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애물' 이수건설 딜레마

10년 넘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수건설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백조로 탈바꿈하길 기대하며 자금수혈을 거듭했건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다.

이수그룹은 김준성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이수화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범 회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이후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IT·건설·바이오·스마트팜 분야를 아우르는 중견그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버는 족족
투입해봐야…

이수그룹은 2000년대 초 ㈜이수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고 ‘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김 회장이 서 있다.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수엑사켐은 ㈜이수의 최대주주(73.4%)이고, ㈜이수의 나머지 지분(26.6%)은 김 회장의 몫이다.

이수엑사켐과 ㈜이수가 지배구조 상에서 남다른 중요도를 드러낸다면, 이수화학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다. 이수화학은 세탁세제의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과 노말파라핀(NP)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2017년부터 4년간 순손실을 기록했던 이수화학은 올해 들어 실적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93억원, 1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이수화학은 직전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83% 늘어난 1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다소 희석시켰다. 지난 5월 한국기업평가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주력 제품인 LAB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제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양호한 수급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진 위협
시한폭탄

다만 이수화학의 상승세는 연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의 성과에 기댄 결과물이다. 비석유화학 부문은 현상유지조차 버거운 현실에 직면해있다. 특히 이수건설은 이수화학의 재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2009년 초 이수건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직전년도에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고, 급기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처지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09년 4월 이수화학은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형태로 이수건설 지분을 취득하면서, 이수건설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출자전환이 이뤄진 채권 규모는 1022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지원을 거듭했다. 2009년 8월 이수건설이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460억원을 투입했고,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800억원, 500억원을 증자를 통해 지원했다.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2013년까지 5년 동안 지원한 자금은 1800억원에 육박한다.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자금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반포동 사옥을 팔아 마련한 매각자금 599억원을 전액 지원했고, 지난 3월에도 700억원이 이수건설로 향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지분율은 85.1%까지 치솟기에 이르렀다.

잘나가는 이수화학의 아픈 손가락…
멀고 먼 정상화…수차례 퍼줬지만

그러나 이수화학의 노력에도 이수건설은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에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수건설은 2008년 211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이듬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2011년 1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같은 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6017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매출은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지난해 3365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또 2016년 34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626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수익성뿐 아니라 재무상태도 적신호가 켜졌다. 2019년 143.4% 수준이었던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698.5%까지 올랐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 이하)과 비교하면 엄청난 간극이다.

부채비율의 급격한 상향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대손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지난해 이수건설은 강남 삼성동 고급 주상복합 브라운스톤 레전드(111억원)를 비롯해 리비아 사업(Libya Zentaan 3300 Housing PJT, 290억원), 시에라리온 사업(Kenema-Pendembu Roads PJT, 103억원) 등 총 969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발생했다. 

이수건설은 대손충당금 중 641억원을 끝내 회수하지 못했고, 이 여파로 재무제표상에 1700억원대 순손실이 기재됐다. 

대규모 순손실은 총자본의 급감을 불러왔다. 2019년 1681억원이던 총자본은 1년 새 136억원으로 92% 쪼그라들었다. 자본이 줄면서 5045억원에 달했던 총자산도 지난해 2446억원으로 감소했다.

허덕이는
구원투수

재정과 실적의 동반악화로 인해 대외 입지마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2021년도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이수건설은 116위를 기록했다. 전년(83위) 대비 33계단 뒷걸음질 친 순위다. 100위권 내 건설사 중 30계단 이상 순위가 떨어진 곳은 이수건설이 유일했다.

이수건설의 악화된 경영환경은 이수화학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수건설 등 자회사에 대한 지원확대에 의한 재무 부담 가중’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대한 자금지원의 여파로 순차입금이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567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2009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대한 1419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 중이다.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자금수혈이 수차례 더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수건설은 현금자산이 800억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1100억원에 달한다. 

팔고 싶어도
살 사람 없다

자금지원 부담을 덜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매각이지만, 시장에서는 이수건설은 그리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수화학이 수년 전 추진했던 이수건설 매각작업은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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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