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대서예가 죽전 송홍범 

붓이 휘날렸다, 탄성이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로 5m, 세로 50m의 대형 천에 서예가 송홍범의 붓이 휘날렸다. 일필휘지의 붓놀림에 주위를 둘러싼 그의 ‘팬’들이 탄성을 질렀다. 스스로 ‘지방 촌놈’이라 칭하면서도 서예의 대중화, 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그였다. <일요시사>가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아 송홍범 작가의 새해 덕담을 전하려 한다.
 

서예가 죽전 송홍범 작가는 2019년 2월4일 목포 남악롯데아울렛에서 ‘설맞이 서예 버스킹’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송 작가는 대붓으로 복주머니를 그린 후 그 안에 오복을 상징하는 오방색 네모를 넣었다. 시민들이 직접 붓글씨를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민들은 저마다의 필체로 하얀 여백에 글씨를 남겼다.  

기존 서예 넘어

그로부터 2년 뒤, 어김없이 민족대명절 설이 돌아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명절 분위기가 사라졌다. 송 작가도 지난 2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췄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으니 꼭 1년째다. 작품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강의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작가의 붓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아침 서실에 나가 저녁까지 붓을 잡는다.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제자들과의 수업도 있다. 보통 주말에는 쉬지만 ‘열성팬’들이 서실에 나오면 송 작가도 함께 나가 공부한다.


송 작가는 “배운 것이 이것뿐이고, 아는 것도 이것뿐이기 때문(에 글씨를 쓴다)”이라며 “지금은 더욱더 칼을 가는 시기”라고 전했다.

40여년 서예 외길 인생을 살며 전남·목포지역을 대표하는 중진이 된 송 작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명정 휘호를 쓴 서예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명정은 장사를 지낼 때 죽은 사람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 품계·관직·성씨 등을 기재해 상여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하관이 끝난 뒤에는 관 위에 씌워서 묻는 기를 말한다. 

대통령의 명정 휘호를 쓰는 것은 서예가로서 큰 명예와 영광으로 알려져 있다. 송 작가의 고향은 전남 신안면 하의도로 김 전 대통령과 동향이다. 고등학교 선후배 지간이기도 하다.

1977년 선생님 권유로 서예 시작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 명정 휘호

그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명정은 수도권이나 청와대 근처에 계신 서예가들, 국필로 불리는 분들이 주로 쓰셨다”며 “저처럼 젊고 변방에 있는 촌놈이 쓴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서예가의 길을 가는 데는 두 은사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송 작가의 국어 노트를 보고 “어른 글씨 같다”고 말해줬던 선생님과, 그에게 “정식으로 서예를 해보면 좋겠다”고 권유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송 작가는 “1977년 11월29일 서예를 시작했다”고 정확한 날짜를 언급했으며 “절대 잊지 않는 날”이라고도 했다. 그 다음해인 1978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죽전’이라는 호를 만들었다. 송 작가의 스승이 “대나무처럼 곧고 바르게 살라”는 의미에서 붙여준 것이다. 그는 “보통 선생님들이 제자들한테 바라는 바를 호에 담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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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작가를 가리키는 수식어로는 ‘현대적인 조형서예로 잘 알려진’이라는 말도 있다. 조형서예는 이른바 ‘보는 서예’를 뜻한다. 기존의 전통 서예가 중국의 법첩, 국내 서가들의 법서를 그대로 재현하는 이른바 ‘읽는 서예’라면 조형서예는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송 작가는 “조형서예가 요즘 대세인 것 같다.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을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일필휘지로 써내려간다. 거기서 어우러지는 붓놀림과 파격적인 선의 아름다움, 여백의 미를 우선시하는 게 조형서예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은 한자를 아주 고리타분한 구시대 유물로 생각한다. 이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며 “(예스러운 것들도)물론 필요하지만 너무 예스러운 것들만 표현하면 아무래도 팬이 줄어들지 않을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서예를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자신의 서예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팬’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서예를 좋아하지만 붓잡기를 저어하는 사람들, 서예에 아예 관심 없는 사람들을 또 다른 팬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예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색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아시다시피 지금 서예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전국에 10여개 남짓했던 대학의 서예과도 대부분 문을 닫거나 유사한 과로 바뀌고 있다”며 “나를 포함해 서예가들이 지금까지 벽을 쳐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예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상태라는 의미였다.

코로나19로 활동 못한 지 1년
매일 서실 나가 제자들과 연습

이어 “서예 팬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다가가야 한다. 또 꼭 중국 것만 고집할 게 아니고 한글 서예도 좋다”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폼 잡고 있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시민이 많이 모인 장소로 찾아가 판을 깔고 잔치를 벌여야 한다. 대중 속으로, 시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작가는 ‘서예 버스킹’을 통해 대중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1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30~40분은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는 데 활용한다. 그가 직접 적은 글귀를 작은 족자에 담아 추첨을 통해 선물로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송 작가가 대형 천에 그날의 시사성 있는 글을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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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로 5m, 세로 50m의 대형 천을 바닥에 깔 때부터 시선이 집중된다. 천 위에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써내려 가면 대부분 좋아들 한다. 서예를 하진 않지만 호기심에 모여든 시민들도 직접 붓을 잡을 때만큼은 자신이 서예가라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쓴다”고 했다. 

송 작가는, 붓글씨의 매력은 직접 써볼 때 느낄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한 획, 한 선을 온갖 정성을 다해서 조립하고 짜 맞춰가면서 인생 삶을 배울 수 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절제하고 또 어려움이 있을 때 인내하고 이런 것들을 한 획씩 그어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필휘지의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선에서 미술의 아름다움과 조형의 미를 느낄 수 있다. 옛날 고전에서 사자성어 등의 좋은 글이 있으면 제자들과 함께 써보고 오늘의 삶을 반추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서예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대중 속으로


송 작가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으면 한다”며 “온전한 삶은 완벽한 삶과는 다르다. 완벽한 삶은 사랑이 없는 사실과 같고, 온전한 삶은 사랑이 들어간 진실과 같다. 진실된 삶을 위해서는 늘 훈련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좋은 게 바로 붓글씨”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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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