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백합

봄에 더 맛있는 조개의 여왕

백합은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식재료다. ‘조개의 여왕’이라는 애칭답게 도톰하고 뽀얀 속살이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백합은 지역에 따라 생합, 상합이라고도 부른다. 속이 맑아 회로 먹을 수 있으니 생합이요,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조개니 상합이다. 백합에 풍부한 비타민 B12와 타우린은 피로 회복에 좋다. 그러니 백합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몸이 나른해지는 이 계절에 먹어야 제맛이다.

▲ ‘조개의 여왕’ 백합으로 요리한 상차림

서해를 품은 부안은 예부터 백합 산지로 이름이 높다. 한창때는 국내 백합의 70~80%가 부안에서 났다. 그중에 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계화도 인근 갯벌은 염도가 적당하고 모래펄이 고와 백합 서식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힘들여 갯벌을 걷어내지 않아도 발에 차일 만큼 백합이 흔했으니, 계화도 주민에게 백합죽이나 탕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풍부한 비타민

10여년 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까지 그랬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다가 막히고 섬이 육지가 되면서 백합도 자취를 감췄다. 백합 요리를 내는 부안의 많은 식당이 수입 백합을 사용하게 된 연유다. 대를 잇는 노력으로 옛 맛을 지키는 식당이 아직 여러 곳 남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개중에는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도 있다.

▲ 뽀얀 속살이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백합

부안에서는 죽부터 찜까지 다양한 백합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대표 주자는 역시 백합죽이다. 계화도 주민들은 본래 백합을 껍데기째 넣고 죽을 끓였다. 백합이 다른 조개보다 해감이 적어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은 발라낸 백합 살을 다져 사용하는데, 불린 쌀과 다진 백합 살을 센 불에서 충분히 끓인 뒤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백합의 비린 맛은 뽕잎 가루로 잡고, 간은 천일염으로 한다. 고명으로 올린 김 가루와 참깨는 백합죽의 고소함에 풍미를 더하는 화룡점정이다. 부안 간척지에서 재배한 동진 쌀의 차진 맛도 한몫 거든다.


탕에는 백합이 통째로 들어간다. 아이 주먹만 한 백합과 큼직하게 썬 대파를 넣었을 뿐인데, 맛이 무척 깊다. 비밀은 소금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해감을 빼는 노력에 있다. 백합에 남은 바닷물에 백합 향이 더해져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 하루에 서너 시간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지만, 날마다 정성껏 해감을 뺀다.

구이용 백합을 포일로 꼭꼭 싸맨 것도 같은 이유다. 부안의 백합구이는 여느 조개구이와 달리 솥에서 찌듯이 굽는다. 솥뚜껑을 덮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굽기 때문에 씹히는 맛이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백합구이 먹기 전, 코끝에 맴도는 백합 향이 웬만한 애피타이저 못지않게 식욕을 돋운다.

▲ 손으로 해감을 빼 국물 맛이 깊은 백합탕

부침 가루에 흑미 가루를 섞어 두툼하게 지진 백합전, 갖은 채소와 백합을 얼큰하게 버무린 백합찜은 백합의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특히 미나리와 콩나물, 버섯 등 10여가지 채소에 매콤한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백합찜은 부안 백합 요리의 다크호스다.

“안주로 삼을 만한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손님들의 성화해 선보인 백합찜은 이제 백합죽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부안 백합 요리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아삭한 채소와 고소한 백합의 궁합이 말 그대로 천생연분이다. ‘부안 향토음식점 1호’이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로 선정한 계화회관과 채석강 일대 식당에서 백합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조선 왕실에 진상하던 식재료
탕·찜 등 어떤 요리와도 어울려

부안 곰소젓갈은 백합만큼 유명한 부안의 대표 먹거리다. 부안군 남쪽 끝에 자리한 곰소항 주변에 곰소젓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다.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담가 맛이 깔끔한 곰소젓갈은 간장게장에 뒤지지 않는 밥도둑이다. 곰소항 인근에는 다양한 곰소젓갈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젓갈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내소사는 633년(백제 무왕 34)에 혜구두타 스님이 산문을 연 뒤, 몇 차례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천년 고찰이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절집 앞에 수령이 10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당당히 섰다.

▲ 수령 10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내소사 경내

중심 전각은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신 대웅보전(보물 291호). 조선 인조 때 청민 스님이 내소사를 중건하면서 지은 대웅보전은 꽃살문과 단아한 단청으로 이름이 높다. 법당 안에서 보면 꽃살문의 화려함은 간데없고 마름모꼴 그림자만 정갈하게 비쳐 더욱 신비롭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잇는 전나무 숲길도 매력적이다.

▲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채석강

채석강은 2017년 전북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부안의 랜드마크다. 격포해변과 격포항 사이에 자리한 채석강은 수천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층이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내소사

채석강 탐방은 썰물 때만 가능하다. 격포해변에서 격포방파제와 닭이봉을 거쳐 격포해변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격포항 일대를 조망하고 싶다면 격포해변에서 닭이봉 정상까지 다녀와도 좋다.

▲ 사진가들이 손에 꼽는 솔섬 해넘이

채석강에서 변산마실길 4코스로 연결되는 솔섬은 부안의 해넘이 명소다. 채석강과 마찬가지로 전북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가운데 하나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부안 최고의 해넘이 촬영지로 통하는 솔섬은 전북학생해양수련원을 지나 만날 수 있다. 채석강에서 격포리봉수대, 궁항을 거쳐 솔섬에 이르는 변산마실길 4코스는 편도 5km 거리다.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하루 5회 격포 방면 버스가 운행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내소사→계화회관이나 채석강 식당가(백합 요리)→채석강→솔섬 일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내소사→직소폭포→계화회관이나 채석강 식당가(백합 요리)→솔섬 일몰
둘째 날: 채석강→적벽강(변산마실길 3코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안문화관광 www.buan.go.kr/tour/index.buan
- 내소사 www.naesosa.kr/ 

문의 전화
-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449
- 내소사 063)583-7281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50~ 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부안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10번·11번·50번·60번·61번·62번·200번·212번·620번·640번·650번 농어촌버스 이용, 정금 정류장 하차, 계화회관까지 도보 약 80m. 부안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 농어촌버스 이용, 격포 정류장 하차, 채석강 식당가까지 도보 15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계화회관: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로 부안·흥덕 방면 오른쪽 도로, 2.1km 진행→부안로 부안·변산·태안 방면 오른쪽 도로, 251m 진행→변산로 변산·격포 방면 우회전, 943m 진행→계화회관
채석강 식당가: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변산 방면 왼쪽 도로, 31.8km 진행→변산로 격포·마포리 방면 오른쪽 도로→변산로 왼쪽 도로→격포로 격포 방면 오른쪽 도로, 1.6km 진행→채석강길 격포 방면 우회전, 173m 진행→채석강 식당가


숙박 정보
- 한옥펜션나비의꿈(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진서면 내소사로, 063)582-7651
- 샤니모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부안읍 동중3길, 063)584-9935 
- 소노벨 변산: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 모항해나루가족호텔: 변산면 모항해변길, 063)580-0700 
- 채석강스타힐스호텔: 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식당 정보
- 계화회관(백합 요리): 행안면 변산로, 063)584-3075 
- 군산식당(백합정식): 변산면 격포항길, 063)583-3234 
- 김인경바지락죽(뽕잎바지락죽): 변산면 묵정길, 063)583-9763 
- 당산마루(오디한정식): 부안읍 당산로, 063)581-1626

주변 볼거리
개심사, 모항, 줄포만갯벌생태공원, 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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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