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이소희·신승찬 “도쿄 메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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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3.08 10:44:47
  • 호수 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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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싸안은 이소희-신승찬 선수

[JSA뉴스] 태국에서 열린 2020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출전했다. 여자복식의 이소희-신승찬 조는 결승전에서 김소영-공희용 조에 승리하며, 앞서 열린 도요타 오픈 결승전 패배의 설욕을 갚았고,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희망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달 12일부터 태국 오픈에 참가했다. 태국 오픈은 두 개의 투어 대회인 요넥스 오픈, 도요타 오픈과 지난해 열리지 못한 2020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파이널 등 세 개의 대회로 진행됐다. 

10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한 대표팀 13명의 선수는 요넥스 오픈에서 동메달 5개, 도요타 오픈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개최된 월드투어 파이널에는 여자단식 안세영, 남자복식 최솔규-서승재,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김소영-공희용,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이 출전했다.

월드투어 파이널은 종목별로 2개 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치른 후, 조1, 2위가 4강에 진출하는 형식이다.

여자단식의 A조의 안세영(랭킹 9위)은 캐나다의 미쉘 리(10위)와 러시아의 에브기니야 코셋스카야(25위)를 모두 2:0으로 제압하며 4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6위이자 앞서 열린 태국 오픈에서 연속으로 두 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과 격돌했다. 


두 선수 모두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지만,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쳤다. 1세트를 21:16으로 따낸 안세영은 2세트를 14:21로 내주었지만, 3세트를 21:19로 승리해 3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함과 동시에 앞선 두 번의 태국 오픈 준결승에 이어 올해 세 번째가 되는 마린과의 맞대결에서 첫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세계랭킹 8위로 남자복식 B조에 속한 서승재-최솔규는 말레이시아의 아론치아-소우이익(9위)과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패했다. 같은 B조에 세계 랭킹 2위 조가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 두 팀의 경기는 사실상의 2위 결정전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서승재-최솔규는 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모하마드-헨드라를 2:0으로, 랭킹 24위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이반를 2:1로 제압하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금메달
죽음의 조 넘어 극적인 역전승

유일하게 한국 대표팀 두 팀이 출전한 여자복식에서는 첫날부터 희비가 갈리는 듯했다. 랭킹 9위 김소영-공희용이 31위인 독일의 린다-이사벨에게 승리했지만, 4위 이소희-신승찬은 8위인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아프리아니에게 진 것이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두 팀 모두 승리를 기록했고, 먼저 김소영-공희용이 태국의 종골판-라윈다(11위)를 2:0으로 꺾고 4강행을 확정한 데 이어 이소희-신승찬도 말레이시아의 리멩엔-초우메이콴(14위)을 2:0으로 누르고 4강행 불씨를 살렸다.
 

▲ ▲김가은 선수

두 팀은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나란히 2:0 승리를 거두며 각각 조 1위로 4강에 갈 수 있었다. 


죽음의 조에 속한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은 첫 경기에서 영국의 마커스-로렌을 2:0으로 물리치고 첫 승리를 기록했다. 혼합복식 A조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혼합복식 팀 중 가장 높은 랭킹을 기록한 3팀이 속한 어려운 조였지만, 서승재-채유정은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특히 랭킹 3위인 태국의 데차폴-삽시리에게는 앞서 있었던 두 번의 오픈에서 모두 4강에서 패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파이널스에서는 2:0으로 가볍게 승리하며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인도네시아의 프라빈-멜라틴(4위)에 2:0 승리를 거두고 전승으로 죽음의 조를 통과했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여자단식의 안세영은 4강전에서 B조 2위이자 세계 랭킹 1위 타이쯔잉을 만났다. 안세영은 타이쯔잉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안정된 수비로 버티며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1세트를 18:21로 내줬지만, 2세트에서 12:21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득점과 실점이 모두 타이쯔잉의 플레이에서 나온 만큼, 상대의 적극적이고 노련한 경기 운영에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남자복식의 서승재-최솔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3위에 머물렀다. 4강전에서 인도네시아의 모하마드-헨드라(2위)를 만난 서승재-최솔규는 흔들리는 수비와 약해진 후위 공격으로 인해 2:0으로 패했다. 듀스까지 만들었던 1세트와 달리 범실이 많이 나왔던 2세트가 아쉬웠다.

죽음의 조를 통과한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은 4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고순홧-라이세본제미에(12위)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초반 4점 차를 역전당하는 등 고전했지만, 19:19 동점에서 먼저 2점을 획득해 세트를 가져갔고, 접전이었던 1세트와 다르게 2세트는 21:8로 가볍게 마무리한 경기였다.

여자복식 4강전에서는 대표팀의 두 조가 나란히 승리해 결승전에 진출했다. 김소영-공희영 조는 종콜판-라윈다를 상대로 공방전 끝에 2:1 승리를 거머쥐었고, 이소희-신승찬 조는 탄탄한 수비로 리멩멘-초우메이칸 조에게 2:0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에 진출한 혼합복식의 서승재-채유정은 조별리그에서 꺾었던 데차폴-삽시리 조를 다시 만났다. 앞서 열린 두 번의 오픈에서 모두 4강전에서 패한 상대였지만 이번 파이널스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한 번 이긴 경험이 있어 금메달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승전에서 상대의 전위와 후위를 넘나드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 김소영-공희영 조(사진 왼쪽)와 이소희-신승찬 조

1세트는 18:18 동점을 만들었으나 연속 3실점하며 18:21로 승기를 내주었고, 2세트에서는 상대의 범실이 많아 21:8로 승리했지만 마지막 3세트에서는 반대로 많은 범실로 실점하며 8:2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태국의 데차폴-삽시리 조는 이번 우승으로 자국에서 열린 3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두 대회 연속 한국 대표팀의 내전으로 펼쳐진 여자복식에서는 이소희-신승찬이 지난 도요타 오픈 결승의 복수에 성공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접전으로 흘러간 경기는 도요타 오픈 우승팀인 김소영-공희용이 강한 공격과 범실 유도로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이소희와 신승찬은 17:20 매치포인트에 몰리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연속 3득점으로 듀스를 이끌어 낸 후 26:24로 세트를 따내며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3세트에서는 19:19 동점 상황에서 신승찬의 연속 스매싱으로 연거푸 2득점 하며 21:19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단식 결승전에는 대만의 타이 쯔잉이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을 꺾고 우승했다. 앞선 두 번의 결승전에서는 마린이 쯔잉을 연속으로 꺾고 2관왕을 달성했지만, 3 번째 결승 맞대결에서는 접전 끝에 쯔잉이 복수에 성공했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도 9승8패로 비슷해졌다.


마린처럼 3연속 우승을 노렸던 남자단식의 빅토르 악셀센(4위)도 은메달에 머물렀고, 덴마크의 팀 동료 엔더스 안톤센(3위)이 탄탄한 수비력으로 악셀센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관리

남자복식에서는 대만의 리양-왕치린 조(7위)가 마린, 악셀센과는 달리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만난 모하마드-헨드라(2위)를 상대로 범실 관리에 성공하며 태국에서 열린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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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