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와’ 민주당 13잠룡 등판론

싹싹 모으니 ‘잡룡’ 세탁기 넣고 돌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당 대권주자 구도는 양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다. 그러는 사이, 여권 안팎에서 ‘13잠룡 등판론’이 제기됐다. 선거판을 키워 흥행을 도모하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고민으로 해석한다. 두 인물만으로 대선 완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차기 대선은 내년 3월9일 치러진다. 여당은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 탈환을 바라본다. 여야는 4·7 재보궐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대선 정국을 맞이할 전망이다.

재집권
재탈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권 후보군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분 대부분을 쥐고 있다. 초기에는 이 대표의 독주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체 후보군 가운데 번번이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이 대표 선호도가 하락하는 대신, 이 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전국 성인 1013명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1위는 이 지사(26.2%)였다. 2위는 윤 총장(14.6%), 3위는 이 대표(14.5%)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


대권주자 윤곽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예단하기엔 시기상조다. 대선 때까지 여러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당 내 차기 대권 후보가 대선 레이스 중간에 이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식이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공동취재단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위부터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4.6%), 오세훈 전 서울시장(3.0%), 유승민 전 의원(2.4%), 정의당 심상정 의원(1.6%), 원희룡 제주지사(1%) 순이다. 여당 주자는 없다. 그나마 김부겸 전 의원(0.9%)이 겨우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결국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면, 경쟁력을 보유한 여당 대선후보는 부재 상태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13잠룡 등판설’도 부재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잠룡은 여권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속과 지역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으로는 김부겸 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의원, 이광재 의원, 박용진 의원이 있다. 시도지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까지 언급된다.

여, 이낙연·이재명 2강 체제 구도
재보선 이후 대권 레이스…그때도?

지역별로도 살펴볼 수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는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 그리고 임종석 전 실장이 있다.

민주당 동진 정책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는 김경수 지사와 김두관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에는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 그리고 김부겸 전 의원이 묶인다. 강원 지역은 이광재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충청권은 이인영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인영 장관이다. 서울에는 박용진 의원이 있다.


이들 중 대권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은 정세균 총리와 박용진 의원이다. ‘미스터 스마일맨’으로 불리는 정 총리는 요즘 들어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평소 정 총리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변화가 대권 도전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맹공을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받아쳤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이 지사와 대립각을 보였다.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캠프 마련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직 총리인 만큼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대선 캠프도 공식적으로 꾸려지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을 중심으로 정책 구상 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계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부 모임 ‘광화문포럼’은 지난 25일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는 4월 재보선 이후 정세균 총리의 국회 복귀를 점치고 있다. 측근들을 통해 밑그림을 그려 놓고, 복귀 이후 곧바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는 그림이다.

주변에서도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보름 전만 해도 이낙연·이재명을 거론하던 언론이 지금은 정 총리까지 거론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정 총리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최고의 지도자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 총리의 최측근이다.

박용진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유치원3법’을 주도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얼굴을 알렸다.

소속별
지역별

박 의원은 ‘조금박해(조응천 의원·금태섭 전 의원·박용진 의원·김해영 전 의원)’라는 민주당 소신파 타이틀까지 쥐고 있다. 박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건너야 할 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진보진영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공과 과를 구분해야 한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19년 청와대를 나오면서 선거 등판설에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최근 임 전 실장은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자 ‘할 일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재보선과 대선 출마설에 올랐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다만 임 전 실장은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공개 지지하면서 “제게도 시장 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 마음 다 실어서 우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은 TK(대구·경북)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TK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험지다. 당에서는 어떻게든 공략하고자하는 지역이다. 김 전 의원이 여권 대선 후보 물망에 매번 오르는 배경이다.

김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만 3선을 하고도 대구에 문을 두드렸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미끄러졌다. 하지만 결국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깃발을 꽂았다. 김 전 의원의 ‘몸값’이 오른 시점도 이 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지역구를 뺏겼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했지만 21.37%로 2위에 그쳤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17.85%로 3위를 기록한 점을 봤을 때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친문 표심을 단번에 확보한 인물이다. 추 전 장관은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의 선봉에서 맞서 싸웠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반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평도 있다.

정중동
급돌변

추 전 장관 역시 경력으로 따져보면 여느 잠룡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추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을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민주당 대표로도 활동하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서울 구로갑 4선 의원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다가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영 장관은 당내 ‘86 운동권 그룹’의 맏형이다.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 ‘더좋은미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장관은 국무위원임에도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그의 발언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에 대해 “제가 할 일은 남북관계를 푸는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 정당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 저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런 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이어 “올해는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저를 던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평화를 확고하게 만드는 데 저의 소명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출마를 위해 몸을 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오는 4·7 재보선 이후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친노 인사다.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 등을 거친 재선 국회의원이다.

지역구는 경남 양산이다. 보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외연 확장이 시급한 민주당에게는 필요한 인물인 셈이다. 김 의원은 여당의 경남권 대선주자들(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하나둘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살아남았다.

김 의원은 평소와 달리 최근에는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관심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돌리는가 하면, 정 총리와 이 대표, 이 지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와의 전쟁종식을 위한 준비는 우리 정부·여당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총리, 민주당 지도부에서 계속된 엇박자가 나오고 있고 경기도지사까지 가담해 국정 운영이 산으로 갈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자천타천 13명 거론…저마다 가지각색
“아니다”란 말은 못 해…타이밍 노리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친노 적자로 꼽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당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승승장구했다. 반전은 5회 지방선거 이후 발생했다. 당시 이 의원은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이 의원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켰고, 사면복권된 이 의원은 지난 4·15총선에 출마해 3선 고지를 밟았다.

현직 시도지사들도 언급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지사는 경남 김해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까지 당선돼 여당 대권주자로 단숨에 올라섰다. 민주당 계열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사례는 김 지사가 처음이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논란과 관련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권 경쟁력이 희석된 셈이다. 지난해 11월6일 재판부는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 유죄에서 무죄로 변경됐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최 지사는 단체장 연임 제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3선째 강원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강원도지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지사는 지사직 재선 또는 대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양 지사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뒤, 충청 대망론을 이을 적임자로 여겨진다. 양 지사는 충남 천안 지역 4선 국회의원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인제 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 이어지던 충청 대망론을 이어 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상승
추락

실제로 양 지사는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에선 도정에 전념하는 게 최선이지만, 4선 국회의원으로 당 최고위원을 거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경선에 나갈 자격이 있다”며 “지지자들과 도민이 원한다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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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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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