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말 많고 탈 많은’ 언론중재법 입체분석

“권력 견제와 비판 약화” VS “개정안 사실 호도·왜곡”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의 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 정부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문재인 대통령,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하 메시지)

“야당 시절에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줄기차게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는)정반대 행동을 하고 있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서 기립 의결로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직후)

2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언론중재법(가짜 조작뉴스에 대한 국민 피해 구제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격렬히 대치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언론의 견제와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한 악법”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사실을 호도·왜곡하고 있다”고 본회의 통과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이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권력의 비리는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라며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 연장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됐다.

친노(친 노무현)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도 “지금 이런 환경 속에서 처리하는 건 굉장히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현재 국회 임기 초인데 의석이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상임위원장이 넘어간다고 해도 국민 지지를 받고 어느 정도 숙성된 법안으로 무턱대고 저러지는 못할 것”이라며 “(자유언론실천재단은)이 법을 지지할 줄 알았는데 거기조차 반대하는데도 민주당이 그대로 밀어붙이기엔 굉장히 부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자유언론실천재단은 1974년 군부독재 시절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나왔던 해직 기자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 전날 ‘강행처리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 나서라’는 회견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대권주자 박용진 의원도 지난 23일 “개혁의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언론의 비판 및 견제 기능에서 사회적 손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언론중재법 도입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며칠 남진 않았지만 여야 간 협의가 잘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언론재갈법이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를 구제하는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이라는 입장이다.

한준호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는 허위·조작보도의 자유와 같지 않다. 건강한 언론의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며 헌법 정신에도 부합함은 이미 누차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언론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

민주당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입증 책임은 청구인에게 있으며 ‘정치인 및 대기업’은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해 권력기관이나 대기업에 대한 비판 보도에는 제한이 없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집권 말 정권연장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2022년 4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2022년 3월9일인 20대 대선에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 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이견도 있다.

과연 민주당 해명처럼 대상이라고 지목된 일반 서민이나 중소기업인들이 가짜뉴스로 얼마나 피해를 보겠느냐는 반박이다.

현직에 있지 않은 정치권력인 전직 대통령, 전직 장관 및 전직 의원들은 얼마든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도 노출돼있다.

즉, 내년 4월 이후로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후 가짜뉴스를 유포한 언론사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전직 정치인이거나 현직 정치인 가족, 친인척의 비리에 대한 비판 보도 시 손해배상으로 인한 위축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더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여야 합의 없이 졸속처리했다가 여론의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권서 연일 언론중재법으로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협회에 보내는 축전 메시지 이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작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고 어떤 입장도 낼 계획이 없다”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발언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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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