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형사 출신 탐정 김수환 대한탐정사무소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01 15:31:54
  • 호수 13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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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공백, 대신 채울 겁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아직까지 국내서 탐정은 미지의 직업이다. 추리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등 탐정물에서만 탐정을 볼 수 있다. 사건의 실마리를 기막히게 풀어내는 탐정이 현실에도 존재할까?

탐정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탐정이라는 직업과 용어가 정식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되자 탐정업에 뛰어든 사람이 느는 추세다. 최근 <일요시사>는 수많은 탐정 가운데 강력계 형사 출신으로 주목받는 탐정 김수환 대한탐정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반전 매력

지난달 20일,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사무실을 찾아 어떤 호칭이 편하냐는 질문에 “유튜브 구독자들은 저를 보고 ‘두목님’ 이라고 부릅니다. (기자님은)편하게 불러달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우람한 체격과 달리 서글서글한 미소를 선보인 김 대표의 뒤에는 수십개의 표창장들이 자리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5일 탐정이라는 호칭 사용이 가능해지자 9월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형사 출신으로 ‘1호 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힌 김 대표는 유튜브가 구독자들과의 소통하는 장소가 되길 희망했다.

“형사에서 갑자기 탐정으로 도전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형사생활만 20년 이상 하다 보니 어떤 사건을 접해도 무덤덤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했는데 언제부턴가 마음속에서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식상해지더군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해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죠.”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김 대표에게 있어 형사 생활은 고독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60세가 되면 공무원인 경찰은 정년퇴직을 해야만 했다. 신체 건강한 경찰관에게 60세 은퇴는 너무나 이른 나이였다.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을 지켜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역량이 뛰어난 분들인데 경찰을 그만두고 난 뒤 아파트 경비원, 학교 보안관 등의 업무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나이가 차서 업계를 떠나는 선배들을 보면서 제 미래를 고민했어요. 형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서 다른 업무인 탐정이란 직무를 알게 됐어요. 탐정 업무를 하고 나서부터 몸속에 있는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걸 느끼게 됐죠.”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튜브 웹예능 콘텐츠 <공범>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공범>은 시민과 마피아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게임으로 상금 1억을 두고 12명이 심리전을 펼치는 콘텐츠다. 

강력계 형사 출신 화제
일본서 탐정 자격 취득

<공범> 1편에서 김 대표를 제외한 출연진은 편안한 복장으로 등장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다수 출연지 개량한복, 민소매 등 개성 넘치는 복장을 입고 등장했다. 반면 김 대표는 깔끔한 정장 차림을 입고 근엄하게 등장해 위압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촬영 초반에는 자식뻘 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른 뒤 출연진들이 ‘형’ ‘오빠’라고 부르면서 격의 없이 친하게 지냈어요. 출연진 모두가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적인 친구들은 야전삽짱재와 오현민이에요. (야전삽)짱재는 촬영하면서 같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매개체 역할을 해준 거죠. (오)현민이는 굉장히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똑똑한 친구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김 대표의 <공범> 출연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구독자가 2만명에 불과한 김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범 참가자들 첫인상 리뷰’ 영상은 무려 15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JTBC 프로그램 고정패널이나 인기가 많은 유튜버 채널에서 촬영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적극적인 김 대표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의 탐정업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탐정 자격증을 취득한 김 대표도 정작 국내에선 큰 메리트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탐정 자격증이 없는 이들도 탐정사무실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탐정 명칭만 있을 뿐이지, 국내에 현재 탐정법이 없습니다. 과거 심부름센터, 흥신소였던 곳이 간판만 슬쩍 바꿔 탐정사무실을 차리고 있어요. 이들은 불법적으로 탐정 업무를 할 여지가 있어요. 과거 형사 시절에 불법적인 일로 심부름센터 업무를 하는 이들을 교도소에 보낸 적도 있는 걸요. 반면 우리 회사는 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피해자를 위한 거죠. 상담하는 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탐정 관련 자격증과 별개로 탐정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 가운데 하나인 민간조사사를 취득한 인원은 4300명(2020년 8월 기준)에 달한다. 자격증과 별개로 탐정 관련 업무 종사자는 약 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은 관청 등록 절차만 밟으면 발급이 가능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은 27개(지난해 8월 기준)에 달한다. 새로 생겨나는 탐정 자격증 취득 인원까지 고려하면 국내 잠재적 ‘탐정’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OECD 가입국 중 한국만…
법에 위배되지 않게 활동

현재 35개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만 탐정법이 없다. 미국에서는 탐정이 ‘민간 형사(Private Detective)’나 ‘민간조사원(Private Investigator)’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배심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사실관계나 증거를 얼마나 찾아내느냐가 재판의 승패로 이어지는 미국의 특성상, 변호사들에게 민간조사원은 중요한 조력자다.

일본에서도 증거수집 등 변호사가 맡기는 일의 절반에 달한다. 최근 치매 노인 문제와 고독사 증가에 따라 실종자와 관련된 업무도 늘었다. 지난 7월 한국콘텐츠학회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한 달 이상이 흐른 장기 미제 실종사건의 경우 가족들은 경찰 수사에 매달리기보다 탐정에 조사를 의뢰하는 편이며, 비용은 10만~70만엔(한화 100~720만원) 정도다.

“미국과 유럽은 탐정이 경찰과 연계해 활동해요. 반면 일본은 신고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중간쯤 위치해서 탐정법이 도입돼야 합니다. 일본처럼 신고제로 하게 되면 탐정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요.”

과거보다 탐정에 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는 김 대표는 SNS나 메일로도 탐정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탐정협회에서 하는 교육은 99%가 이론 교육으로 현장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의뢰받아 일을 처리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채용 뒤 제가 직접 현장에 데려가 교육시킨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에 공인 탐정제도 도입이 있다. 연성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대학교에서도 탐정학과 신설하고 있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인지도↑

아울러 “불륜 등의 증거를 찾는다거나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많이 늘고 있다. 공권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탐정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탐정법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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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