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짜 역세권?

지하철역과 가까운 입지를 의미하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흥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은 물론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도 역과 가까울수록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가치 상승효과도 나타난다.

같은 단지라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이 멀리 떨어진 동보다 비싸게 거래될 만큼 역세권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존재감이 뚜렷하지만 어디까지를 역세권으로 봐야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역세권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같은 단지도
가격이 달라

분양시장에선 너도나도 역세권을 강조한다. 단지명에 지하철역 이름을 넣어서 분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역과 더 가까우면 해당 역을 단지명에 넣어 분양하기도 한다.

지하철, 경전철, 고속철도역 등 단지명에 ‘역’이름이 들어간 주거단지는 편리한 교통망으로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역 이름이 들어간 아파트의 2018년 1순위 마감률은 70%, 2019년에는 74.5%, 지난해에는 75.4%를 기록했다. 올 1~4월 역시 84.2%의 마감률을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 이름 들어가면 흥행 성공
편리한 교통망 수요자 큰 관심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가 높은 오피스텔에도 단지명과 역 이름이 붙어 역세권 입지를 강조한 단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지명만 들어도 역세권 입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위치와 주변 환경까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조건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역세권 유무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단지명에 역 이름이 포함된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우수한 분양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돼 평균 145.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가능역과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계약 당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달 인천 부평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인천도시철도 1호선·GTX-B노선(예정) 환승역인 부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가 부각되면서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총 1208실 모집에 9019건이 접수되며 7.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1호선·  신분당선 화서역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화서역 푸르지오 브리시엘’오피스텔도 460실 모집에 총 1만4463건이 접수되며 평균 31.44대1로 전 타입 청약 마감한 바 있다.

도보 5분? 걸어서 10분?
실제로 가보면…뛰어서?

역명이 들어간 오피스텔은 매매가 상승률도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2017년 2월 입주)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40㎡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2020년1월~2021년1월) 4500만원(3억6500만원→4억1000만원)이 상승했다. 전용면적 42㎡의 경우에는 7000만원(3억8000만원→4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지하철 역세권 상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 투자에서 역세권 여부는 투자처를 선택할 때 투자자들이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요소다. 역세권에 위치한 상가의 경우 풍부한 유동인구로 인해 임대 수요가 꾸준해 불황기에도 가격 하락이나 공실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역세권 상가의 경우 일반 상가 대비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역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남구 도산대로 평균 상가 임대료는 ㎡당 4만5100원인 반면 지하철3호선 신사역 일대는 2배가량 높은 8만270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족족
완판 행렬

지방도 마찬가지다. 역과 거리가 있는 경북대북문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당 2만800원이지만,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 인근 동성로 중심은 이보다 71.63% 높은 3만5700원으로 조사됐다(2021년 1분기 중대형 상가 기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역세권 상가의 인기는 꾸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선보였던 ‘힐스에비뉴 신도림역 센트럴’은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가까운 역세권 상가로 인기를 얻으며 분양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모든 계약을 마쳤다.

다음으로 업무시설인 소형 오피스(섹션 오피스)의 경우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빌딩을 통째로 팔거나 1개층을 분양하는 등 단위 규모가 컸던 과거와 달리 일반 오피스 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해 분양하는 소형 오피스가 틈새 수익형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블역세권
더 많은 인기

소형 오피스 분양 때도 초역세권이 각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근무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외부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에서는 역세권의 중요도를 높게 보기 때문에 ‘도보 5분’‘도보 10분’ 등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를 주로 내세우며 수요자의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가보면 이 같은 문구는 대체로 허위인 경우가 많다.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300~400m 정도지만 언덕이 가팔라 10분 이상 소요되고, 대체로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예 터무니없이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지도상에서는 단지와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로 가깝지만 실제로는 큰 건물이나 산 등이 가로막고 있어 우회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입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덜컥 청약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역세권 기준은 어떻게 따져봐야 할까.

법적으로 ‘지하철역과 단지까지 몇 m 떨어진 거리여야 역세권이다’라고 판단 내리는 기준은 없다. 대체로 시장에서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면 역세권으로 분류하지만 “그럼 501m 떨어진 단지는 역세권이 아니냐”고 딴죽을 건 사람도 있다. 그만큼 역세권을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다만 서울시 자료를 통해 역세권에 대한 공적 기준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 기준’에 따르면 ‘개통된 역(예정 포함)의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지역’을 역세권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1차 역세권(초역세권)은 250m까지, 2차 역세권(직접 역세권)은 그 밖의 범위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또 각자의 걸음 속도나 평지·오르막에 입지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면 사람들이 역세권이라고 인식한다.

출퇴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지하철역 접근성은 주거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가격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거리라도 언덕보단 평지 역세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예를 들어 ‘지하철역과 500m 떨어진 평지’‘300m 떨어진 언덕’이라면 대체로 평지를 선택해 역세권을 구분 짓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은 분양시장에서 당연 투자 1순위로 꼽힌다”며 “같은 역세권이라 할지라도 단일 역보다는 2개 이상의 역이 교차하는 더블역세권 단지가 출퇴근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 의료·교육시설 등이 몰려 있어 수요자나 임차인, 고객 등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분양(예정) 중인 역세권 단지.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트윈시티 남산’.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이번 달부터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는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면적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서울역 12번 출구와 오피스텔 지하통로가 바로 연결되는 탁월한 입지 여건이 이 단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입주민들은 서울역 1·4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 노선과 KTX, 광역지역버스 환승센터 등 각종 교통수단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 향후 GTX-A(2023년 개통 예정)와 GTX-B(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신안산선(2단계 연장)까지 연결된다면 서울의 교통 중심지로의 자리매김이 확실시된다.

 

▲화곡역 더챔버·화곡역 챔버 아케이드= 한양건설이 서울 강서구 강서로에 공급하는 하이엔드 주거공간 ‘화곡역 더챔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2층, 총 154실 규모다. 지하 2층~지상 2층에는 5호선 화곡역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 내 상업시설 ‘챔버 아케이드’가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챔버 아케이드의 지상 1층은 5호선 화곡역 1, 2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 2층은 화곡역과 직통 연결될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지하철과 직통 연결되는 단지의 경우 희소성 및 상품가치가 뛰어난 만큼 강서구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향후 완성되는 화곡역 트리플 역세권의 풍부한 교통 호재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누릴 전망이다. 기존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 오는 2023년 서부광역철도 대장홍대선(예정), 오는 2027년 2호선 청라연장선(예정)이 개통할 예정으로 광화문, 여의도, 상암DMC, 마곡지구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 라움PFV(트라움하우스)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원에서 ‘건대입구역 라움 에비뉴’를 분양 중이다. 2018년 최초 하이엔드 오피스텔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라움 펜트하우스’단지 내 상업시설로,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출퇴근 편리
랜드마크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더블 역세권 상업시설로, 도보 약 1분 거리에 위치해 지하철역 이용객 등 풍부한 유동 인구를 소비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강남, 삼성, 역삼 등 서울 주요 업무 지구에서도 환승 없이 단시간에 도달 가능해 종사자 수요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과 2·5호선 을지로4가역, 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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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