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늬’ 여학교 속옷령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15 10:58:19
  • 호수 1314호
  • 댓글 0개

레이스 달리면 ‘벌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시대가 바뀌면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인권도 존중받아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엔 여학생들의 속옷에 대해 지적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여학생들 속옷과 관련한 학칙을 정하는 학교가 남아 있어 논란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으레 청소년은 헤어스타일은 물론 속옷, 양말, 스타킹 등 색상이나 모양을 차별화해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예전 관습대로 두발 규정을 두고 신발 종류를 제한하며 학생인권을 무시하는 학교도 아직 존재하고 있다. 

무늬·색깔까지…

서울 시내 한 여고에서 실시하는 생활 평점제 벌점 항목에는 가방, 양말 등 ‘튀는 패션’이 포함됐다. 각각 벌점 1점에 해당하며 누적 벌점에 따라 교내 봉사, 관찰 대상자로 분류, 학생·학부모 서약서, 사회봉사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또 다른 여고는 ‘학생 신분에 어긋난 겉옷·스타킹·양말 착용(1점)’ ‘학생용이 아닌 숙녀화 착용(1점)’ ‘현란한 색상이나 성인용 가방인 경우(1점)’ 등으로 벌점을 매기고 있다. 한 남녀공학 고교는 성인 레깅스, 후드티 착용을 금지하고 외투는 단색(무채색이면 2색까지 허용)만 허용하기도 한다. 

생활 평점제는 학생 체벌을 없애기 위한 대안으로 2009년부터 일선 학교들이 도입한 제도다. 이 제도는 체벌 대신 상점·벌점을 줘 학생을 계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인권침해와 학생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 여자 중고교 10곳 중 2곳에서 속옷의 무늬와 색깔까지 생활규정으로 제한하고 어기면 벌점을 부과해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9일, 문장길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여자 중·고등학교 학교 규칙을 살펴본 결과 중학교 44교 중 9개교, 고등학교 85개교 중 22개교에서 아직도 학생의 속옷 착용 여부와 색상, 무늬, 비침 정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내용을 보면 여자중학교 학교 규칙 중 속옷 관련 부분은 ▲교복을 입었을 때 옷(블라우스)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한다 ▲하복 착용 시 흰색 속옷 또는 흰색 면티를 착용하되, 속옷이 교복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속옷을 입는다 ▲하복 착용 시 속옷이나 티셔츠를 입는다 ▲상의 안에는 속옷을 반드시 입는다 등이 있었다. 

여자고등학교에서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더 많았다. 속옷 관련한 규정이 있는 고등학교는 22개나 존재했다. 

흰색·살색·검정색 계통만 허용
“구시대적” 과도한 인권침해 논란

▲하복 착용 시 속옷(흰색)은 꼭 입는다 ▲하복 속에 흰색 반팔티 착용을 허용하나 흰색 반팔 티가 절대 교복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한다 ▲속옷을 단정하고 청결하게 입으며 속옷 대용으로 티셔츠(민소매 포함)를 입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복 생활복 안에 속옷을 입을 경우 흰색 또는 검정색 민무늬 속옷만 허용한다 등이 포함돼있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는 2012년 학생인권의 실현 및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해당 조례에는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 두발 등 요모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례 내용과 상충될 수 있는 규정상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문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전면 삭제했다.
 

문 의원은 “현재 일부 학교에서 교복 자체에 대한 제한 이외에 속옷, 양말, 스타킹의 색상이나 모양 등까지 학교 규칙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학생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모든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년 전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701개교 중 486개교(69.3%)가 참여한 ‘2019학년도 두발·복장 학교 공론화’ 중간 모니터링 결과, 93.8%인 407개교가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마를 허용한 학교는 68.2%인 296개교, 염색을 허용한 학교는 58.3%인 253개교였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 전체 중·고등학교의 94.7%인 664개교가 두발 길이를 제한하지 않는 규정을 갖게 됐다. 파마를 허용하는 학교는 72.2%(506개교), 염색을 허용하는 학교는 65.0%(456개교)로 늘었다.

학교 공론화 추진 학교의 91.3%가 다양한 형태의 복장 규정을 선택했다. 개선된 기존 교복과 생활복 중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해 입도록 하는 ‘기존 교복 개선+생활복’ 이 76.2%(343개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의 자율이나 체육복까지 허용을 포함한 ‘기타’ 의견이 11.1%(50개교), ‘기존 교복 개선’이 8.7%(39개교), ‘생활복’이 3.3%(15개교), ‘자율화’ 0.6%(3개교) 등이 뒤를 이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의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인문계 여고 2학년 학생 A양은 “예전보다 속옷이나 두발 규정이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규제가 유지되는 학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직도 존재

이어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강도는 덜해도 교직에 오랫동안 근무한 선생님들은 아직도 예전 규정을 지키라고 말한다. 불만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목소리를 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