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포스코 새 선장 정준양 회장 내정자의 과제

식어가는 ‘용광로’ 녹슬어가는 ‘쇠’가 짓누르는 어깨 무겁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어갈 차기 선장에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의  내정이 확정됐다. 이제부터 정 신임 회장 내정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친 풍랑을 맞아 포스코호를 이끌고 헤쳐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얘기다. 정 차기 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29일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계획과 비전,경제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면접 등을 거쳐 정 사장을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 후보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 추천 절차를 거친 뒤 내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될 포스코에 현재의 철강시황은 최근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20만톤 감산에 돌입한데 이어 올 1월에도 37만톤을 감산했다. 올해도 감산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영업이익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물러나는 이구택 회장도 지난 1월15일 열린 ‘2008 포스코 CEO 포럼’에서 “올해 사업계획은 짜둔 상태지만 상황이 불투명해서 예측이 힘들다”며 “상반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올해 철강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조강생산 목표량을 지난해(3310만톤)보다 최대 400만톤가량 줄어든 2900만~3200만톤으로 잡았다.
제품 판매량도 전년대비 최대 470만톤 줄어든 3000만~3300만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매출규모도 지난해보다 최대 3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27조~30조원으로 낮춰 잡아둔 상태다.
해외 철강시황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정 차기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동안 철강재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6.9% 급감한 뒤 하반기에 감소세가 둔화돼 연간 9.5% 감소할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시황은 2010년 1분기에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철강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정 사장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사장은 판매확대방안과 원가절감 등 내외실을 모두 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국내에만 6조원에 해외(1조5000억원)를 포함해 최대 7조5000억원까지 투자, 현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국내 투자는 ▲광양 후판공장(연산 200만톤 규모) ▲포항 신제강공장 ▲광양 자동차강판 공장(전략제품)에 들어간다. 국내 생산 역량을 400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해외 투자는 그동안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자원개발과 해외철강사 M&A 등에 쓰일 예정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 전격 사퇴 이후 정준양 회장 체제 구축
글로벌경제 위기상황 타개…와해된 사내 조직정비 숙제로 남아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때 거액의 투자를 계획한 만큼 투자효과 극대화를 이뤄 낼 수 있을지도 정 차기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다. 그만큼 냉철한 경영 판단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며 CEO로서 추진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정 차기 회장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 작업 등 기존의 대형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일도 떠안게 됐다. 인도 사업은 이미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사업. 아직도 부지 확보를 위한 현지 거주민 설득작업이 진행될 만큼 진척이 더디다. 제철소 건설의 핵심 요건인 광산탐사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다. 더구나 글로벌 제철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아시아와 유럽진출의 교두보 확보도 안 된 상태다.
신임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일단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 뒤 또 한 차례 CEO 연임 여부를 놓고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을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전문가들은 ‘외풍’에 약한 포스코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리 후계자를 키우고 가시화해 회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외압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영화가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포스코가 더 이상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경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정 차기 회장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정 사장의 몫이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들의 합심이 필수. 그러므로 차기 CEO 경쟁자였던 윤석만 사장을 높게 평가했던 임직원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잠재적인 내부갈등을 풀어야 한다. 
아울러 포스코가 친환경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도 정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들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게 되면 포스코의 경쟁환경은 지금과 달라지게 된다. 이미 전 세계는 그린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포스코도 주력은 철강이지만 친환경 등에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준양은 누구?
30년간 현장 지킨 ‘아이언맨’

신임 포스코 회장직을 두고 윤석만 사장과 2파전을 벌이던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지난달 29일 제7대 포스코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회장 계보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선임된 회장들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외부 출신인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의 내부 인사였다
정 사장은 이사회 등의 임명 승인 절차를 밟아 세계 2위권 철강기업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1948년 수원 출생인 정 회장 내정자는 서울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공업교육과를 졸업했다.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한 정 내정자는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낸 ‘아이언맨’으로 제강부 부장, 생산기술 부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EU 사무소장, 광양제철소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27년 만인 지난 2002년 임원으로 더딘 승진을 보인 정 내정자는 2년 뒤엔 전무, 2006년 부사장, 2007년 2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생산기술부문장)에 오르며 뒤늦게 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기면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번에 회장직에 추대됐다.
정 내정자는 푸근한 인상에 특유의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업무중심적이고 실용적인 성품을 지녔다는 평이다.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보상문제와 지역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모두 관장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 내정자는 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를 주도하며 최신예 설비 신증설과 조업기술 개발을 이끌어 자동차 강판 연간 650만톤 생산체제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독창적인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과 친환경 신기술로 평가되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5월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철강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포스코 산학 장학제도를 신설해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내정자는 한 달에 5~10권가량의 독서를 할 만큼 독서광이며 역사와 과학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내정자는 부장과 상무 시절에는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축적해 엔지니어이면서 국제적 안목도 탄탄하다는 평이다. 
한편, 대외활동으로 정 내정자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타 이사 ▲전경련 한호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물갈이 되나?
현 사외이사 8명중 3명이상 교체 될 듯


차기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 포스코 건설 사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포스코 이사진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정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함에 따라 현 사외이사 8명 중 3명 이상이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사외이사는 서윤석 이사회 의장(이화여대 교수)을 비롯해 박원순 변호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손욱 농심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상용 전 한국증권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우선 이구택 현 회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당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상임 이사를 추대해야 한다. 게다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 3명은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중도 사임한데 따른 공석도 있다. 여기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원순 변호사의 자리까지 합치면 총 5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수 있다.
또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성식 부사장과 이동희 부사장의 재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편, 이번 정 회장 선임이 특히 주목받는 점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외부의 간섭 없이 선발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3월 도입된 CEO추천위의 회장 인선은 이구택 회장이 지난 2007년 3월 연임 때 첫 행사를 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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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