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후퇴' 몸 사리는 검찰 플랜B

면죄부 주고 본게임 나중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대선판의 중심에 서는 듯했던 검찰이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있다. 거대 양당의 유력 대선후보를 손바닥에 놓고 주무르나 했더니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최근 검찰 행보를 두고 과거 17대 대선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부터 대선후보에 대한 검찰 고발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다 보니 검찰은 역대 대선에서 늘 주역을 맡았다. 검찰이 국내 정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시기도 대선 때다. 검찰의 사건 수사 속도, 방향은 대선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은 어떤 후보에겐 면죄부로, 어떤 후보에겐 치명타로 작용했다. 

대선 때마다
검찰의 시간?

대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던 검찰은 17대 대선에서 특히 크게 부각됐다. 17대 대선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이 본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졌고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건이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의혹이다.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으로, 이 전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그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것.

이와 함께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도 함께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이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다 표차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처벌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선 과정 중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준 ‘면죄부’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흠으로 여겨졌던 ‘사법 리스크’를 제거해 준 셈이다.

당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 8월13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검찰은 “이상은(이 전 대통령의 큰형)씨 명의의 도곡동 땅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으로선 불의의 한 방을 맞은 셈.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후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근소한 승리를 거뒀다.  

그로부터 4개월 뒤 검찰 수사 결과가 180도 달라졌다. 2007년 12월5일 대선을 2주 앞두고 검찰은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은 중간 수사 결과 때나 최종 때나 변동이 없었지만 결론은 정반대였던 것.

대선 직전 BBK 사건 무혐의 
13년 만에 실체 드러나 처벌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서 벗어난 이 전 대통령은 무난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통과된 ‘이명박 특검법’에 따라 임명된 정호영 전 특검의 결론도 다르지 않았다.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인 정호영 전 특검은 당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취임 직전 특검팀은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다. 검찰과 특검의 무혐의 처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대법원 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는 1심부터 이견이 없었다.  

정호영 전 특검은 한 시민단체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일반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2018년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돌고 돌아 법의 단죄를 받았지만 13년 전 그를 수사했던 검찰, 특검팀은 끝내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최근 검찰의 행보를 두고 17대 대선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력 대선후보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처음에는 날카롭나 싶더니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무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거대 양당의 후보가 모두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두 후보가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초유의 사태다. 

책임 안 진
그때 그 사람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서 ‘윗선’으로 의심받는 중이다.

두 후보와 윤 후보의 아내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것인지 여부는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검찰이 두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김씨가 고발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전시회 부분을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총장도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이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등 23개 기업이 협찬했다. 검찰은 김씨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코바나컨텐츠 직원, 협찬 기업 관계자 등을 전방위로 조사했지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는 윤 후보가 2019년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무렵 주관한 전시에 협찬금 후원사가 늘어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은 다른 전시 협찬 부분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바나컨텐츠는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과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을 주관했으며 대기업 10곳과 17곳이 각각 협찬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도 연루돼있다. 그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이 설립될 당시 약 2억원의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수처만
안간힘 중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권 회장과 이미 처분된 인물들을 포함, 총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지난해 4월 김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관련 인물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김씨의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불기소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으면서 검찰이 윤 후보와 그 주변을 겨냥한 수사는 일단락되는 형국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 등만 남은 것이다. 


그나마 고발 사주 의혹은 공수처에서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표류 상태에 빠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구속영장 2회 등 총 3차례에 걸쳐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연달아 기각돼 망신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표현하는 등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모양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결 내용, 세평 등을 수집해 취합한 뒤 문건을 작성해 반부패강력부 등에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담당 재판부에 대한 분석 없이 공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 담당 판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부분에 있어서 범죄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또 다른 윤 후보 관련 사건으로 전환해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유력후보 사법리스크
윤, 먼저 아내 의혹 벗어

민주당 이 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도 첩첩산중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4명이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검찰에서 윗선 수사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더 진척이 더디다. 화천대유 측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은 그 멤버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연달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1~3월경 김만배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에 하나은행이 화천대유 컨소시엄에 그대로 남도록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 사유,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사유다. 곽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다른 50억 클럽 멤버에 대한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끝내 안 닿는
윗선 수사?

이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에서는 대장동 사건과 이 후보 간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라디오에 출연,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그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장동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또 다른 측근 리스크?

지난 8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구속됐다.

윤 전 서장은 2017년~2018년 불법 브로커 활동을 하며 세무 당국에 청탁 명목으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서장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시절 윤 전 서장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윤 전 서장 사건에 어떠한 관여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윤 전 서장의 구속으로 윤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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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