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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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9.27 10:22:32
  • 호수 13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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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 민음사 / 1만6000원

비트코인, 주식, 선물옵션… 대학생연합 주식동아리 활동은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되었고 존버, 손절 등의 주식 용어는 일상어로 편입·확대되어 그 기원을 궁금해하는 자가 없을 정도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디지털화로 인해 누구나 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지금은 주식하는 사람보다 주식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900만 개인 주식 투자자의 시대. 주식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때로 경제라는 대우주 안에서 주식이라는 소우주에 기거하는 투자 인류로 정의되기도 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매일같이 기관,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을 마주하며 주식과 파생상품을 매매, 치열하게 수익을 ‘다투는’ 투쟁의 장에 몸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치열한 장의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주식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기껏해야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래서 요즘 무슨 종목이 좋대?” 한 가지가 더 있긴 하다. “그래서 얼마 벌었는데?” 주식의 세계에서 개인투자자는 한 명의 인간이기에 앞서 수익률의 꼬리표로 먼저 인식된다. 청색과 적색만이 존재하는 극단적 이분법의 영역에서 개인투자자는 너무나도 쉽게 수익률이라는 숫자로 환원된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한없이 빈약하고 더없이 초라하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는 성공 신화로 가득한 개인투자자 서사에 균열을 내는 다른 목소리다.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저자가 서울의 한 매매방에 입실, 그곳에서 만난 개인 전업 투자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기록물이자 독창적인 보고서의 제목은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다. 개인 전업 투자자들, 그들은 왜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어떤 배경을 가진 자들이 개인 전업 투자자, 속칭 개미가 되는가. 개미들은 어떻게 돈을 잃어 가며 그들은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못한 채 끝내 필패의 질서에 포섭되는가. 매매방 입실자의 책상에 붙여진 매매원칙 십계명, 투자자 명심보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주식에 대한 각종 통계 자료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차례로 응답해 준다.
그러나 이 책은 개인투자자의 실패를 개인 차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재맥락화함으로써 투자하는 인간 본연의 인지 심리적 경향과 더불어 투자를 할 만한 것으로 재생성하는 사회문화적 구조, 이를 통해 개미 집단이 내면화하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념과 믿음을 정면으로, 총체적으로 바라본다. 주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열하고 복잡하며 공허하고 모순적인 욕망의 사슬에 대한 신중한 관찰과 명민한 분석은 오늘날 금융의 시대가 만든 인간 초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한다. 동시에 주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내면화한 명제들의 진위를 날카롭게 점검할 수 있는 근거들 또한 제공한다. 202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솔직한 욕망과 좌절의 서사가 지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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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