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이후…태양금속공업의 표적 보복 내막

“괘씸죄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태양금속공업의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었던 노회현 전국소액주주연합 회장. 노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태양금속공업은 2017년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5년여의 시간 동안 그를 괴롭히고 있다. 노 회장이 밝힌 이유는 태양금속공업 한우삼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태양금속공업은 자동차용 볼트류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한하워드성과 한우삼이 공동대표로 이끌고 있다. 한하워드성의 본명은 한성훈으로 한우삼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앞서 우리나라 대신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그는 2010년 3월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뒤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아 2011년부터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소액주주 봉기
소송까지 제기

태양금속공업은 현재 최대주주인 한 회장을 비롯해 친형 한애삼(2.72%), 배우자 배시학(1.71%), 계열사 썬테크(2.52%) 등이 태양금속공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가족경영으로 경영권을 공고히 가져오던 태양금속공업에 때 아닌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2017년 노회현 전국소액주주연합(전소연) 회장이 태양금속공업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도 모자라 소송까지 제기한 것.

노 회장은 당시 태양금속공업 주식 11만1443주를 주당 2100원에 장내매수했다. 주식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참여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은 태양금속공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5% 룰’에 의해 최초로 태양금속 주요주주로 등장했을 당시 노 교수의 지분은 5.46%였다. 하지만 그 뒤 주식을 2000~2100원 사이에서 꾸준히 사들이면서 보유지분을 244만5573주(6.61%)까지 늘렸다. 

노 회장은 “한우삼 태양금속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주들의 기업설명회(IR) 개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며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을 자산재평가나 주가부양 의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해 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상장법인인 태양금속공업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는 내용의 공시가 올라왔다. 이는 일반적인 주총 소집 공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주총 공시 주체가 회사 법인이 아닌 ‘노회현’이라는 개인주주였다. 

주주가 직접 진행 이례적인 임시주총
“최대주주 전횡 막고 주주 권익 보호”

노 회장은 공시와 관련해 “법원 명령에도 사측이 대형 기업전문 로펌까지 앞세워 지속적인 방해공작을 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명부 폐쇄부터 신문공고, 주주명부 확정 및 통보, 주주총회 일자 및 장소 선정·개최에 이르기까지 주주총회 개최의 모든 과정을 주주가 직접 진행하는, 대한민국 상장법인 주주총회 역사상 아주 이례적인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일반 투자자들과 태양금속공업의 한 회장 등 경영진에 맞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다. 노 회장이 만든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모임이 결성됐으며 그 수는 300여명에 달했다. 

노 회장과 소액주주들은 이례적인 주총 추진도 최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측이 기업설명회(IR)나 자사주 매입, 자산재평가 실시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꼽았다. 회사가 한 회장이 미국 국적의 아들인 한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의심했다. 

주주가치 제고
“노력 부족하다”

이들은 이 같은 이유로 회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당시 태양금속공업은 몇 차례의 일시적 급등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수년째 20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모임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아들에게 자산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동안 부자간 증여를 위해 주가를 엄청 눌러놨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사전실적 보고사항(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경 시) 공시자료에는 대규모 실적 호전(당기순이익 143% 증가)의 핵심 원인인 해외법인 실적 호전에 따른 내용은 누락된 채 단순히 법인세 감소에 따른 이익의 증가에 대해서만 기재돼있다.

이를 두고 사측이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의 여력을 봉쇄하려 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매년 1분기 최대실적을 실현했던 것과 달리 올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는데 사측이 급여나 퇴직 급여채무 등을 의도적으로 증가, 실적을 악화시켜 보고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에 노 회장과 소액주주들은 자산재평가와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직접 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슨 이유로…
복수의 시작

당시 태양금속 관계자는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부양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노씨와 소액주주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자산재평가의 경우 제 가치를 평가받기에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고 소액주주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은 공정성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노 회장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마저 각하됐고 노 회장이 임시주총을 철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노 회장의 인생은 뒤바뀌었다. 사측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노 회장은 모든 걸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노 회장에 따르면 태양금속공업은 ‘한우삼 회장에게 들이댔다’며 ‘괘씸죄’ 명목으로 노 회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 회장은 “태양금속공업이 국가기관인 금감원을 움직여 가족은 물론이고 이혼한 전처와 지인들, 그 지인들의 가족들까지 괴롭히며 나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당시 소액주주운동에 동참했던 그의 지인들과 지인들 가족은 물론, 당시 사건으로 이혼한 전처까지 금융감독원 조사가 이뤄졌다. 해당 조사는 태양금속공업 측의 진정서 하나로 금융감독원 내부 조사지침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사건 일단락…대형로펌 이용해 압박 시작
집·가족 잃고 은둔생활…아직 끝나지 않아

노 회장은 “한쪽에 묻혔던 개인투자자의 단순 주가방어 거래 및 해당 법규 착오 및 시스템 오류로 인한 공시위반 사건을 끄집어내 대대적으로 조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2007년 대한민국 최연소 신지식인상까지 받으며 스타강사로 TV 및 각종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됐다. 특허청 객원교수 및 각종 강의 활동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는 퇴소한 보육시설 아동들을 위한 쉼터 사업, 소상공인을 위한 육가공 지원사업,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한 연구소(한국발명사랑연구센터) 사업, 그리고 이번 소액주주운동 사업을 벌여왔다.

현재 노 회장은 가정파탄은 물론, 해당 사건으로 특허청 교수직이 해임되고 2년간의 노숙생활을 거쳐 겨우 교직에 복직하게 됐다.


노 회장은 “그동안 쌓아놓은 모든 명성은 물론이고 형제들에게 지은 죄로 당시 사건 이후 부모님 제사에도 참석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억울해했다.

태양금속공업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노 회장의 자본시장법위반이다. 시세조종으로 돈을 벌어들이려고 했다는 것.

노 회장은 시세조종 행위와 공시위반 행위에 대해서 “사측과의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사측이 고용한 대형로펌 세곳(법무법인 바른, 광장, 지인)의 변호사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제기한 문제로 당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주주권리 방어권 행사로 판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세조종으로 돈을 벌고자 했으면 2017년 4월 임시주주총회 승소 후 주가가 7~800원에서 3000원까지 치솟았을 때 30억원 이상 차익을 내고 빠져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그만하자”
계속되는 압박

노 회장은 “지난 5년간 사측과 정부기관들에 의해 충분히 죗값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자기들 뜻대로 경영권 승계를 못하게 만들었다. ‘괘씸죄’로 응징하려는 태양금속공업의 민낯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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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