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를 만나다> ‘우여곡절’ 송중기의 다시 서기

“힘들었던 시기 <승리호> 타고 이겨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송중기가 돌아왔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를 통해서다.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결혼한 연인 송혜교와 이별한 후 첫 작품이다. 개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송중기는 <승리호>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다. 겉은 까칠하지만, 순수한 내면을 가진 태호를 준수하게 표현한다. 주인공으로서 또 한 번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송중기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지난해 최대 기대작이었던 영화 <승리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반도>와 더불어 <승리호>는 2019년 기대작 0순위 작품이었다. <반도>는 여름에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지만, 투입된 예산이 더 컸던 <승리호>는 간판을 올리는 것을 미뤘다.

0순위
기대작

여름 개봉을 예정했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자 다시 추석으로 연기했다. 극장가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승리호>는 겨울 대목도 포기하고 올해로 바통을 넘긴 뒤 결국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25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충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으로 인해 내린 결정이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승리호>의 넷플릭스 행을 두고 여러 말이 돌았다.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6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의 질이 좋지 않을 것이란 예견이 대다수였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현시점에서 600만 관객 동원은 쉽지 않겠지만, 평상시였다면 국내 극장가에서 600만 관객은 그리 높은 장벽은 아니다. SF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국내 관객들의 입맛에 맞을 뿐 아니라 송중기와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과 같은 신뢰감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도 이 영화가 기대작인 이유였다. 


코로나19 상황만 나아지면 기대치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벌어들일 작품으로 보였다. 국내 최대 관심을 받는 작품을 고작 제작비에 10%+@ 수준의 금액에 넷플릭스 공개로 바꾼 건 그만큼 작품의 질적인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지난 5일 베일을 벗은 <승리호>는 영화계의 우려를 깨고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할리우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를 비롯한 미국 내 최고의 SF 장르의 CG 기술에도 밀리지 않는다. 

배우들은 한국적인 느낌의 색채를 분명히 띠며, <타짜>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처럼 대사가 오고 가는 흐름이 빠르며, 이야기의 전개도 박진감 있다. SF 액션 등 볼거리가 많을 뿐 아니라, 종말에 가까운 환경을 생명력으로 극복해나간다는 설정도 신선하다.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에서 보여준 조성희 감독 특유의 유머도 드러난다.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조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를 발휘하며 아역 배우를 통해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적절하게 환기한다. 전 세계적으로 다인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늘 영웅화됏던 백인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내 최초 SF 블록버스터 호평 
넷플릭스로 190개국 동시 개봉

영화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생명력을 잃은 쓰레기장에 불과하다. 우주 위성 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어디서든 생명력을 발휘하는 품종을 개발해 우주를 지구와 같은 공간으로 만든 것. 이를 만든 설리번(리차드 아미티지)은 UTS의 경제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시민권을 받는다.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살기 힘든 지구에서 억지로 삶을 이어간다. 

승리호는 우주 공간에 떠도는 폐기물을 주워 처리하는 우주 청소단이다. 장 선장(김태리 분)을 중심으로 조종사 태호(송중기 분), 엔지니어 기술자 타이거 박(진선규 분), 정체성이 여성이길 바라는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한 팀이다. 
 

▲ 송중기 ⓒ넷플릭스

서로 각자 원하는 바가 뚜렷한 오합지졸에 가까운 집단이다. 서로가 번 돈을 도박을 통해 벗겨 먹고, 죄의식도 갖지 않는 사람들이 모였다.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해 거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뒤에서 도로시를 노리는 또 다른 집단이 있었고, 어마어마한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극 중에서 송중기가 맡은 태호는 UTS 내 기동대 에이스로서 부와 권력을 누리던 상위 0.1% 계급이었다. UTS로 몰래 잠입하려던 인간들을 처치하던 중 갓난아기 순이를 발견하고, 부성애를 느껴 몰래 키우기 시작한다. 시민이 아닌 인간을 키우는 것은 UTS 내에서 법으로 금지됐지만, 이를 무시했던 태호는 훗날 경찰에 알려지게 되고 시민권을 박탈당한다.

그간 벌어놓은 돈을 놀음으로 날리던 도중, 지구에 우주 쓰레기가 떨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순이를 잃어버린다. 순이가 우주에서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안 태호는 시신이라도 구출해보려 하지만, 수천만원가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때 승리호를 알게 되고 여기서 돈을 벌려 하지만, 노력을 하면 할수록 빚만 쌓이는 현실에 괴로움이 커진다. 

제작비
250억원

<승리호>는 국내 최초 SF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엄청난 분량을 CG로 만든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는 배경이 저승이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승리호>가 국내 최초다.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0년 전 <늑대소년>을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승리호> 류의 영화를 준비한다고 했어요. 당시에 얘기를 들으면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죠. 감독님이 10년 만에 대본을 주시면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어요. 그때랑 지금이랑 내용이 다르긴 했어요. 10년 전이나 <승리호> 시나리오에서나 충격적이고 신선한 것은 공통점이에요.”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던 <승리호>의 결과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CG다. 흠잡을 곳이 없다. 250억원대의 제작비라고 하기엔 수준이 엄청나다. 수백 배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영화에 뒤처지지 않는다. 초록색 크로마키 세트를을 배경으로 연기한 배우들도 최근에 시사회로 영화를 확인했다. 만족도가 상당했다. 

