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300호 특집> 다시 보는 1200호 시대 미리 가본 1400호 시대

밤처럼 어두웠다, 아침같이 밝아질까

[일요시사 취재1팀] 1996년 5월 창간한 <일요시사>가 어느 덧 지령 1300호를 맞이했다. <일요시사>는 지령 1200호와 1300호 사이에 본지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들을 살펴보고 2023년이 되면 다가올 지령 1400호 시대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일요시사>가 지령 1200호를 발행하고 2년 동안에는 무슨 사건들이 있었을까?

▲심석희 성폭행 고소 사건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 폭행뿐만 아니라 수 년 전부터 성폭행도 당했다며 추가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에게 만 17세로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성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석희는 당시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조 전 코치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버닝썬 게이트 = 지난 2019년 1월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인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승리의 ‘승츠비’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는 한 번에 무너졌다. 3월에는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버닝썬은 영업을 중단했고 이후 경찰 유착, 마약, 성접대, 조세회피, 몰카 공유 논란까지 이어졌다. 특히 성접대 사건의 제보자가 권익위로 사건을 제보함에 따라 국무총리에게 바로 전달됐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엄정한 수사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망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9년 4월 향년 70세로 타계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그가 요양 중인 미국 LA 병원에 안치됐다. 조 회장은 ‘폐섬유화증(폐섬유증)’ 투병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폐섬유화증’은 폐가 섬유화되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조 회장은 술과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로 멀리했지만 딸들의 스캔들과 더불어 주총 이후의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실종 신고된 전 남편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로 고유정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과 함께 간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함께 펜션에 들어간 모습은 확인했지만 이후 행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범죄를 의심한 경찰은 펜션 내부를 조사한 결과 객실 곳곳에서 다량의 혈흔을 발견했고 펜션에서 혼자 나와 사라진 고유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했다. 이후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까지 드러났고 고유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드디어 잡힌 화성연쇄살인범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경찰에 검거됐다. 그가 검거된 이후 이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 사건은 그동안 대한민국 과학 수사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모방범으로 확정됐던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차 모두에 대해 이춘재 본인이 저질렀다는 자백을 했다. 이춘재는 그 외 4건의 살인 사건과 총 15건의 연쇄 살인,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기생충 신드롬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 베를린, 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기생충> 황금종려상 선정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한국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갈리며 극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직후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자녀 표창장 조작과 불법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되며 결국 35일 만에 사퇴했다. 

좋은 소식 찾아볼 수 없던 불안한 2년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 준 <기생충>

▲코로나19의 시작 =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최초 보고되고 퍼진 후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지속되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며 매우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월 28일부로 코로나19의 전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으며 3월11일 코로나19가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했다. 

▲N번방 악마들 구속 = 경찰은 지난 3월16일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을 체포했다. 조씨는 미성년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하는 ‘박사방’ 채널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했다. 조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자신이 ‘박사’가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체를 시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원순 시장 자살 = 지난 7월10일 딸에 의해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되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헌정 이래 최초로 한국 수도의 현직 시장이 자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계와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박 시장 본인은 유언 등으로 자살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주변인들에 따르면 사건 전날까지도 딱히 의미 있는 수준의 감정 기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멀쩡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했던 만큼 사건 초기에는 수많은 추측과 타살설 등의 음모론들이 난무했다. 특히 실종 직전 접수된 비서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한 관련성이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 지난 6월16일,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아무 동의 없이 폭파했다. 문재인정부는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 및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건설 비용 약 180억원을 전액 지불해 유지비와 사용료 포함 총 235억원 상당을 들여 북한 개성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북한은 이를 폭파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협박 통보했고, 통보 사흘 뒤에 폭파를 감행했다. 이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했음을 의미한다. 2007년 참여정부 시기에 지어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2년 후면 다시 다가올 <일요시사> 지령 1400호. 그때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입대하는 방탄소년단 = 방탄소년단이 2022년으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병역법 개정안이 의결된 지 2년이 지난다. 방탄소년단이 일군 업적을 고려했을 때 개정안을 통해 입영을 2022년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병역특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입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세금 붙나? = 2022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소득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매긴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처리된 세법 개정안에는 2022년 1월부터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국인 기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이 1년간 250만원을 초과하면 20% 세율로 분리 과세한다.

▲코로나19 종식되나 = 오는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해볼만하다. 코로나19 백신이 높은 효능을 보이는 가운데 백신 승인과 생산·유통 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실제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는 것은 202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코로나19가 2022년이 돼서야 종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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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 대통령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2022년 3월9일에 실시될 예정이다. 20대 대선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성패 여부와, 대선 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전망이다.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됐던 한국 보수 세력의 결집 여부가 차기 대선의 판세를 바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전 대선들처럼 대선 1년 전은 돼야 제20대 대선주자의 큰 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발사 = 오는 2021년 개발 완료할 예정인 한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호(KSLV-I)의 5000억원 예산보다 4배인 2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KSLV-II 또는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다가 공식명칭이 누리호로 결정됐다. 2021년에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두 번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누리호를 기반으로 후속 발사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예정. 75톤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최종적으로 85톤급 엔진으로 개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2년 좋은 소식만…
코로나 종식과 경제성장…기대 가득

▲북한 심각한 경제난 =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에서까지 봉쇄 장벽을 높이면서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2018년 말 기준 외화 보유액은 2021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의 외화난을 비롯한 경제적 난국 상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방산의 미래 = 기본 훈련기 KT-1, 고등 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하며 한국군의 항공전력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육군 최신예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KAI는 미래 전장을 대비한 무인체계 개발도 주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KAI가 위드 코로나 시대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LAH와 무인체계 등으로 방위·항공산업 분야에서 이어갈지 주목된다.

▲화장품 3대 수출국 도약 = 정부는 전 세계에 ‘K-뷰티’로 통하는 우리 화장품산업을 집중 육성해 2022년까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하면서 일자리 7만여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신남방국가 수출비율을 2018년 11%에서 2022년 20%로 높이고 글로벌 100위기업을 4개사에서 7개사로 늘려 2022년 화장품수출 세계 3위로 올라설 계획이다. 매출 50억원 이상 기업은 2017년 150개사에서 2022년 176개사로 늘어날 예정이고, 일자리는 2018년 23만5000개에서 2022년 30만8000개로 7만3000개가 신규로 창출될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2만명 시대 =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2만명 충원 계획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2021년 3642명, 2022년 3903명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 인원 등 자연 감소분을 감안하면 매년 5000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을 채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8회 소방의 날을 맞아 “내년 소방청 예산은 역대 최대인 2200억원으로 편성했다”며 “소방헬기 통합관리를 비롯한 재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화재진압이 어려운 곳에 특수장비를 배치해 우리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복되는 경제성장 =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KERI 경제 동향과 전망: 2020년 4/4분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관측했다. 한경연은 최근 코로나19 3차 확산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 등 대외 부문이 회복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2.7%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슈퍼스타 손흥민 =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손흥민의 미래와 관련 기분 좋은 전망을 내놨다. 손흥민은 지난 가을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트 CAA(Creative Artist Agency)와 계약했다. 포브스지는 손흥민의 ‘번리전 80m 폭풍질주 골’을 언급하면서 세계적 슈퍼스타로서의 가치를 인정했다. <포브스>는 '2018년, 2019년에 손흥민은 축구장에서 누구보다 많이 뛴 선수다. 2021년에 우리는 축구장 밖에서도 손흥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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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