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LTE요금제'의 비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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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처럼 쓰다간 훅 간다" 데이터 소모속도 '빠름~빠름~빠름~'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통신3사가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톡 등 데이터기반 메시징·음성서비스에 밀려 수익에 차질이 생기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앤 LTE서비스가 '구세주'로 떠오른 것이다. 치열한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신3사는 이 같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언론으로 '꼼수'까지 부리며 어떻게든 LTE가입자수를 늘리려 혈안이다.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 10명 중 6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 통신업계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이처럼 급속히 증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4G(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말부터 LTE가입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지난 17일 920만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내달 안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LTE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3000만명
LTE가입자 1000만명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이하 이통3사)는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7월 LTE서비스가 상용화된 데 이어 지난달 말 LTE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마케팅전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 덕에 이통3사의 지난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사상 최대, 실적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SK텔레콤은 3846억원, KT는 3717억원, LG유플러스는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14%, 94.8% 떨어진 수치다.  

순이익도 뚝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1206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32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KT 역시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KT의 순이익이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LTE가입자 유치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통3사가 이처럼 모든 것을 내걸고 LTE가입자 유치에 애를 쓰는 건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애버린 LTE서비스가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순수익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LTE서비스가 시작되던 당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다는 소식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LTE서비스가 3G WCDMA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만큼 데이터 소모속도도 3G보다 몇 배는 빠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3G서비스를 고수하려는 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당시 갤럭시노트, 갤럭시S2, 옵티머스 LTE 등 최신 단말기로 교체하려면 LTE요금제가 강제되어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LTE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최신기기를 공짜로 준다며 2G 및 3G에서 LTE서비스로 전환을 유도하는 통신3사의 안내전화는 예나 지금이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통신3사, LTE 가입자 선점에 모든 것 걸었다
LTE에 '무제한데이터요금제' 없는 이유 "있다"

이통3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는 1000만명을 바라보게 됐다. 동시에 LTE서비스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포털에서 'LTE 데이터 소모량' 등으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LTE의 빠른속도는 만족스럽지만 그만큼 데이터가 소모속도가 너무 빨라 제공되는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휴대폰 공동구매 사이트로 잘 알려진 '뽐뿌'를 중심으로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이디 agaxxx는 "LTE는 빠른 만큼 데이터 소모량이 폭탄"이라며 "체감하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에 비해 몇 배 이상 빨라 동영상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라고 성토했다. 아이디 kokoxx는 "속도가 빨라 동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데이터 소모량이 턱없이 많은 것 같다"며 "데이터 전송방식이 3G와 다른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3G 쓰듯 LTE를 썼더니 하루 만에 데이터 1GB 우습더라" "핫스팟으로 옥션 쇼핑검색 3시간 했더니 데이터 5GB가 빠져나가서 놀랐다" "유튜브에서 10분짜리 고화질 영상 두 개 봤을 뿐인데 300MB나 소모됐다" "멋도 모르고 개그콘서트 동영상을 2시간 동안 봤더니 한번에 900MB가 줄었더라" 등 수많은 사례가 올라와 있다. 또 한 블로거는 벤치비(모바일속도측정프로그램)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 소모량이 3G보다 5배 많은 것을 보여주며 "광고를 보면 '겁나 빠른 LTE'라면서 속도 경쟁을 하지만, '겁나 빠르게 데이터 요금을 빼먹겠습니다'라 말을 하는 것과 같다"며 꼬집었다.