“CG 팀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상상하면서 촬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예쁘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특히 초반부에 우주 쓰레기를 승리호가 탁 거는 장면이 있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CG는 정말 기대해도 좋아요. 홍보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좋아요.”

송중기는 태호 역을 통해 이 작품에서 중심을 잡는다. 여자 리더인 장 선장이 카리스마를, 거친 이미지의 타이거 박은 속으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상반된 이미지를, 로봇 업동이는 배우 유해진의 모습이지만 정체성은 여자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 배우 송중기 ⓒCJ ENM

튀고 재밌는 세 캐릭터가 돋보이려면, 태호 역이 현실적이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작품에 힘이 생긴다. 송중기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태호는 자포자기한 사람이라고 느껴졌어요. 삶의 모든 걸 내려놓고, 생각도 많지 않은 정체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오합지졸인 크루들을 만나면서 삶의 끈을 부여잡았다고 생각하고 표현했어요.”

끈끈한 
동료애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송중기는 2010년 KBS <성균관 스캔들> 구용하 역으로 빠른 시기에 인기를 얻은 스타로 거듭났다. 2011년에는 단 4회까지만 등장한 SBS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영화 <늑대소년>과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 연기력과 대중성까지 겸비한 스타로 떠올랐다. 대사도 없었던 단역으로 데뷔한 후 불과 4년 만이다.

군 제대 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tvN <아스달 연대기>를 거치며 송중기는 명실상부한 스타가 됐다. 배우 송혜교와 결혼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2019년 여름 갑작스럽게 이혼 소식을 알린다. 이후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승리호> 촬영만 했을 뿐이다. 그 당시 자신의 모습과 순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태호의 모습이 겹쳤다고 한다. 

“촬영할 때 인간 송중기와 태호는 비슷한 면이 많았던 거 같아요. 태호가 인생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살고 있었는데, 저 역시 힘들었었어요. 팀워크가 오합지졸이라고 하지만 속으로 태호도 이들에게 의지를 많이 한 거 같아요. 저도 동료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고요.”

영화 홍보차 진행된 기자간담회와 예비 관객들을 대상으로 열린 ‘<승리호> 보이는 라디오’에서 네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활기차다. 연배가 높은 유해진을 중심으로 진선규, 김태리, 송중기가 끈끈한 동료애를 보인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정말 좋았어요. 특히 유해진 선배님이 재밌게 해주셨어요. 선배님 덕분에 저희 촬영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선배님이 아재 개그를 한다고 하는데, 아재 개그가 아니에요. 그냥 개그예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으세요.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해진 선배랑 가고 싶어요. 생각하는 게 깊으시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겠어요.”

“신선하고 충격적…시나리오 읽기 전 결정”
“새해 선물 같은 영화…잠시나마 행복하길”


유해진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친해졌다면, 반대로 조성희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10년 전 개봉한 <늑대소년>을 통해 처음 만났다. 당시 송중기 역시 검증이 되지 않은 배우였고, 조 감독에게 <늑대소년>은 장편 데뷔작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작품으로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다. 

이 수치는 조 감독에게 있어서는 능력 있는 신인 감독의 명성을, 송중기에게는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라는 기댓값을 줬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상당한 애정이 엿보였다는 게 주변 배우들의 증언이다. 
 

▲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조 감독님하고 저는 두 번째 작업인데, 멋있는 역할을 준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승리호>에서는 꼬질꼬질하게 기름을 묻히고, <늑대소년>에서는 흑을 묻히고요. 제가 그런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겉은 지저분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말끔하고 순수해요. 그래서 조 감독님 작품을 좋아해요. 10년 만인데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주위에서 간혹 <늑대소년>의 철수는 어떻게 살 거 같냐고들 물어보세요. 여전히 그 자리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하는데, 감독님이 제게 그런 존재예요. 그 자리에 그대로 일관되게 계시는 분이요. 감독님만의 개성을 그대로 갖고 계시고, 말수는 없지만 자신감은 넘치시고요. 그런 부분들이 처음 뵀을 때랑 똑같아요.” 

<승리호>는 극장 관람용으로 만들어졌다. 사운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을 수록 영화의 재미가 더 배가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운드 면에서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울러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지 못하는 것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송중기는 설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면도 있죠. <승리호> 개봉을 예정했던 시점에서 많이 늦어졌어요. 배우의 일이라는 게 상업 예술을 하는 것이고,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이에요. 저는 사실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솔직히 떨려요. 왜냐면 한국 관객뿐 아니라 190개국의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나라마다 반응이 다를 거고요. 그 반응이 궁금해요. 극장 개봉을 못 한다는 것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하루빨리 만났으면 좋겠네요.”

“촬영하면서 
힘 얻었죠”

아직도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잠식하고 있다.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코로나 레드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경제적인 타격도 심하다.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많은 분이 힘드실 거예요. 힘든 상황을 다 같이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가 그 힘든 분들의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두 시간 남짓한 시간만큼은 큰 설렘과 행복을 드렸으면 합니다. 새해 좋은 선물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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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