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몰리면 무조건 황금알?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이 몰리면 투자가치가 상승한다’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기업 투자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게 되면 늘어난 주택 수요나 임대수요로 확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 앞서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업 투자 여부’다. 특히 IT나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국제업무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되는 지역 등이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산업
국제업무

기업체 등이 몰리는 지역은 일반 산업과 달리 고부가 가치 기업들이 입주하고, 업무지역이 조성돼 풍부한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를 바탕으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고급인력을 위주로 한 두터운 실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요를 뒷받침할 교통이나 교육, 상업 편의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잘 돼 있어 주거선호도는 물론 집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의 마곡지구·용산구·여의도·영등포구, 경기의 경우 판교신도시 ·용인 플랫폼시티(용인 기흥구)·용인 반도체클러스터(용인 처인구)·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인천은 송도국제도시,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아산 등이 있다.

서울 마곡지구는 현재 총 165개 기업, 3만8000여명 R&D 인력이 근무하는 서울의 핵심 R&D 산업 거점도시로 성장하며 집값도 많이 올랐다. KB리브온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자리한 아파트 가격은 올 3월 기준으로 3.3㎡당 평균 3455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3년 전인 2018년 3월(2362만원)과 비교해 46.2%가 상승한 것이다.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도 기업체가 몰리고 있다. 영등포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의도에는 8032개 사업체 15만7954명의 직장인이 일하고 있다. 이중 고소득 직장인이 많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가 4만553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는 서울시의 ‘2030 서울플랜’을 통해 국제금융지구로 개발될 계획이다. 신길뉴타운·영등포뉴타운을 비롯해 영등포구 전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구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풍부한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구도 기업체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Y밸리에 창업공간을 확보하고 정보통신, 유통, 핀테크기업 유치를 추진한다.

투자가 곧 일자리 창출
가치 상승 불변의 법칙

오 시장은 정보통신, 유통, 금융 등 서울의 주요산업을 키우기 위해 용산을 중심으로 창업지원과 유니콘기업 유치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장 후보였던 지난 2월4일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용산은 미군부대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등 서울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고 보고 있다.

용산 실리콘밸리계획을 통해 용산전자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묶어 ‘미래 신산업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 유통, 핀테크, 보안 등을 주력 육성산업으로 꼽았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의 ‘용산Y밸리’와 연계해 청년벤처 창업공간을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의 테스트베드와 국제 금융, 숙박, 주거기능까지 조합한다.

용산Y밸리는 2017년 2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기존 유통산업과 함께 드론, 확장현실(XR), 로봇 등 신산업의 육성공간으로 조성됐다. 오 시장은 미군부대 기지에 들어설 용산공원과 이태원의 글로벌문화집적지를 묶는다면 K-문화의 발산지로 육성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경기 지역에는 성남 판교신도시와 용인 플랫폼시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등이 있다. 성남 판교는 대표적인 자족형 도시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판교신도시의 성공은 66만㎡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 정보통신, 생명공학, 콘텐츠 등 첨단 산업 관련 기업·연구기관이 모이면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 핵심 비결이다.

최근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총 1259개나 된다. 입주기업 총 매출액은 107조2000억원에 달한다. 상시 근무하는 직원 수는 6만4497명이고, 근로자 중 30대(45%)가 가장 많다. 20대 근로자까지 더하면 30대 이하 젊은 근로자 비율은 64%나 차지한다.

인프라 구축
블루칩 주목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은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카카오, 넥슨, NC소프트 등 1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어 직주근접이 뛰어나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는 연내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며 소프트웨어, 바이오,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관련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성남 금토지구에는 제3테크노밸리가 2023년 조성 완료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용인 기흥구 ‘용인플랫폼시티’의 조성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해 7월 용인시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 공람공고를 하는 등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내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마무리하고, 2022년 초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2023년 착공해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시공사는 플랫폼시티 사업으로 단지조성 단계에 2만4000여명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입주가 시작되는 2028년에는 상근 종사자 수가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용인시 역북지구 ‘우미린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E㎡형은 6억59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동일 주택형은 지난해 4월 5억2500만원(24층)에 팔렸었는데, 10개월 새 1억34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높은 경쟁률
치솟는 집값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구 삼평동 아파트값 또한 3.3㎡당 평균 3045만원(2018년 3월)에서 4867만원(2021년 3월)으로 3년 만에 59.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천의 경우 바이오헬스 분야의 핵심기지로 자리 잡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송도동 역시 같은 기간 1399만원에서 2049만원으로 46.4%의 아파트값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설립·운영을 위해 100조원 투자를 약속한 평택 고덕국제도시 분양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376가구 모집에 3만2588건이 접수해 평균 8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에 ‘탕정지구 시티프라디움(2-A4블록)’전용 84A㎡형 분양권은 지난 3월 5억90 5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 동일 주택형이 3억955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1년 새 2억원이 오른 것이다.

