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판가름 ‘호남혈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1 14: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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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변 예감?…‘텃밭’ 전라도서 판세 뒤집힐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전반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세론’은 아직 뻔한 상수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문재인 대세론은 역대 민주당 경선 역사에 변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패배의 원흉이라던 대세론이 어쩐 일인지 꺼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대로 라면 문재인 후보는 전반전의 완주코스나 다름없는 전북을 휩쓸고 무난히 후반전을 통과할 기세다. 하지만 혹시 모를 대이변에 민주당 주자들은 사활을 걸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충북에서 4번째 경선 뚜껑이 열렸다. 문 후보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충북경선에서 3만123명의 선거인단 중 1만7637명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8131표를 얻어 46.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처음으로 과반에 실패했다.

손학규 후보가 40.30%(8132표)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성했고 그 뒤를 김두관 후보가 10.95%(1931표)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충북 경선이 끝난 현재 누적 득표율 52.29%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사수하고 있으며 그 뒤로 손 후보가 27.55%로 추격하고 있다.

4연승 기록 달성
1위 달리지만 ‘찝찝’

문재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던 울산 경선은 20%p 차로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싱겁게 끝나 민주당 경선 흥행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제주에서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시원하게 닻을 달았던 문 후보는 울산에서 52.07%를 득표하며 2연승으로 대세론을 확인시켰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문 후보의 득표율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대세론을 공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초반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김 후보로서는 김빠진 결과나 다름없다. 울산에서 누적집계 2위로 손 후보를 따돌렸지만 강원도에서 손 후보에게 30%p 뒤쳐지며 다시 3위로 내려앉아 울산의 득표율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 경선을 마치고 누적득표율 21.27%의 손 후보를 18.65%로 따라잡아 간격을 좁혀 김 후보가 추후 동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당초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점쳐졌다. 손 후보는 45.85%의 득표율을 보인 문 후보를 8.22%p 차로 바짝 추격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강원도는 손 후보에게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문 후보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손 후보는 매체를 통해 “강원도 지역에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누적 순위에서 2위가 돼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충북에서 확실히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동성 사라져 흥행참패 위기에 놓인 민주당
손학규, 충북에서 문재인의 과반 행진 저지

이전부터 충북은 손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돼 문제인 대세론을 따라잡을 손 후보의 대역전 드라마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홍재형 전 국회의장이 충북도당의 위원장으로 손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고, 청주 3선의 오제세 의원도 손 후보를 돕고 있어 이들이 문 후보를 따라잡는데 손 후보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한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충북 지역에 연고가 없는 김한길 최고위원이 충청 출신인 이해찬 당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이 손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손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손 후보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의 과반 행보를 저지했다.

충북 경선은 9월1일에 있을 전북 경선을 앞두고 초반 4연전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손 후보의 문 후보 과반 저지는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문 후보 측은 4연승으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든 후 맘 편히 전북으로 향해야 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반면, 손 후보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할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하지만 전북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선거인단의 저조한 투표참여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각 후보의 전북전략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북의 선거인단이 이미 끝난 제주·울산·강원·충북을 합한 9만2552보다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전북은 민주당 주자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표밭이다. 하지만 그동안 모바일 투표 오류에 대한 민주당의 공신력 하락으로 경선 참여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우려가 경선이 호남에 이르기 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호남 놓고 사생결단
"놓치면 끝장난다"

실제로 경선 과정 내내 모바일 투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다 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진통을 겪었다. 울산은 모바일 투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손·김·정 후보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모바일투표를 ‘선거혁명’이라고 선전해 국민과 정치권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해찬 대표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주의에 가장 근접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치혁신”이라고 극찬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한 모바일 투표가 새로운 형태의 동원선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동원력이 강한 친노 세력의 조직표가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투표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의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문 후보는 과반을 확보해도 찝찝한 1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문 세력을 상대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북 투표율이 저조하면 문 후보의 굳히기와 비문의 뒤집기가 모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 흥행과 선거인단의 대거 참여는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상수이자 절실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9일 충북 경선을 앞두고 손·김·정 세 후보는 모두 전북을 방문했다. 이들은 태풍피해 현장을 찾는 등 전북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이 전북 경선에 총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북이 호남의 첫 경선지역이라는 상징성과 민주당의 경선 당락을 결정할 규모의 선거인단 때문이다. 전북의 선거인단만 무려 10만 명이다. 이 때문에 비문 주자들은 전북에서 판세를 뒤집을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북을 놓치면 인천과 경남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반전이 계기가 거의 사라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손 후보는 호남 경선을 분수령으로 보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문 후보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린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략적 선택을 하는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손 후보 측은 ‘49대 51’의 싸움으로 승산을 보겠다는 복안이다. 문 후보가 ‘마의 50%’에서 1%만 잃어도 문 대 비문 대결인 결선투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충북 경선에서 문 후보의 50% 지지율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손 후보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 후보가 이대로 전북 경선 무대에 올라 결선투표 여부에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비문 진영 내부에는 밴드왜건 효과(다수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심리)가, 중립지대에는 언더독(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선두 사수’ 문재인…‘역전 발판’ 손·김·정
호남 선거인단 ‘24만명’ 표심잡기 총력전

현재까지 1위 문 후보와 2위 손 후보의 차이는 1만3220표다. 전북에서 조금 더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뒤집기도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이야기다.

강원도 경선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2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 김 후보도 전북 경선이 2라운드의 시작이라고 보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관영, 유성엽 의원 등의 조직 세로 힘을 모아 1·2위 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힌다는 셈법이다.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에서 4선 의원이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자신이 유일한 호남 주자인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문 진영의 세 후보의 캠프는 만약 호남의 첫 경선지역인 전북에서마저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는 ‘사실상 끝’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 견제에 성공할 경우 막판 뒤집기로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전북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30∼40%대로 떨어진다면 경선이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비문 진영 주자들이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표심을 공략하는 반면 문 후보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충북 토론회와 연설회 준비로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충북에서 과반 사수를 실패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문 후보가 손 후보의 추격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도 호남 민심에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과 호남 홀대론으로 마음이 상해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듯 매체를 통해 "타 지역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호남에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후보는 전북 지역에서 31.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해 28.4%에 그친 문 후보를 앞서 문 후보 측은 전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분위기다. 반면 선거인단 ‘14만 명’인 광주·전남에선 문 후보가 손 후보를 앞섰다. 광주에선 ‘문재인 50.9% VS 손학규 27.3%’, 전남에선 ‘문재인 45.3% VS 손학규 20.6%’의 지지율이 나타났다. 

전북, 대세론의 고비
전략적 선택이 관건

종합해보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9월1일 뚜껑이 열리는 전북의 표심이다. 현재 전북 판세는 문 후보가 우위에 있지만 손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결선투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어디로 쏠리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 선거인단 규모만 ‘24만여 명’이다. 호남의 결과가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남 표심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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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