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이 남긴 의문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29 15:34:03
  • 호수 1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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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욕바가지…예우는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두환씨가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전씨는 공보다 과가 너무 컸던 탓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그는 죽기 전까지 추징금 미납,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 매듭짓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이날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은 전씨는 오전 8시4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전씨는 지난달 26일 육사 11기 동기이자 12·12 군사반란을 함께 일으킨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미납 추징금 
956억원은?

전씨가 사망하면서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956억원 납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씨에 대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최종 선고됐다. 검찰의 추징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3년마다 일부 재산을 압류하며 시효 만기를 연장하는 데 그쳤다. 

2003년 미납 추징금 추징 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전씨는 추징금 314억원만 납부했다. 이후 검찰은 해당 연도 재산 명시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전씨는 당시 29만1000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법원은 나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통보해왔다. 내가 사는 사저 별채를 비롯해 값이 나갈만한 유체동산 등 일체의 재산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록에는 1997년도에 추징이 집행된 금융 자산 휴면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29만1680원도 포함돼있었다. 일부 언론은 마치 내가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기재한 것처럼 왜곡 보도해 국민의 오해를 샀고 법원 명령에 따라 제출한 재산목록에 기재된 자산은 그해(2003년) 10월 경매에 붙여 18억168만원이 추징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추징금 중 총 1235억원을 환수했다. 올해 7월에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한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8월에 임야 공매 낙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을 추징하는 등 14억원을 환수했다.

추징금 시효는 10년이지만 이 기간에 단 1원이라도 납부하면 10년씩 시효가 연장된다. 반면 추징 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이 때문에 보통 소멸 시점이 다가오면 검찰에서 재산압류 등 조처를 취해왔다.

전씨 추징금은 미납 상태로 남을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징금은 유가족에게 법적으로 상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납부 대상자인 전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 징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검찰은 제3자 명의의 재산에 대해 추징금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2013년 7월 특별환수팀을 구성하고 미납 추징금을 집행해왔다. 

공보다 과 ‘실패한 대통령’ 
12·12 쿠데타 등 권력 장악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에 대해 “이미 사용한 정치자금까지 물어내라고 한다” “죽어도 완납은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씨의 미납 추징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했을 거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징금 몰수를 위해 국회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등 여러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며 “(전씨의 경우)현실적인 어려움과 법리적인 어려움,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복잡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해 수사기관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번 별채에서 불거진 ‘소유권 주장’ 등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추징금 집행 방법에 대해 박 의원은 “살아 있을 때 넘겨준 재산의 경우 받은 사람이 범죄로 획득된 재산이라는 걸 알았다면 몰수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보면 이미 몰수나 추징에 대한 형이 확정된 경우, 사망해서 상속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전씨가 체납한 지방세는 10억원 가까이 된다. 서울시는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과거 전씨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을 조만간 공매 처분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5년 내 전씨의 다른 재산을 찾지 못할 경우 시는 체납 세금은 더 환수할 수 없게 된다.

전씨가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두 아들 재국, 재만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처분하는 과정에서 5억3699만원의 지방소득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납에 따른 가산금이 붙어 9억7400만원에 이른다. 지방세 등 세금은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세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다.

5·18 운동 진실
이대로 묻히나

전씨는 한국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로 조명된다.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하고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했다. 집권한 뒤 전씨는 철권통치로 민주화를 막기도 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1950년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전씨는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12·12 군사반란에 대해선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전씨 측 인사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5공화국 당시 대통령이던 전씨의 공보담당 비서관을 지낸 민 전 비서관은 최근까지 전씨를 보필한 최측근이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민 전 비서관은 “그 당시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날 며칠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한테 어떻게 발포 명령했다는 것을 적시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그리고 광주 피해자들이든 유족에 대해서 사죄할… 그런 뜻이 없느냐 하는 것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전 대통령이 오늘 11월23일이 33년 전 백담사 가던 날인데, 그날 여기서도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들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다. 광주 청문회 때도 말하셨고 여러 차례 그런 말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당시 백담사행을 앞둔 전씨가 밝힌 담화문을 살펴보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지칭했다. 결과에 책임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후회한다면서 유족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담화에서 전씨는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상처는 아물기 전에 건드리면 다시 커져 치유가 어려워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가 남긴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자책을 느끼고 있다”고만 했다. 

광주 피해자의 아픔과 한이 풀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말한 그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성실하게 답변한 적이 없다. 법정 앞에서 발포 책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호통을 치기도 했다.

사과 없이
떠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씨는 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했다. 2017년에 출간한 회고록에서는 “내가 광주에 내려갔다면 작전지휘를 받아야 했을 현지 지휘관만큼은 나를 만나거나 봤어야 했는데 그런 증언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5·18에 대한 책임에 대해 묻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도 답변하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난 전씨를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24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7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사과·반성 없이 사망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변이 낸 성명서에는 “영원히 닫힌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기 어렵게 됐다. 반성하지 않는 입에서 진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권 유린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발생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그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만 선고받았다. 

박 원장은 전두환정권으로부터 ‘부랑아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은 “교사범이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 없이 죽었다. 피해자들의 울분은 누구에게 풀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주범인 박인근은 하나마나한 미약한 심판을 받은 후 사과 없이 죽어버렸다. 전두환과 박정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복지원서 불법 감금·강제 노역
“이순자라도 나서서 사과해라”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에 묻히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며 “희대의 악인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5·18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언론들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씨가 사망하자 전씨 배우자인 이순자씨라도 나서서 사죄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이씨는 장남 전재국씨가 경호원 3명을 대동한 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이날 임재길 전 청와대 수석에 따르면 이씨가 “(남편)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 전 수석은 “(영부인이었던 두 분이)서로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을 했기 때문에 옛날이야기를 하고 건강 이야기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씨는 ‘유가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전씨가 사망했음에도 경찰청이 전씨와 이씨에게 제공한 경찰 경호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호 대장(경정) 1명을 포함해 경호팀은 총 5명으로 구성된다. 경호 대상 수와 관계없이 주야간 등 근무교대에 필요한 최소 인원으로 앞서 5명 기준 매년 약 2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호 대상 인원이 줄었지만, 당직 인원 등을 고려할 때 5명이 경호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씨 경호팀은 경정인 경호 대장을 비롯해 경위 이하 경찰관 4명으로 구성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권한을 박탈하지만 ‘경호·경비 제공’만은 예외다.

경찰은 의무경찰이 폐지돼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 경비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자 지난 2019년 12월 전두환·노태우씨를 포함한 전직 대통령 자택을 경비하는 의경 부대를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경호는 줄곧 유지해왔다.

자녀들이 
대신하나

2017년까지 밀접경호 인력 10명과 의무경찰 1개 중대(80명)가 전씨와 이씨가 거주한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경호 및 경비를 맡았다. 이후 2018년 1월 밀접 경호 인력이 5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의경 인력이 6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의경제 폐지에 따라 그해 말 경호 인력에서 완전히 빠졌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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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