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민주당의 '안철수 딜레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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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자니 박근혜가 무섭고 잡자니 안철수가 무섭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이 막을 내렸다. 박근혜 후보가 84%라는 절대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역대 최고의 보수층 결집"이라고 표현했다. 이로써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무너뜨려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다급해졌다. 유일한 박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금 민주당에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이다. 안 원장을 잡자니 고스란히 아랫목을 내줄 판이고, 놓자니 박 후보에게 여지없이 대권을 넘길 판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민주당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민주당 입당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안 원장의 세력 구축이 앞으로 있을 야권연대 판을 결정할 화두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선거캠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일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은 추석 이후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서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손부터 잡고 
막판에 '토사구팽'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언론을 통해 안 원장이 끝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단독후보로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매체를 통해 "후보단일화 협의를 위해서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우선 안 원장에게 입당 요구를 하고 있지만 당내 목소리를 들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수미 의원은 21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안철수가 뜨면 선거전략은 불필요하다. 지금 이 상황으로는 제안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안 원장에 대한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것을 보면 박 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민주당 내 정권교체 달성 의지는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안 원장과 손을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난관에 봉착한 분위기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 당내 입장조율이 어려워 마음 놓고 러브콜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연대구상에 대해 어떻게든 조속한 시일 내에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매체를 통해 "안철수 원장의 대선가도에서 중요한 변수는 출마시기와 민주통합당 입당 여부"라고 말했다.

김기석 민주당 의원도 "대한민국의 민주세력은 아직 취약하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 민주·진보세력이 선거에서 이겼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권 세력의 결집이 승리의 단초가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해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세력을 누르고 대권을 잡았던 것도 세력규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후보단일화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수단이자 필승방정식으로 여겨졌다.

민주당 "꼭 안철수 끌어들이고 판 뒤집어야"
정치권 "바보도 아니고 입당은 절대 안할 것"

김대중·김종필(DJP) 연대는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며 첫 정권교체이자 민주 세력의 최초 집권이라는 역사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과 정몽준 후보도 집권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 끝에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비록 선거일 하루 전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정 후보가 등을 돌렸지만,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민주세력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의 요구대로 안 원장이 입당한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대책을 두고 민주당 내 신진세력과 기성의원들은 분명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과 힘의 균형을 갖춰 선진적이고 건설적인 단일화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미나와 토론회 등의 모임을 꾸준히 가지며 대책 마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요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의 김기석·이미경·은수미·서영교 의원 등이, 통합진보당에서는 서기호 의원이 각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모으고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당내 지도자 중 소수 인사는 "안 원장을 토사구팽 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내뱉으며 다소 극단적인 전략을 계획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일요시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모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이 나눈 대화에서 안 원장에 대한 속내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안 원장을 무조건 끌어들여야 민주당이 산다"며 "어차피 안 원장은 검증에서 살아남지 못할 텐데…"라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드라마를 연출하고 국민의 이목을 끌면 반은 성공이다. 안 원장이 '경선이 불공정하다'며 뛰쳐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쪽에 유리하게 만들어 무조건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공동정부' 제안    
박원순 '무소속' 추천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 일각의 극단적인 의견과 민주당 입장에 관한 <일요시사>의 질문에 김두관 후보 캠프의 정진우 부대변인은 "그것은 모든 정당의 공통적인 문제이다. 기성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라고 보면 된다"며 "당내 일부 의원들에게는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창출보다는 조직 내 자신의 입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민주당 내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아니겠는가"라며 이날 지도부 의원들의 뒷말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부 의원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안 원장과의 연대는 우선 논외로 하고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 안 원장과의 연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민주당은 필패한다. 안 원장은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움직이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다. '토사구팽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며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다"라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태도를 밝혔다.