천안·아산지역은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의 13조원 신규투자 등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대기업 협력업체와 산업단지 입주 기업, 단국대, 상명대 천안캠퍼스, 백석대 등의 대학까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첨단기업단지나 국제업무지구 특성상 고소득 직종이 많아 구매력이 안정돼 있고 상권 및 학군,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지역은 인구증가는 물론 상권 활성화, 개발호재가 더해 투가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업체 투자지역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IT, 반도체 등 고부가 업체 입주
고급 인력 위주로 실수요층 형성

 

▲여의도 리미티오148= 반도건설은 고급 소형 주거시설 ‘여의도 리미티오148’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 23~49㎡, 8개 타입, 도시형 생활주택 132실, 오피스텔 16실 등 총 148실로 조성된다. 근린생활시설 5실도 함께 만들어진다. 전 호실이 소형아파트를 대체할 전용 50㎡이하의 틈새상품으로 설계됐다.

 

 

▲용산 센트럴포레=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3-12번지 일대에 ‘용산 센트럴포레’전세대 투룸 오피스텔 및 소형 아파트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4층, 총 2개동, 총 100세대 규모로 오피스텔 72실과 소형 아파트 28세대로 모두 전매가 가능하다. 101동은 오피스텔 3~11층, 소형 아파트 12~14층이다. 102동은 오피스텔 2~10층, 소형 아파트 11~14층이다. 투룸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은 3베이 아파텔 구조로 주차는 총 78대가 가능하다.

 

▲판교 아이스퀘어=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 들어서는 유일한 독점 상가인 ‘아이스퀘어’가 분양한다. 연면적 약 25만5546㎡(7만7000평)에 호텔, 오피스, 판매 및 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총 3개동 지하 6층~지상 10층으로 주차 대수만 2300여대에 이른다.

각 동에는 판매시설 및 영화관, 호텔, 공연장 등이 입점 예정으로 단순 대형 오피스빌딩 상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판매시설을 입점 시킨 대형 쇼핑몰 개념도 도입된다. 평일 상주인구와 주말에도 외부고객을 유입해 입점 판매시설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죽전 더스테이= 트라이엄프㈜는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1228번지 일대에서 공급하는 ‘죽전 더스테이’를 선보인다. 대지면적 5838.00㎡, 총 30세대(30개 필지 총 30개동, 관리동 제외)의 규모로 조성된다. 단독주택단지로 입주민 전용 출입문이 따로 존재하고, 경비실과 커뮤니티동이 제공된다.

단독주택으로 단지 전체의 대지를 지분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내 건물 아래 내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도로 및 커뮤니티 동등은 지분으로 공동소유 한다. 2개의 타입(A타입 19세대/B타입 11세대)으로 제공된다. 2대의 벙커주차장, 멀티공간, 단독정원과 다락, 옥상테라스 등이 있다.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서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가 공급 중이다. 1층과 2층 판매시설로 본격적인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서고 있다.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 천안·아산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선정된 천안 동남구 풍세지구에서는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가 분양된다. 지하 2층~지상 29층, 30개 동, 전용 59~84㎡, 총 32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800만원대로 59㎡타입 1억9000만원대, 84㎡타입 2억7000만~2억9000만원대다.

고소득 직종
구매력 안정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아파트)= 효성중공업은 충남 아산시에서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0층, 10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704세대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인접한 천안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일시티’1318가구와 함께 총 2000세대에 달하는 ‘해링턴 플레이스’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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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