쇼핑검색 3시간에
5GB 빠져나가기도

실제로 이통3사의 LTE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근 최고 50MBps까지 자랑한다. 즉 30MBps로 고화질 동영상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0초만 지나도 300MB가 소모되는 셈이다. 따라서 웹서핑을 하다 실수로 동영상을 클릭하면 즉시 취소했다 하더라도 상당량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다. 또 만에 하나 주머니 속에서 잘못 클릭되어 많은 용량의 동영상이 다운되는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라도 하면 단번에 한 달분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리거나, '폭탄요금' 통지서가 날아오는 참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데이터 소모속도가 빠른 원인을 직접 밝혀내려는 이들도 생겨났다. 아이디 네모xxx는 "같은 페이지를 볼 때 LTE가 3G보다 속도가 빠른 건 데이터가 전송될 때의 패킷 크기가 커졌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예를 들어 3패킷단위의 페이지를 볼 때 3G는 최소단위인 3패킷만 쓰지만 LTE는 기본으로 움직이는 패킷 단위가 10패킷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같은 페이지를 보아도 차이 나게 되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주장했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LTE와 3G는 데이터 차감률에 차이가 없다"며 "단지 속도가 빨라 소모되는 데이터양도 많은 것으로 체감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취재기자의 "데이터 계산방식에 시스템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와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TE서비스 사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지 확인하는가 하면, 데이터를 아껴 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데이터 폭탄요금'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LTE사용자가 지켜야 할 철칙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일단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라 한다. LTE사용자에게 '무료와이파이존'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트래픽 폭증 걱정하더니 이젠 적게 쓴다고 걱정
무제한데이터 3G도 곧 2G운명 맞게 될 것

그런데 지난달 모 언론에서 '62요금제 가입했는데…데이터 반도 못써'라는 제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LTE사용자의 의견과는 정반대 성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물론 이통3사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LTE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소진량은 2.06GB 수준"이라며 "LTE폰 사용자들이 처음 가입할 때는 무제한 데이터 수준인 62요금제에 가장 많이 가입하지만 사실은 제공한 데이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데이터를 쓰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통신3사는 적정한 데이터 사용량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 밑엔 기사내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350여개가 넘는 반박 댓글을 달아놓을 만큼 논란이 뜨거웠다. 아이디 ekanxxxx은 "62요금제 8개월째인데 난 데이터 항상 모자라는데 데이터 줄이려는 수작이네"라는 의견을 남겼고, jsh1xxxx는 "내 손안의 영화관 LTE라고 광고해 놓고 주는 데이터는 고작 6GB, 한 편에 2GB가 넘는 영화를 어떻게 받나?"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82요금제 13GB 주는데 아끼고 아껴 써도 지금 500MB밖에 안 남았거든?" "사람들 저것밖에 안 쓰니 과부하 걸릴 일도 없겠네, 62요금제에 무제한 만들라" "오버 될까 봐 항상 사용량 체크하면서 노심초사하는데, 조사에 신뢰도가…. 통신사 소속 기자인가?" 등의 다소 과격한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 한편 못 보는
내 손안의 영화관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폐지' 논란에서 당시 이통3사들은 한목소리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로 인해 트래픽이 폭증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출시될 LTE뿐 아니라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LTE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선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너무 적게 쓴다고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LTE서비스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해 LTE가입자수를 늘리려는 숨은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TE 요금제는 단계별로 제공되는 데이터양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통3사마다 다소차이가 있지만 기본 월 6만2000원이 청구되는 62요금제를 선택해야 6GB라는 넉넉한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한 단계 아래인 52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2~2.5GB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고, 42요금제는 또 1.1~1.5GB 수준으로 떨어진다. LTE서비스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62요금제 이하로는 동영상은커녕 웹서핑도 마음 놓고 못할 수준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통3사 모두는 요금제별 제공되는 데이터양에 차등을 두어 사실상 62요금제 이상을 강제하고 있다.

종합하면 이통3사가 바라보는 LTE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바로 가입자로부터 더 많은 요금을 거둬들이는데 LTE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


실제로 이통3사는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어 음성서비스 매출이 한계에 다다르자 데이터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3G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요금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이통3사는 무제한요금제를 내세워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LTE서비스 실체
'빨리 쓰고 많이 내라'

최근 들어 국민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가 되자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 LTE서비스가 황금어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통3사는 LTE가입자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더 빠른속도는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LTE요금제하에선 데이터요금을 3G보다 훨씬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LTE서비스의 실체인 것.

한편 우여곡절 끝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3G도 머지않아 2G처럼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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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