"전략적 접근은 민주당에게 필패"
야권연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


민주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안 원장에 대한 태도도 심한 온도차를 보이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가도 애정공세를 하며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안 원장에 대한 복잡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앞으로 누가 이러한 상황을 풀어내 안 원장과 손발을 맞춰 성공적인 야권단일화를 이뤄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후보는 얼마 전 "안 원장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데 앞서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합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라며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후보단일화 방식과 관계없이 단일화 합의를 위해서는 민주당 입당에 대해 사전협의가 돼야 한다"고 말해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손학규 후보는 언론을 통해 "지금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127석이나 갖고 있는데 '우리 혼자로서는 집권 못 한다' '공동정권으로 하자' '누구와 연대하자'고 하면 누가 그렇게 자신 없는 정당을 찍어주겠느냐"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후 "대선 필승 손(孫)-안(安)에 있다" "안철수는 손학규와 함께 간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안 원장에게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쳤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를 두고 "손 후보가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시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우호적인 자세로 바뀌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두관 후보는 안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운 인물이다. 김 후보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 모내기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안 원장을 비난했다. 그리고 김 후보는 문 후보의 '공동정부론'을 '자포자기'라며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본 경선에 들어서자 "안 원장과 가장 궁합이 맞는 인물은 바로 나"라며 안 원장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끌어내리려다
끌어안기 '왜?'

민주당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득실을 계산하면서 마지못해 손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안 원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서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다수의 유권자들은 어떤 새로운 정치흐름을 원한다"며 "기존의 정당에 민주당도 크게 보면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어 "다만 본인이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민주당으로 입당을 하거나, 민주당 후보들과 경선을 하는 문제는 여러 유권자들의 어떤 인식하고도 관계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한 "저도 당시에 민주당으로 입당하는 것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조언을 했고, 실제로 여론도 그랬다"고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성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안 원장을 통해 해소되는 유권자의 심리가 지지율로 반영되고 있다"며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은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박 시장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독자출마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수층이 어느 때보다 견고한 결속력을 보이는 이때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는 데 실패한다면 모든 상황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에서 볼 수 있다. 1987년 당시 여권 후보인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민주화 세력의 표를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야권표가 갈라져 노 전 대통령은 손쉽게 대권을 거며 쥐었던 것이다.

당시 두 명의 야권후보가 노 전 대통령에 맞서 단일화를 이뤄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5년 더 앞당겨 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권을 두고 일각에서는 '잃어버린 5년'이라 부르고 있다.

단일화 실패하면 
박근혜만 웃는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단독출마와 야권단일화 붕괴는 박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 후보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함)' 전술 효과를 보는 셈이다. 

이처럼 야권분열의 악재는 그대로 보수세력에 호재로 작용, 안 원장도 함부로 독자출마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분열로 대권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이는 민주당이 경계해야 하는 필패노선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 원장이 정당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직력이 없이 정치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원장이 지지를 세력으로, 세력을 조직력으로 가시화하지 못하면 대선은 어려워진다고 본다"고 말해 안 원장의 독자출마 위험성을 경고했다.

민주당이 손해를 보면서라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은 존재감이 없어지는 가운데에서도 경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는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시민 정치 진영의 전략과 방안'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여기에서는 박 후보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룰 후보단일화에 관한 야권의원들의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 김기석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를 검증대에 올려놓으면 곧 추락할 것 같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권이 바뀌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중의 선택은 가장 마지막에 선회하기 때문이다. 부시가 지지율이 낮으면서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권 말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국민의 성격을 방증 한다"고 말해 정권교체에 대한 민주당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의 세력구도를 볼 때 야당은 절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둔 민주세력의 재집권 의지에 경종을 울렸다.

이어 "안 원장과 함께하는 야권연대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성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를 흡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진보의 개념으로 포괄되지 않는 부동층에 대한 숙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심판 아닌 미래 전망
'야권연대 시즌2' 재편해야

은수미 의원은 야권연대가 조직과 세력의 형태로만 이루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후보단일화가 '판짜기'에 급급해 부실한 내용으로 부동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지난 4·11 총선과 같은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야권 정치인들은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야권연대가 세력 간 정치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치쟁점이 필요하다.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 정의에 관한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구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닌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야권연대 시즌2'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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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