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불패’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반전 결말

군수님 또 무사통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이 감사원의 가평군수 고발 사건에 ‘혐의 없음’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선 이후 잇따른 송사에서 ‘법정 불패’ 기록을 이어가던 김성기 가평군수는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게 됐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 1317호 ‘<단독>가평군수 늑장수사 의혹’ 보도를 통해 의정부지검의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의정부지검은 감사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김 군수를 수사하라고 의뢰한 사건을 1년8개월째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2년 만에
결론 났다

감사원은 2018년 10월10일부터 12월28일까지 가평군 등 21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 분야 특별점검’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감사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토착비리를 점검해 혐의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감사 결과 징계요구 20건(38명), 시정 1건(20억원), 주의 16건, 통보 27건, 수사의뢰 13건(61명) 등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방분권이 꾸준히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민?관 유착, 단체장 등 공직자의 부당행위 등의 문제점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9년 8월21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평군은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 요구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하도급 관리 부적정 ▲건축물 용도변경 등 업무처리 부적정 등의 사항에 대해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가평군 등에 ▲징계문책 ▲주의 ▲통보·권고 ▲인사자료 통보 등을 처분했다. 특히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요구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등과 관련해서는 김 군수와 관련 공무원 등을 ‘직권남용·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가평군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관련 사건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10년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던 김 군수는 2013년 4월24일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가평군수에 당선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는 당선 이후 2013년 8월30일 A실장에게 장애인단체들이 한 곳에 모여 근무할 수 있는 건물 부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4·24 재보궐선거에서 김 군수의 선거캠프 선거사무장 역할을 했던 B의 배우자가 소유한 토지를 장애인복지센터 건물 신축 부지로 선정하도록 했다. 

2019년 8월 감사원 수사의뢰 사건
1년10개월 만에 ‘혐의 없음’ 처분

김 군수는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2013년 10월7일 최종 결재했다. 가평군은 2014년 4월8일 추경 예산을 통해 토지 매입비 7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이후 2014년 5월2일 건물명을 장애인복지센터에서 장애인재활지원센터로 변경해 ‘장애인재활지원센터 신축 계획’을 재수립한 뒤 2014년 6월23일 해당 토지를 6억9307만7000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종합적인 사업계획 수립 단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 39조와 지방자치법 시행령 36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 7조1항에 따른 중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대한 의결권한을 갖고 있다.

1건당 기준가격이 10억원 이상 또는 1건당 토지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중요재산으로 분류된다. 


또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0조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요재산을 취득할 때 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의결하기 전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세워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공유재산 관리계획에는 사업 목적과 용도, 사업 기간, 사업 규모, 계약 방법 등이 명확히 명시돼야 한다. 

해당 토지의 면적은 3901㎡, 즉 중요재산이다. 다시 말해 가평군에서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가평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단계를 밟았다면 가평군은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해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건물의 연면적, 층수 등 건물 규모를 고려한 부지 면적과 위치를 검토하는 작업을 선행했어야 한다. 

또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한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 총사업비를 산정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그런 뒤에 사업계획에 따른 토지 및 건물 취득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해 가평군의회의 의결을 받고 토지를 매입해야 했다. 

공소시효
지시? 매입?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기 전 김 군수의 지시에 따라 토지 매입이 선행됐다. 김 군수는 1975년부터 2008년까지 33년간 가평군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경기도의원을 역임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김 군수는 감사원에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과 관련해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 예산에 편성해 집행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담당자의 행정절차 미숙으로 발생한 일이니 직원들의 업무연찬 등을 통해 행정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조속히 사업계획을 수립해 토지를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은 담당 직원의 행정절차 미숙뿐만 아니라 김 군수의 잘못된 지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못박았다.

2019년 6월5일 가평군에서 신청한 적극행정면책도 인정하지 않았다. 적극행정면책은 공무원 등의 성실하고 능동적 업무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공익성·투명성·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책임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김 군수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의뢰 사건은 의정부지검에서 맡았다. 의정부지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일요시사>의 취재가 시작될 무렵까지 가타부타 어떤 결론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일요시사> 질의에도 ‘수사 중’이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겼다. 이후 5월에는 의정부지검이 사건을 공공반부패수사 전담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에서 지난 9일 김 군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이뤄진 지 1년10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수사 경과와 김 군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공소시효 논란도 불거졌다. 김 군수가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군수가 토지를 매입하라고 지시한 시점이 공소시효 기산점(만료점에 대해 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가 A실장에게 토지 매입을 지시한 시점은 2013년 8월30일, 가평군청 담당자가 수립한 토지 매입 계획을 최종 결재한 시점은 2013년 10월7일이다. 이때를 기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각각 2020년 8월29일, 2020년 10월6일이다.

이미 지난해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평군에서 토지를 매입한 시점인 2014년 6월23일을 공소시효 기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공소시효 만료 시점은 지난 6월22일이 된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다. 

의정부지검에서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아 9일 기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부지검은 공소시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2013년 당선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임 기간 내내 송사에 휘말렸다. 2013년 재보궐선거,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무죄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감사원 고발 사건에서도 살아 남았다. 

2013년·2018년 송사도 결국 무죄
3선 임기 무리 없이 마무리할 듯

김 군수는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2014년 지방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그는 2013년 10월 재보궐선거에 앞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경쟁 후보자에게 불출마 대가로 5000만원과 가평군 시설공단이사장직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경쟁 후보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결국 김 군수가 당선됐다. 

이 사건은 김 군수의 선거를 도왔던 한 관계자가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C씨는 친척 승진과 자신의 부동산을 가평군에서 매입해줄 것을 약속 받았지만 김 군수가 들어주지 않자 검찰에 진정을 넣고 구속 기소됐다.

의정부지법은 1심 재판에서 김 군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성기 피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반면 진정인 C씨와 선거운동을 도운 관계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진정 동기와 자백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도 김 군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김 군수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진정인과 선거 관계자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군수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본부장인 D씨를 통해 E씨로부터 6억원을 무상으로 받아 사용한 혐의,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향응·뇌물을 받은 혐의, 이를 언론에 알린 제보자에 대한 무고 혐의 등을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군수는 지난 1월1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자신의 SNS에 “오늘로 저를 둘러싼 모든 음해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응원과 걱정을 해주신 군민들께 감사드린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두 번의 
기사회생

한 가평군 주민은 “감사원이 고발한 사건에서도 기소당하지 않는 김 군수의 능력이 대단하다. 기소당해도 매번 무죄 판결을 받고 살아 돌아온 것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김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잔여 임기를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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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