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상품 성공투자 키워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알짜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한 상가, 오피스텔, 소형 오피스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후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은 상가와 같은 상업시설이나 오피스텔, 소형 오피스와 같은 업무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고정 수요 및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대규모 주거시설이나 기업체, 관공서 등의 입주가 꾸준히 진행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수요가 몰리며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향후 시세차익을 보는 것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 투자지역, 산업단지, 업무지구 등이 있다.

대기업
후광효과

먼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삼성, LG, SK 등 대기업의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풍부한 일자리 조성을 통해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관련 사업체 및 협력업체의 이주 등 낙수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부동산 투자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후광 효과가 미치는 건 주택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업무시설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역시 대기업 효과를 받고 있다. 사업체, 거래처 입주가 시작되면 임차 수요가 크게 확장되고 교통, 인프라 등 비즈니스 여건까지 대폭 개선된다. 여기에 고소득 연봉에 구매력 높은 근로자의 수요가 확보되면서 상권 활성화 및 수익률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산업단지 인근 수익형 부동산은 교통이나 업무환경 등 각종 인프라가 조성돼 있고, 산업 연계성이 우수해 기업체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최근 산업단지 인근에서 분양한 상업 및 업무시설이 대다수 조기 완판 되고 있는 흐름 역시 풍부한 기업체 수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업무지구를 품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직주근접 오피스텔 등이 분양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업무지구 내 입주한 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포함해 배후수요가 탄탄하고, 자족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정주 여건도 우수하다.

정부 잇따른 규제로 주택시장 주춤
배후수요 확보 상가·오피스텔 눈길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곳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다. 대규모 업무지구가 있는 지역의 경우 기업이 입주할 때마다 근로자와 관련 업종 종사자 등 인구가 대거 유입돼 주변 주택시장의 규모가 커진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투자 가치도 높다. 실제 대규모 업무지구 인근 오피스텔은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동탄2신도시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2019년 1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같은 주택형이 6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10개월 만에 약 1억8000만원 올랐다. 단지는 동탄테크노밸리와 화성일반산업단지 등이 가깝다.

경기 안양시 ‘힐스테이트 에코 평촌(2019년 2월 입주)’ 전용면적 68㎡는 지난 5월 6억7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6월 같은 주택형이 4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약 2억3000만원 올랐다. 단지는 맞은편에 평촌 스마트스퀘어를 비롯해 안양테크노밸리 등이 가깝다.

대기업 투자지역이나 산업단지와 인접한 상업시설이나 업무시설은 분양성적도 좋았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의 초기 지식산업센터 상품은 현재 100% 분양 완료된 상태다. 삼성 평택캠퍼스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단지들이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2018년 2월 삼성 평택캠퍼스 인근에 분양한 ‘에스타워 고덕’은 계약 2주 만에 모든 분양 물량이 완판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투자를 밝힌 인천 송도 역시 대기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관공서 입주
안정적인 수익 보장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아크베이 스트리트’ 상업시설은 계약을 100% 완료했다. 앞서 2019년 9월 분양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3차’상업시설(132실)도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에 완판 됐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 일대에 조성 중인 ‘웨이브스퀘어’ 상업시설은 분양한 지 얼마 안 돼 대부분 호실의 분양이 끝났다. 화성시 동탄역 인근에서 분양했던 ‘프런트 캐슬 동탄’상업시설은 하루 만에 110실 모두 계약이 완료되는가 하면 ‘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 상업시설인 ‘오슬로애비뉴’도 평균 21.4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00% 완판 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기업 투자지역, 산업단지, 업무지구 인근은 지역 내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해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다”며 “배후수요는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의 잠재적인 수요를 의미하며 대규모 주거 단지나 업무지구를 끼고 있어 상주 인구가 풍부한 입지는 주거·업무 배후수요가 두터워 수익형 부동산 1순위 투자처로 통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후수요를 확보한 수도권 수익형 부동산.

 

▲트윈시티 남산= 서울 중심 입지의 오피스텔이 5년 전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인다. 서울역 초역세권 오피스텔인 ‘트윈시티 남산 오피스텔’이 주인공.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로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있다. 민간 임대주택 리츠 1호 사업으로 건설된 트윈시티 남산은 2015년 2월부터 6년 동안 임대로 운영됐다. 이번 달부터 매각으로 전환해 현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투자가치
긍정적으로

지하철 4개 노선에 KTX까지 지나는 서울역 초역세권 오피스텔로서 가치가 높다. 서울역 12번 출구와 오피스텔 지하통로가 직접 연결돼 2분 내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입주민들은 서울역 지하철 1·4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4개 노선과 KTX, 광역·지역버스 환승센터 등의 여러 교통수단을 가까이서 편하게 누릴 수 있다. 또 인근으로 우선 강남업무지구(CBD)권역을 비롯해 GS건설, SK텔레콤, 하나은행 본점 등 대기업이 밀집돼 있어 편리한 출퇴근을 바라는 직장인 직주근접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또 동대문, 명동 쇼핑타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자영업자 수요와 연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대학가 수요까지 품을 수 있다.

