 국힘 측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 12월까지 차명 계좌 수십 개를 이용해 654억원 상당의 허위 매수 주문을 넣은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김씨가 권 회장과 공모해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일 권 회장을 기소했고, 김씨에 대한 수사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 후보에게는 아들이, 윤 후보에게는 배우자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장동 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 등 후보 개개인의 문제도 산재해 있다.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이 후보의 대장동 수사가 다시금 언론의 주목받는 중이다.

고발 사주에 관련된 손준성과 김웅 등 윤 후보의 측근들은 곧 기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굵직굵직한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고 있는 정계 전문가들은 “이쯤되면 후보를 교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스멀스멀 주장하고 있다. 

젓가락 
갈 데가…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 총선 등에선 후보를 교체하기도 하고 공천을 취소시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선이기 때문에 또 이미 후보를 뽑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후보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고 그냥 덮고 가는 것”이라 주장했다. 대선후보들의 교체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당의 극성 지지층들은 보다 직접적인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18일 부산 서면의 한 거리에서 이 후보 규탄 집회를 주최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이런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풀영상을 틀어드리겠다”며 이 후보가 형수와 통화하다가 했던 욕설 파일을 통째로 틀었다.

녹음 파일이 전부 재생된 후 당 관계자는 “들으면 으면 들을수록 끔찍한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 대권후보라는 걸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후보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 사퇴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21일 이후로 한층 더 심해졌다. 각종 비리 의혹과 말실수 등으로 홍역을 앓았음에도 후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던 지지자들이 결국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상임위원장직 사퇴에는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났다.

이날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힘 선대위에서 맡고 있는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있었던 조수진 최고의원과의 갈등이 그 이유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따르면 전날(20일) 선대위 간부급 회의에서 조 최고의원은 “이 대표의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느냐”고 발언했고, 이를 듣고 격분한 이 대표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등 강경하게 반발했다. 회의장에는 고성이 오갔고, 이후 두 사람은 SNS 등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고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감 없는 리더’에 지친 이 대표는 결국 선대위를 박차고 나왔고, 지지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윤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오전에만 수백 건의 윤 후보 성토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후보 교체에 대한 의견이었다. “아내와 장모 문제에 더해 이제는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겼냐”는 의견부터 “대선이 80여일 남았다. 후보 교체도 늦지 않았다” “후보 교체가 곧 정권교체다. 하루빨리 사퇴하라”는 의견까지 국힘 지지자들은 후보 교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최종 경선을 통과한 대선후보들을 교체하는 것이 당헌 당규상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당 모두 ‘가능’은 하다.


합법적인 
박탈 조건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 12장 ‘공직선거’법 104조(재추천) 1항에는 “공직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자의 입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당규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에는 당규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무효로 하고 재추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1항에서 말한 ‘당규로 정한 사유’는 민주당 당규 제 30조에 명시된 아홉 가지 경우다. 그중 이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사유는 8항 ‘파렴치한 범죄전력자 등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와 9항 ‘공직후보자로 추천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 때’다.

만일, 아들 성매매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대장동 의혹 중 치명적인 사실이 수사 결과로 입증된다면, 당 지도부는 두 가지 항목을 적용해 이 후보를 최종 대선후보에서 박탈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5장 74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당내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 의결로 후보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 있다. 

당규 3절 제20조에 명시된 징계 사유는 총 네 가지인데, 윤 후보에게 적용될만한 것은 1항과 2항이다. 1항에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라 쓰여 있고, 2항에는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라 적혀 있다.

즉,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이나 배우자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의힘은 그의 위법행위가 ‘유해한 행위’로 판단할 소지가 있고, 윤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을 합법적으로 박탈시킬 수 있다. 

두 후보들의 연이은 사건·사고 소식에 빙그레 웃고 있는 두 인물들이 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지난 경선에서 두 후보에 밀려 2위를 기록한 인물들이다. 만일 두 후보에 대한 교체가 확정된다면, 두 후보가 출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제 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 등록은 내년 2월13일,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대통령선거에 나가려면 적어도 14일 오후 6시까지는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전까지 공정한 경선을 다시 진행해 후보를 선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이 발목’ 까도 까도 깜이 아닌데…
여차하면 출격? 당헌·당규 교체 가능

각 당은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선정할 여지가 있는 조항들이 있어, 지난 경선에서 차위를 기록했던 두 인물을 지도부 재량으로 후보로 위촉할 것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했던 인물들이다. 다선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각각 지역의 도지사를 역임했던 이력도 있다. 선거 때마다 철저히 검증받았던 후보들이기에 가족 스캔들이나 새로운 비리가 나올 확률은 두 후보보다 현저히 적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청년들과 소통을 위해 만든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그의 지지자가 후보 교체를 요구하자 홍 의원은 “대만 대선에서는 후보 교체를 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글쎄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홍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 연설에서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실히 정해지지 않고서는 함부로 대선후보 교체에 대해 의견을 타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경선을 불복한 이력이 있다. 경선 직후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에게 재투표할 것을 요구했으나, 당의 완강한 거부에 밀려 결국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선대위 출범식 후, 약 두 달간 이 후보의 선대위와 거리를 두어오던 이 전 대표는 지난 23일 이 후보를 만났다.

10월 회동 때와는 달리 지난 23일 회동에서는 ‘국가비전 통한위원회’라는 성과물을 내놨다. 민주당 측 인사는 회동 후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원톱’이 아닌 명낙 ‘투톱’으로 갈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주겠다는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명분상의 ‘투톱’이 될지, 명낙 콤비의 시너지를 보여줄지는 이 전 대표의 의중에 달려 있다. 후보 교체설이 힘을 받으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표정 관리

이러나 저러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지금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줄 알고 뽑아놓은 후보들이 계속해서 실망만 주고 있고, 선택을 하지 않은 인물들의 등판설이 뜬금없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만일 후보 교체가 현실화돼 이 전 대표와 홍 의원이 대선후보로 실제로 나온다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씁쓸한 대선이 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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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