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부업 거물의 변신

돈놀이하다 바이오맨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엠투엔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던 신라젠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제 막 신사업을 시작한 엠투엔과 자금난에 봉착한 신라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를 계기로 서홍민 엠투엔 회장에 대한 제약업계의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참에 대부업계의 거물이라는 서 회장의 배경이 재조명되는 형국이다.

지난 5월31일 신라젠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엠투엔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엠투엔이 신라젠 신주 1875만주를 총액 600억원에 인수한다는 게 계약의 기본 골자였다. 발행가액은 외부기관의 주식가치 평가를 통해 결정됐고, 엠투엔은 신라젠 지분 20.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배보다
큰 배꼽

엠투엔의 신라젠 신주 인수 결정은 신사업 진출 차원의 행보로 읽힌다. 과거 디케이디앤아이라는 사명을 썼던 엠투엔은 지난해 8월 임시주총을 통해 회사 정관의 사업 목적에 의약품 제조와 연구·개발업 등을 추가하고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단계를 밟았다. 국내 법인 엠투엔바이오를 출범시켰고, 미국 신약개발 업체인 그린파이어바이오(GFB)를 인수했다. 

기존 사업에서의 저조한 성과는 엠투엔이 신사업 진출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그간 철강제품 제조에 주력해 온 엠투엔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9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엠투엔의 실적 부진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에서 비롯됐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비철금속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엠투엔이 저렴한 가격에 신라젠 신주를 취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4일을 끝으로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 주가는 1만2100원에서 멈춰 있는 반면 엠투엔이 인수하기로 한 신라젠 신주의 1주당 가치는 3200원이다.

기존 발행된 주식 대비 26.4%에 불과한 자금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등극한 셈이다.

게다가 엠투엔의 시총은 신라젠(8666억원)의 절반 수준인 48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확실한 우군
한숨 돌렸다

엠투엔이라는 확실한 우군을 얻게 된 신라젠은 최악의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국민 바이오주’로 등극했지만,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실패로 한때 15만원대를 형성했던 주가는 1만21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게다가 신라젠은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면서 지난해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최대주주인 문은상 전 대표는 신라젠 상장 전인 2014년에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했다는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11월3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부터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개선 조건은 기간 내 자본금 확충과 최대주주 변경 등을 통한 경영 투명성 확보 등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이번 계약은 차질없이 이행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엠투엔과 신라젠은 지난 6월 말 600억원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통상 보호예수 기간이 1~2년간 설정되는 것과 달리, 확보한 신주 1875만주는 3년간 보호예수가 확정됐다. 단기간 시세차익을 노려 재매각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쯤으로 해석된다.

엠투엔은 신라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계획도 내비친 상태다. 지난 7월 신라젠 이사회는 엠투엔이 운영자금 4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로써 신라젠은 앞서 엠투엔이 건넨 신주 인수대금 600억원을 포함해 약 1000억원의 자금 수혈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엠투엔 신라젠 최대주주 등극
‘리드코프’ 자금력이 힘의 원천 

엠투엔의 신라젠 신주 인수를 계기로 서홍민 엠투엔 회장은 제약업계의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 서 회장은 디케이마린 최대주주(지분율 85%)라는 지위를 통해 엠투엔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디케이마린은 엠투엔 지분 27.31%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서 회장도 엠투엔 지분 17.86%를 쥐고 있다.

서 회장은 5선 의원 출신이자 두 차례 내무부 장관을 지낸 국민의힘 서정화 상임고문의 차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는 처남-매형 관계로, 서 회장의 누나인 서영민씨가 김 회장의 부인이다. 서영민씨는 지난해 엠투엔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지분율은 0.52%에 불과하다.

자금력 탄탄
원천은 어디?

증권가에서는 서 회장을 대부업계의 거물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엠투엔이 거느린 10여개 계열사 가운데 리드코프의 인지도가 압도적인 까닭이다.

서 회장은 ‘디케이마린→엠투엔→리드코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 앤알캐피탈대부, 채권추심전문엘씨대부, 리드컴 등 리드코프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법인들 역시 서 회장 휘하에 있다.

또한 신라젠 신주 인수 소식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 회장을 엠투엔이 아닌 리드코프와 연관 짓는 기류가 강했다. 출소 이후 행보 역시 리드코프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앞서 서 회장은 2009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광고업체 2곳에서 광고업체 선정을 대가로 14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아 징역 2년, 추징금 13억99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을 끝내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은 리드코프에서 내실 다지기에 힘썼다. 리드코프가 전략적투자자(SI)로서 BS렌탈을 인수할 때에도 서 회장이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과 리드코프를 연결지었던 또 다른 이유는 리드코프가 그룹의 캐시카우라는 특징 때문이다. 2019년 연결기준 5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리드코프는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한층 좋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0억원가량 증가했다.

리드코프는 소비자여신금융업(대부업) 이외에도 석유 도소매업, 휴게소 사업 등을 영위하지만 실적에서 대부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대부업의 영업이익률이 40%에 육박하는 구조다.

결정적으로 리드코프는 엠투엔이 신라젠 신주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엠투엔은 서 회장이 리드코프를 진두지휘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자금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일단 서 회장은 파이프라인 확보 및 임상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상태다. 지난 7월 서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전제 붙은
투자의 열매

다만 신라젠에 대한 투자 결정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펙사벡의 임상실험이 성공리에 끝나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펙사벡은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의 약자로, 신라젠은 펙사벡으로 신장암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펙사벡 간암 임상 3상은 미국 내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로부터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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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