 

▲엘프론트 청담=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한 GBD에 ‘엘프론트 청담’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일원에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조성되는 복합시설로 오피스와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오피스는 지상 4층~지상 7층, 총 47실 규모다.  

산업단지
흥행 원인

테헤란로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비즈니스 인프라가 우수하다. 테헤란로는 국제금융과 무역이 활발하고, IT기업·은행 등이 밀집해 있다. 또한 벤처1세대 기업이 집적돼 있는 만큼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조선팰리스 호텔이 개장한 데 이어 우량 임차인을 유치할 계획인 역삼 센터필드도 최근 준공 완료됐다.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 및 도심형 마이스(MICE) 복합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개발되는 국제교류복합지구가 2025년 완공 예정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시작으로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연결된다. 현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인 복합환승센터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등도 계획돼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125만명 이상의 고용 유발 등 대규모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된다.

 

▲잠실 리버리치=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잠실 리버리치’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7층, 5개 타입의 전용면적 27.41~42.09m², 150실 규모다. 방이동은 직장인들의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교통여건과 도심에서 수변여가문화를 즐기는 데 적합하다. 서울에서도 대규모를 자랑하는 올림픽공원부터 석촌호수, 송파방이공원을 비롯해 방이동 먹자골목까지 모두 근거리인데다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으로 발 빠르게 이동하는 지하철역이 밀집해 있다.


사업지 도보 5분 거리에는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9호선 한성백제역이 위치하며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잠실역환승센터를 비롯해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수도권제1외곽순환도로, SRT 수서역 등 쾌속 광역 교통망이 갖춰져 있다.

현재 해당 지역은 현대자동차GBC(옛 한전 부지), 잠실MICE (국제업무·스포츠·엔터테인먼트·전시컨벤션),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 국제교류복합지구에 대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코엑스~현대차GBC(옛 한전 부지)~잠실종합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166만㎡에 4가지 핵심산업시설(국제업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컨벤션)과 수변공간을 연계한 MICE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건대입구역 더 라움 에비뉴= 건대 더 라움 펜트하우스 단지 내 상가인 ‘건대입구역 더 라움 에비뉴’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건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청담대교 북단 방향 약 100m 대로변에 위치한다. 로데오 거리와 양꼬치 거리 입구 쪽 중심으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호반써밋 자양, 건대자이엘라와 더불어 역세권 신흥 주상복합 단지의 중앙에 있다.

지하철 2호선 및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일대는 서울 10대 상권이자 동부권 최대 상권으로 롯데백화점, 이마트, 스타시티몰, 롯데시네마, CGV, 건대로데오, 먹자골목 등이 모여 있어 풍부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근 성수동 비즈니스타운과 건국대, 세종대 6만 배후수요뿐만 아니라 일평균 유동인구 10만명을 자랑한다.

2·7호선 건대입구역을 이용해 잠실, 삼성, 청담, 학동, 논현, 반포 등 강남권을 논스톱으로 오갈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단지 인근 영동대교와 청담대교를 건너면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으로 곧바로 연결돼 미래가치도 뛰어나다.

단지 인근 삼성동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가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단지 인근에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성수동 레미콘부지 공원화(2022년 철거 예정), 중곡역 종합의료단지(2021년 말 완공 예정), 청사·보건소·구의회·오피스·호텔·판매시설 복합단지인 구의역 행정단지(구의·자양 재정비촉진구역) 등도 추진되고 있다.


발 빠르게
지하철 밀집

▲시흥장현 시티프론트561= 시흥시청 인근에 들어서는 대단지 오피스 타워 ‘시흥장현 시티프론트561’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개 동, 오피스 561실, 상업시설 87실로 시흥 장현지구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블록별로 5블록에 지하 3층~지상 10층에 오피스 420실과 상업시설 64실, 6블록에 지하 4층~지상 10층에 오피스 141실, 상업시설 23실이 조성된다.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 업무 5블록, 6블록 총 2개 블록에 들어서는 이 오피스 타워는 시흥시청 일대에서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만큼 오피스만 해도 561개 호실이 조성돼 입주 기업들 간의 업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섹션 오피스와 소호 오피스가 함께 구성됐을 뿐 아니라 복층형 설계까지 더해져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업무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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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