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홍보모델 10인의 새해 인사

새 시즌 앞둔 별들의 힘찬 각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KLPGA 선수들을 대표해 ‘제12대 KLPGA 홍보모델 10명’이 새해 인사와 함께 2021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올해 더 잘하겠다” 이구동성
개성 엿보이는 제각각의 목표치

2021년 소띠의 해를 맞이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안고 동계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휴식기 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 팬들 앞에 서게 될 KLPGA 선수들의 코멘트를 통해 각각의 시즌 목표를 엿보고자 한다.

김지현
“보충할 것 깨달았다”

제12대 KLPGA 홍보모델 가운데 맏언니인 김지현은 “지난 시즌은 준비한 것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무엇이 부족한지,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보충해야 할지에 대해 깨닫게 된 한 해였다. 또한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내가 골프를 칠 수 있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지난해를 회상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TOP10에 내 이름을 더 많이 올리고, 우승도 하면 좋겠다. 이번 시즌을 잘 보내고, 2023년 US여자 오픈이 열리게 될 페블비치에서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풍경이 예쁜 스위스로 여행 가고 싶다”라고 소망을 덧붙였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조용한 연말을 보냈습니다. 올해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고, 그때까지 우리 다 함께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박 결
“그린적중률 10위 노린다”

5년 연속 KLPGA 홍보모델로 발탁된 박결은 “지난해 성적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잘 마무리한 나에게 정말 고맙고,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본인에게 응원을 전했다.

이어 “올해는 우승보다 ‘그린 적중률’ ‘상금’ 부문에서 10위 안에 들고 싶다. 그리고 평균퍼트 부문에서도 TOP5에 들어보고 싶은 바람”이라고 목표를 전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2021년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꼭 대회장에서 뵐 수 있길 바랍니다.

박민지
“비거리 늘릴 것”

2년 만에 KLPGA 홍보모델로 돌아온 박민지는 “2020년에 잘한 부분이 많아 스스로가 대견스러우나, 아쉽고 나약하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성숙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싶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어 박민지는 “새해 목표 중 골프 관련해서는 ‘비거리 증가’ ‘상금순위 5위 안에 들기’ ‘우승 1회 기록’을 이루고 싶다”는 대담한 목표를 밝혔다. 또한 “골프 외 버킷리스트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 벗고 카페 가기’ ‘패러글라이딩 도전’ ‘책 100권 이상 읽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끝났습니다. 살면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전염병이 유행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많은 분들이 힘들고 지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 해온 만큼 더욱 안전에 신경 써서 올해는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경
“비거리 훈련 매진”

지난해 첫 우승에 이어 다승왕까지 거머쥔 박현경은 “2020년에는 정말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무대인 KLPGA 투어에서의 첫 승, 그리고 생각도 못 한 다승까지 하게 돼 정말 소중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한 해 수고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자신을 격려했다.

새해 목표에 대해서는 “올해는 더 수월한 플레이를 위해 ‘비거리 훈련’ ‘한 라운드에서 8언더파와 샷이글 기록하기’‘통산 3승과 꾸준한 성적을 통한 대상 수상’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비시즌에는 ‘제주도 여행’‘캠핑’‘놀이공원 가기’를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장에서 함께하지 못해 말로 표현이 안 될 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새해에는 상황이 개선돼, 하루빨리 대회장에서 팬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신축년이 되길 바라고, KLPGA에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골프팬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가영
“첫 우승이 목표”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하며 매 대회에서 기대감을 자아낸 이가영은 “지난해에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서 스스로 화를 많이 냈지만, 그래도 수고 많았어”라는 말을 본인에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도에는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전체적인 기록을 향상시켜 ‘상금순위 20위’ 안에 들고 싶다. 그 밖의 새해 버킷리스트는 ‘요리 배우기’‘콘서트 관람’‘여행 가기’”라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힘들었을 텐데, 올해에 코로나19가 꼭 종식돼서 많은 분과 함께 대회장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숨길 수 없는 승리 욕구
아쉬움 뒤로하고 구슬땀

이다영
“시원한 우승 위해”


지난 시즌 개막전 우승을 차지했던 홍보모델 2년 차 이다연은 “돌이켜 보면 아쉬움을 남긴 한 해였지만, 많은 배움도 있었다. 2021년 새로운 해가 더욱 기대된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의 목표에 대해서는 “골프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우승하기’ ‘선글라스 쓰고 대회하기’ ‘우승 세리머니 시원하게 해보기’가 있다. 그 외에는 우연히 기타를 갖게 됐는데, 기타를 연습해서 한 곡 연주해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KLPGA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 모두 안전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셨나요? 2020년 모두에게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였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2021년에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사라져 팬 분들 모두에게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방역 수칙과 안전 잘 챙기시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뵐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임희정
“홀인원 하고 싶어요”

루키 시절 통산 3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KLPGA 홍보모델로 선정된 임희정은 “지난해에는 대회를 치르며 즐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재밌게 즐기면서 플레이하자”고 본인에게 덕담을 건넸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 ‘파3홀에서 저조했던 성적을 끌어올리기’ ‘올해도 홀인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우승 1회’도 하고 싶다. 취미로는 ‘생애 첫 여행 가기’ ‘요리 배우기’ ‘타 스포츠 도전’을 하고 싶다”고 신년 계획을 밝혔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지난해에는 대회장에서 팬분들을 뵙지 못해 너무 아쉬웠어요. 올해는 필드에서 뵐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앞으로도 임희정과 KLPGA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장하나
“행복이 우선순위”

KLPGA 투어 통산 13승으로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 기록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장하나는 “2020년에도 나 자신과 싸우느라 고생했고, 앞으로 더 잘해 보자”라는 짧고 굵은 다짐을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골프 관련 올해 목표는 ‘그린적중률 3위 안에 드는 것’이다. 이 외에는 ‘나만의 목표들을 이어 가기’ ‘매 대회 행복하기’가 있다. 골프 외 목표로는 ‘몸 만들기’와 ‘가족사진 찍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저희 KLPGA 선수들을 보시면서 웃고 행복하셨기를 바라요. 올해는 2020년보다 조금 더 나은 해가 되길 바라고, 저희의 플레이를 통해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시고 모두 힘내세요.

조아연
“또 다른 배움을 얻다”

2019 시즌 신인왕을 수상자인 조아연은 “2020년은 참 많이 힘든 해였다. 지난해 전지훈련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훈련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해서 많이 실망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기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투어를 뛰며 또 다른 배움을 얻고,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통산 2승’과 함께 ‘상금왕’ ‘평균타수’ 타이틀을 갖고 싶다. 이 외에는 ‘한 달 여행 떠나기’ ‘피아노 배우기’ ‘요리 배우기’가 버킷리스트에 있다”고 답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20 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장에서 팬 여러분들을 만날 수가 없어 너무 아쉬웠는데요.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사라지면서 가족 분들과 즐겁게 골프장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혜진
“매순간 최선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대상을 받으며 진가를 입증한 최혜진은 “지난해에는 아쉽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더 열심히 준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대회가 없는 시기에는 ‘강아지와 여행’ ‘악기 배우기’ ‘익스트림 스포츠 도전하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새해를 맞아 팬들에게 한마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KLPGA에 많이 응원을 보내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리고, 올해는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행복한 새해 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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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